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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우리동네] 당신이 맛본 토란 70% 이상이 곡성産

송고시간2018-03-24 11:00

깊은 골짜기·높은 고개가 재배 최적환경 제공

1980년대 시작한 사업이 고장 대표작물로 성장

'흙속의 알' 토란
'흙속의 알' 토란

[전남 곡성군 제공=연합뉴스]

(곡성=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토란 알 나올 적엔 새알인가 의심했네(土卵方呈訝鳥精).'

'민촉 사람 주식 삼아 난리를 구제하는데(岷蜀充資濟陽九).'

'부식으로 먹는 나는 그 마음 불편하네(我今佐食意難平).'

고려 후기 명문장가 이규보가 시랑(侍郞) 벼슬에 있는 사람이 시(詩) 두 수와 함께 토란을 보내오자 3수로 화답한 시 중 일부다.

토란국은 추석 제사상에 오르는 민속 음식이다.

조상이 즐겨 먹었을 법한 음식을 제사상 올린다는 점을 토대로 추정하건대 토란은 오랜 예부터 우리 민족의 한 끼를 책임진 음식이었을 것이다.

'흙 속의 달걀'이라는 뜻풀이에 어울리게 흙 향을 간직한 포근포근한 식감의 우리나라 토란 대부분은 전남 곡성(谷城)에서 생산된다.

토란이 곡성에서 뿌리내린 연유를 살펴보자.

곡성 토란 수확
곡성 토란 수확

[전남 곡성군 제공=연합뉴스]

◇ '깊은 골짜기, 높은 고개' 덕분에 토란재배 최적지

'곡성(曲城)→곡성(哭聲)→곡성(穀城)→곡성(谷城).'

전남 곡성군은 신라 경덕왕 때는 산맥과 하천의 흐름을 본떠 '굽을 곡(曲)'을 써 곡성(曲城)이라 불렸다. 고려시대에는 시골장을 떠돌아다니는 장사꾼들이 교통이 불편하여 통행에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지나갈 때마다 통곡한다고 해 '울 곡(哭)', '소리 성(聲)'으로 곡성(哭聲)이라고 했다.

그 후 '곡식 곡(穀), 재 성(城)'의 곡성(穀城)으로 불리다, 곡식이 많이 난다는 의미의 지명 탓에 과도한 조세를 부과한다는 여론에 따라 '골짜기 곡(谷)'을 쓴 현재의 곡성(谷城) 이름이 자리 잡았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곡성의 이름을 규정한 지형적 특성은 토란재배 최적의 조건으로 꼽힌다.

토란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곡성은 다른 지역보다 4월 온도가 높아 4월에 파종하는 토란을 비교적 일찍 심을 수 있다.

연평균 총 강수량이 1천391㎜에 달해 토란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분지형 지형으로 여름과 겨울의 한서 차가 크고 고온다습한 환경도 열대성 작물인 토란을 기르기에 좋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관통하고, 강의 지류가 발달해 곡성에서는 논뿐만 아니라 밭에서 토란을 기를 수 있다.

토양도 토란재배에 적합한 양토와 사양토로 이뤄졌다.

곡성이 토란의 고장이 된 것은 깊은 골짜기와 높은 고개 덕분으로 결코 우연은 아닌 셈이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곡성 섬진강 침실습지
물안개 피어오르는 곡성 섬진강 침실습지

[전남 곡성군 제공=연합뉴스]

◇ 생산량 70% 이상 점유 곡성 토란…재배는 언제부터

곡성 토란에 관한 이야기는 곡성군 오산면 청단리에 위치한 초현마을의 구전에서 엿본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 때 왜구를 피해 정처 없이 떠돌다 초현마을에 다다른 한 일가족은 굶주림과 무더위에 지쳐 산기슭에 주저앉았다.

아사 직전의 가족들은 근처 땅을 파 둥근 알을 캐서 구워 먹고 넓은 잎으로 비를 막으며 기력을 되찾아 눌러앉아 살게 됐다는 것이다.

