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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프로의 멋진 클럽… 엄청난 연습량 없이는 욕심 금물

송고시간2018-04-01 10:30

지난해 5월 강원도 춘천 라데나골프장에서 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8강전 5번 홀에서 퍼팅하는 박인비 선수. KLPGA 제공

지난해 5월 강원도 춘천 라데나골프장에서 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8강전 5번 홀에서 퍼팅하는 박인비 선수. KLPGA 제공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LPGA 투어 통산 19번째 정상에 오른 박인비는 우승 원동력의 하나로 퍼터 교체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박인비는 데뷔 이래 줄곧 말렛형 퍼터를 써왔지만, 이번에는 블레이드형 퍼터를 들고 나왔다.

주목할 점은 퍼터를 바꾼 이유다. 박인비는 “말렛형은 너무 관용성이 높아 잘못된 퍼팅을 해도 알아채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퍼터를 비롯한 골프 클럽의 관용성이란 정타가 아닐 때도 거리와 방향을 보장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한마디로 빗맞아도 큰 문제가 안 생긴다는 뜻이다. 스윙에 일관성이 없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관용성이 높은 클럽은 축복이다.

사실 골프 클럽을 휘둘러 골프 볼을 정타로 맞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살살 휘둘러도 될까 말깐데 힘껏 휘둘러야 하기에 더 어렵다. 더구나 한 번이 아니라 매번 그래야 하는 게 골프다.

관용성이 높은 클럽은 그런 고민을 크게 덜어줬다. 하지만 관용성 높은 클럽이 축복만은 아니다. 독이 될 수도 있다.

박인비의 사례에서 보듯 관용성 높은 클럽은 스윙이 잘못돼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잘못 맞아도 똑바로 멀리 가니까 잘못된 동작과 궤도로 정타를 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스윙을 계속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퍼터보다 아이언과 우드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관용성 높은 클럽의 폐단은 또 있다. 기술 샷을 구사하기 어렵다. 관용성을 높이려고 클럽 제조에 적용한 공학 기술은 어떤 스윙 궤도로 클럽 페이스의 어떤 지점에 볼을 맞혀도 공이 똑바로 나아가도록 해준다.

프로 선수들은 일정한 궤도와 탄도로만 공을 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볼을 휘어 치는 일이 많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왼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휘어들어 오는 페이드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샷은 프로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술이다.

관용성이 높은 클럽은 휘어 치려고 의도한 샷마저 똑바로 날아가게 한다. 이런 이유로 프로 선수들은 관용성이 높은 클럽을 좀체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정상급 선수들은 미세한 스윙 동작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클럽을 선호한다. 이런 클럽은 관용성이 ‘제로’에 가깝다.

정상급 프로 선수가 쓰는 관용성 ‘제로’의 예민한 클럽을 들고 다니는 주말 골퍼가 더러 있다.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프로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지닌 고수라는 뜻이고, 하나는 허세다.

전자의 경우라면 프로 선수만큼 많은 훈련량이 따라야 감당할 수 있다. 그런 주말 골퍼는 드물다.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프로 선수의 의상과 신발, 모자는 연습 없이도 입고, 신고, 걸쳐도 되지만 클럽만큼은 아니다. 이유는 바로 관용성이다. 하루 수백 개가 넘는 연습 공을 치는 프로 선수가 아니라면 관용성 ‘제로’의 클럽은 아무리 멋져 보여도 쓰지 않는 게 좋다.

권훈 연합뉴스 스포츠부 대기자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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