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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1만원짜리 중국산 스카프, 한국산으로 속아 5만원에 샀어요"

송고시간2018-04-07 08:00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아무래도 손님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선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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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에서 작은 옷가게를 하는 김 모(42) 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요즘 소비자들은 옷을 구매할 때 디자인만 보지 않는다"며 "디자인이 마음에 들더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인지, 재질은 괜찮은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만약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매출에서도 차이가 벌어지는데, 중국산보다는 국산 제품을 팔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의류 매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찾아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제품들이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산 의류를 라벨만 바꿔 국산으로 원산지를 둔갑시키는 일명 '라벨갈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동대문 시장과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라벨을 '제조국명: 대한민국',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라벨을 바꿔치기하는 현장이 적발되기도 했다. "저희 가게는 원산지 라벨갈이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출입구에 붙여 놓은 업체도 라벨갈이를 하다 붙잡혔다.

◇라벨갈이 압수된 의류 급증…'빙산의 일각' 지적도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 4일 라벨갈이를 집중적으로 단속해 연초부터 지금까지 6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라벨갈이로 압수된 의류는 지난해 300점에서 올해는 3개월여 만에 400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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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라벨갈이 사실을 적발해 압수한 의류 중에는 대기업 계열사인 A물산이 만든 브랜드 의류도 포함돼 있었다. A물산에 의류를 납품한 B제조사는 광저우에서 의류를 대량으로 구매해 선박으로 받은 뒤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을 떼어내고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A물산은 "제조사가 자체 제작하거나 수입해온 의류를 공급받는 ODM(디자인·제조·개발을 하는 업체가 유통망을 확보한 판매업체에 상품을 공급) 거래 구조이므로 의도적으로 라벨갈이를 한 뒤 납품해도 사실상 알 방법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는 대외무역법 등을 위반하는 중대 범죄행위다. 대외무역법 제53조의2에 따라 형사처벌(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1억 원 이하의 벌금)과 행정제재(최대 3억 원 이하 과징금과 최대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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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산지 변경 라벨갈이가 소량 단위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적발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재 단속된 라벨갈이 의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라벨갈이가 된 제품이 시중에 풀렸을 경우 원산지를 구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직접 라벨을 바꾸는 현장을 적발해야만 자백을 받아낼 수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라벨갈이 의류 최소 3~5배 폭등해

작년 6월, A(36·여) 씨는 백화점에 사은품용 스카프를 납품하면서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민생사법경찰단에 적발됐다. 그는 일부 스카프를 국산이라며 실제 가격보다 5배가량 부풀려 4만 9천 원가량에 팔기도 했다.

B(36) 씨는 중국산 블라우스를 수입해 라벨을 바꿔 단 뒤 일본에 재수출하려 했다. C(49) 씨는 중국산 청바지를 국산으로 속인 뒤 2~5배 가격에 되팔다 적발됐다.

의류 라벨갈이는 옷 한 벌당 300~500원만 지불하면 중국산 저가 옷이 국산 의류로 손쉽게 둔갑할 수 있다. 소비자 판매가격은 최소 3~5배 이상 폭등한다. 이에 한국에서 라벨갈이를 하는 중국 보따리상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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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적발된 중국산 의류에 부착된 라벨은 속칭 '홀치기', 즉 한 땀 박음질로 손쉽게 뗄 수 있게 달려있어 원산지 변경 라벨갈이가 용이한 형태로 수입되고 있다.

직장인 장 모(34) 씨는 "의류의 라벨은 기본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라벨에 적힌 어떤 정보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일부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벨갈이로 피해 막심…봉제업체 다 죽는다"

라벨갈이로 국내 봉제 업계가 입는 타격은 크다.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한성화총괄이사는 "2013년 이후부터 라벨갈이가 퍼지면서 도매상인들이 주문하던 봉제 물량이 크게 줄었다"며 "봉제공장에 의류제조를 맡기는 것보다 해외에서 완제품을 들여와 원산지 표시 라벨을 한국산으로 바꿔 판매하는 것이 마진이 더 많이 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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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사는 "특히 겨울옷은 단가차이가 크다 보니 중국에서 싼값에 가져와서 라벨만 바꿔 비싼 값에 파는 불법행위가 만연하다"며 "제조공임이 비싼 봉제공장들의 일감이 줄어들고 피해가 커지고 있어 10년 안에 문을 닫는 업체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의류 봉제 업체 수는 8천505개이며, 종사자는 4만3천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인 이하 가족생계형업체 비율은 전체의 75%(6천381개)이다. 2016년부터 일감이 크게 줄어들면서 상당수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의류봉제업체의 월별 비수기 현황을 살펴보면, 공장들의 비수기 평균 가동일수는 10.1일로 보름도 가동하지 못하는 업체가 많았다. 한 공장 관계자는 "일 있을 때는 새벽 1시까지 일하지만, 비수기에는 일이 거의 없다"며 "일 년에 평균 4~5개월은 공장이 가동을 못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상진 야베스머천다이징 대표는 "작년 공장가동률이 전년 대비 60%가 안 될 정도로 라벨갈이로 인한 타격이 크다"며 "정부가 통관에서 홀치기로 달린 라벨들은 좀 더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의류를 들여오는 화주들을 추적해서 실질적인 유통과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광저우 시장 저가 의류 라벨갈이 작업 ‘전’(“MADE IN CHINA”라벨이 한 땀 박음질로 떼어내기 쉬운 일명 ‘홀치기’로 달린 모습)

중국 광저우 시장 저가 의류 라벨갈이 작업 ‘전’(“MADE IN CHINA”라벨이 한 땀 박음질로 떼어내기 쉬운 일명 ‘홀치기’로 달린 모습)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월 관계부처·한국의류산업협회 등과 함께 '라벨갈이 근절 민·관 합동 캠페인'을 벌이면서 라벨갈이 문제점과 위법성을 알렸다. 향후 불법행위 정보수집과 단속, 관련규정 개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광저우 시장 저가 의류를 국산 의류로 라벨갈이 작업하던 현장 사진.

중국 광저우 시장 저가 의류를 국산 의류로 라벨갈이 작업하던 현장 사진.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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