땅속에서 파먹은 알이 바로 토란으로 추정된다. 이 이야기를 토대로 곡성에서는 예부터 토란이 자라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곡성에서 토란이 재배된 계기는 우연한 인연에서 시작됐다.

1980년대 서울 경동시장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형제는 추석 무렵 잘 팔리는 토란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여의치 않자, 곡성에 사는 기록도씨에게 재배를 권유했다.

기씨는 1985년 곡성 죽곡면 신풍리 농가에서 토란을 본격적으로 기르기 시작했는데, 첫 출하에서 40㎏당 1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높은 가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죽곡면에서는 토란재배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곡성 토란 생산지는 100ha가량으로 우리나라 재배 면적의 48%를 차지하며, 생산량은 한 해 2천여t으로 전국 생산량 약 74%를 기록(2015년 농식품부 통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곡성은 자연스레 토란의 대표 산지로 자리 잡게 됐다.

곡성의 토란 요리
곡성의 토란 요리

[전남 곡성군 제공=연합뉴스]

◇ '곡성의 맛'으로 자리 잡은 토란

곡성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양한 토란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광주에서 곡성으로 향하는 첫 방문지인 곡성기차마을 휴게소 하행선에서는 '토란대육개장'과 '토란 완자탕'이 휴게소 대표메뉴로 자리 잡았다.

곡성읍 내에는 방송 먹거리 관련 프로그램에서 수차례 소개된 '토란 맛의 성지'가 그득하다.

특히 곡성 축협 명품관에서 판매하는 맛좋은 쇠고기와 친환경 토란을 들깻가루를 듬뿍 넣고 끓인 '들깨 토란탕'이 별미다.

곡성의 가장 오래된 동네빵집인 모짜르트 제과점은 토란을 넣은 8가지 종류의 토란 빵과 토란 쿠키가 판매한다.

한 커피숍에서는 토란 버블티와 토란 스콘을 맛볼 수 있다.

맑은 토란국, 찐토란, 토란전병 등도 곡성 토란맛길 여행의 마지막 만찬으로 선택하기에 제격인 음식들이다.

토란 빵과 토란 간식
토란 빵과 토란 간식

[전남 곡성군 제공=연합뉴스]

◇ 토란, 곡성의 미래 이끈다

곡성군은 "흙이 좋은 곡성, 토란 좋은 곡성, 토란의 땅 곡성"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2016년부터 토란 향토산업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토란 가공제품들을 생산할 가공시설을 구축하고 '토란의 땅 곡성, 토란土'라는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준비 중이다.

토란 향토산업 육성사업을 맡은 '곡성토란웰빙식품 명품화사업단'은 곡성 토란의 인지도 향상과 홍보마케팅을 위해 지역축제 홍보이벤트, 곡성토란대학 운영, 국제식품박람회 참가, 스토리텔링 개발, 토란재배농가 세미나와 워크숍 등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에는 다양하게 개발된 곡성토란 가공제품들로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 본격적인 판로확보에 나선다.

토란 대표품목인 깐토란은 곡성 석곡농협과 곡성토란영농조합법인에서 농협유통망과 학교급식 판로를 통해 전국으로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발아현미 미숫가루로 홈쇼핑과 직거래 매출실적이 높은 주식회사 '미실란'에서는 토란미숫가루와 토란누룽지를 신제품으로 출시해 본격적인 판촉활동을 펼친다.

주식회사 '생자연'은 야심 차게 개발한 토란칩과 토란초콜릿칩을 출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기존의 유통망을 통해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2019년까지 추진되는 곡성토란 향토산업 육성사업은 토란의 6차 산업화를 최종 목표로 앞으로도 품질 좋은 토란의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체험·관광 상품화에도 힘쓸 작정이다.

곡성 토란
곡성 토란

[전남 곡성군 제공=연합뉴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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