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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몸에 향불 방치·시신 훼손한 엄마 2심도 징역 2년

송고시간2018-04-08 09:20

법원 "무녀에 정신적 지배당해…원심판결 바꿀 이유 없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맹목적으로 따르던 무녀와 함께 "액운을 없앤다"며 자신이 낳은 아기를 향불로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이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최종두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위반과 사체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0·여)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2010년께 무녀가 "액운을 없앤다"며 아기에서 향불을 놔 학대하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치료는커녕 아기가 숨지자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A 씨는 6개월 된 아기를 보호·양육할 의무가 있음에도 몸에 향불을 놓은 종교 행위인 '연비'로 아기를 학대하고 치료하거나 보호하지 않았다"며 "시신까지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A 씨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어 "초범인 A 씨가 공범인 무녀의 사이비 종교관에 지배당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판결을 변경할 사정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2003년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친언니 소개로 사이비 무녀 B 씨를 알게 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됐다.

A 씨는 방생 기도로 가족의 액운을 막을 수 있다는 B 씨 말에 속아 전국 사찰을 돌았다.

기도 자금을 대느라 많은 대출을 받아 빚 독촉에 시달리던 A 씨는 2009년께 B 씨 권유로 B 씨 사촌 동생인 승려가 있는 절에 몸을 숨겼다가 2010년 2월 승려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A 씨는 B 씨 지시로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던 아기를 생후 17일 만에 퇴원시키고 신생아 필수 예방접종도 거의 하지 않았다.

A 씨가 아기를 데리고 경북의 한 암자에서 공양주로 일하던 중 방생 기도 자금이 떨어진 B 씨가 찾아왔다.

B 씨는 "너와 아기 때문에 집안의 모든 액운이 발생해, 몸을 태워 업장을 없애야 한다"며 두 달 동안 A 씨 몸에 불붙은 향을 놓는 종교의식인 '연비'를 행했다.

이 때문에 어깨에 큰 화상을 입어 절에서 일을 못 하게 된 A 씨는 결국 B 씨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일이 벌어졌다.

B 씨는 "절에 기도하러 보냈는데 왜 애를 만들었느냐"면서 "액운이 사라지지 않아 아기에게도 '연비' 의식을 하겠다"며 6개월 된 아기 몸 곳곳에 향불을 놓는 학대행위를 했다.

A 씨는 친엄마인데도 B 씨를 제지하지 않고 고통에 우는 아기를 외면한 채 귀를 막았다.

A, B 씨는 화상을 입은 아기가 하루 만에 숨지자 시신을 쇼핑백에 넣어 경북의 한 야산에서 시너를 뿌린 뒤 불을 붙여 훼손했다.

7년 동안 묻혀 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A 씨 아들이 초등학교 취학 예비소집일에 불참하자 학교 측이 경찰에 A 씨 아들의 소재 확인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무녀 B 씨는 2011년 지병으로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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