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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인플레이션

송고시간2018-04-01 10:30

물가 자극해 금리 끌어올리는 악순환 우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제18선거구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코너 램 후보. 연합DB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제18선거구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코너 램 후보. 연합DB

글로벌 경제에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 중국과 유럽도 맞불을 놓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제동을 걸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쌀과 의류 등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중국 또한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보유 중인 미국 국채 매도, 중국 진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언급하고 있다.

◇글로벌 물가 자극해 자산시장에 영향

아직까지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파국을 맞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이다. 대공황 직후 강화됐던 1930년대의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 했고, 여기서 파생된 정치적 갈등이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교훈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자유거래는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명제는 거의 모든 경제학 교과서들에서 다뤄지고 있다. 합리성의 잣대로 보면 보호무역의 자기 파괴적 결말은 너무도 자명하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조치들이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기대’가 여전히 많은 것 같다. 트럼프가 ‘진짜 미친’ 게 아니라 ‘여우처럼 미친 척’ 한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트럼프라는 ‘이단아’가 많은 이들이 상식으로 생각하는 ‘자유무역의 큰 흐름에 결정적인 파열구를 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트럼프라는 예측불능의 인물에게 미국의 대통령이란 막강한 권한이 부여됐지만 트럼프 현상이 지나가는 미풍일지, 장기간 지속될 큰 흐름의 변화일지는 알기 어렵다.

인간의 합리성을 믿는다면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교역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두 가지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단 트럼프 현상을 합리성의 잣대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올 한해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글로벌 물가를 자극하면서 자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합리성에 대해 논의해보자. 경제적으로 보면 합리성은 싸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각 경제주체가 가장 효율적으로 싸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교역하면 거래 당사자 간의 후생을 높일 수 있다는 비교우위의 논리가 대표적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은 이런 비교우위의 논리를 대표해왔다. 모든 재화를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싸게 만들 수 있는 국가에서 수입함으로써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을 높일 수 있었다.

반면, 트럼프라는 인물에 내재된 비합리성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이런 세계화의 흐름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란 점이다. 세계화 과정에서 경제적 프로세스는 효율적으로 개선됐지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나왔다.

‘러스트 벨트’(Rust Belt)라는 쇠락한 공장지대 노동자들이 트럼프의 지지기반이란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강화된 자유무역은 글로벌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였지만 트럼프의 지지 기반은 여기서 소외된 이들이다.

[마이더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인플레이션 - 2

그림 1은 미국의 주별 1인당 GDP를 내림차순으로 정리한 표다. 소득이 높은 주는 힐러리 지지, 소득이 낮은 주는 트럼프를 지지한 모습이 뚜렷이 대비된다. 미국의 51개 주 중 소득이 높은 25개 주에서 트럼프 지지는 8개에 불과했지만 소득이 낮은 26개 주에서는 22곳에서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는 세계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덜 봤던 이들의 대통령인 셈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보호주역주의 강화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적 소외자들을 부자로 만들어줄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트럼프의 경제적 비전은 인류가 그동안 검증해온 올바른 프로세스에서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일 따름이고, 오히려 규제 완화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각종 정책은 기존의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의 대변자라는 트럼프의 정치적 위치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더 강화시켜갈 개연성을 높게 한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을 받는 등 법 위반과 관련된 문제에 노출돼 있다. 중간선거에서 참패하면 현실적으로 탄핵과 관련된 우려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북·미 관계 진전 등으로 외교 분야에서 트럼프가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정상적인’ 트럼프에 대한 기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류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핑퐁’ 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시켰던 닉슨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낙마하고 말았다. 이는 법 위반과 외교적 성과가 전혀 다른 차원에서 다뤄진 사례다.

11월 중간선거까지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향해 계속 추파를 던질 것이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 한번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저소득자들의 생활이 개선될지, 보호무역주의가 앞으로의 새로운 흐름이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장은 반세계화의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봐야 한다. 우려되는 점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중요한 분기점에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호무역주의는 경제의 효율성을 훼손한다. 생산에 더 높은 비용이 들어가고, 더 비싸게 주고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은 긴축의 길에 접어들었다. 올해 중 기준금리를 세 번 정도 올릴 것이란 게 금융시장의 컨센서스인데, 물가가 불안하면 금리인상 횟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올해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2%를 기록했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핵심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1.8%를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타깃인 2%대를 넘나든다. 이미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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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의 화살을 중국 쪽으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 등의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들은 미국에서 만들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기술적으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만들면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은 휴대폰이 1위인데,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폭스콘에서 생산되는 애플의 아이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PC 역시 델컴퓨터 브랜드의 제품이 중국에서 조립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이밖에 아동용 장난감과 의류 등은 전형적인 노동집약적 품목이다. 미국에서 만들면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자유교역 원칙이 훼손되면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사실을 트럼프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이들의 솔직한 속내를 보여준다.

특히 중간선거라는, 트럼프 입장에서 사활이 걸렸다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가 임박한 상황에서는 보호무역의 흐름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1980년대 레이건 시절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취해질 때도 미국의 물가는 상승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1988년 슈퍼301조와 한국·대만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나왔을 때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1980년대 보호무역주의 시행에 따른 물가상승은 금리 급등과 주식시장의 기록적인 주가급락 사태로 귀결됐다. 플라자 합의 실시 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1987년부터였는데, 이때 물가도 함께 상승하며 금리를 끌어올렸다.

당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67%p(6.91% → 9.58%)나 급등했다. 금리 급등이 주식시장에 던진 충격파는 기록적인 주가 급락 사태였던 블랙먼데이였다. 1987년 10월 19일 다우지수는 22.6%나 급락했다. 기계적인 알고리즘 트레이딩 기법의 도입 등이 당시 낙폭을 깊게 한 요인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매크로 관점에서 블랙먼데이의 원인은 금리 급등이었다.

당시 금리 급등에 대해 미국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1982년 이후 별다른 조정 없이 강세를 이어온 데 따른 중기적 가격부담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점은 2009년부터 큰 굴곡 없이 9년 강세장을 이어오는 미국 증시의 현 상황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물론 블랙먼데이는 1980년대 후반 최고의 주식 매수 기회였다. 일시적 급락 후 주식시장이 다시 순항했기 때문이다. 다만 다우지수가 블랙먼데이 직전의 레벨을 넘어서기까지 22개월이 걸렸다는 사실은 가격부담이 높아진 요즘 주식시장에서 금리 급등이 가져올 수 있는 충격파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해준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보다 주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완만한 금리상승이 아닌 급격한 금리 급등은 그 자체가 자산시장 전반에 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시장과 솜씨 있게 소통하면서 저금리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그렇지만 최근 글로벌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치에 근접한 가운데, 보호무역주의가 물가를 자극해 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 국가에는 보호무역주의가 당연히 악재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도 금리상승이라는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이더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인플레이션 - 4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조선일보·매일경제 선정 베스트 애널리스트(2008년)

-sigo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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