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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협상은 제로섬 게임일 뿐" vs "양측 이득 가능"

네오콘 에버슈타트· 대북협상경험 칼린, 북미·남북 회담에 상반된 조언
"평양 회담은 '성지순례'"…"평양 회담 못 할 것 없어"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에선 반대, 회의, 비관, '아주 신중한' 기대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으나 낙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왼쪽부터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합성.
왼쪽부터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합성.

북한 정치체제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미국 정치의 정통 규범을 벗어난 사고와 언행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속이려 만 드니 상대(engagement)해선 안된다는 입장인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이런 불신을 바탕으로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과 대화는 반드시 한쪽은 손해 보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지도자들이 북한 측을 만나서 호주머니를 털리지 않는" 법을 조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등에서 거의 40년간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각종 대북 협상에도 12년간 직접 참여했던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은 12일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내 경험상, 북한과 고위급 회담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 우리는 대북 협상을 그런 틀에 억지로 집어넣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칼린이 자신의 기고문 목적을 에버슈타트의 주장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힌 만큼 두 사람의 주장을 1대 1로 대치시켜 봤다.

▲에버(에버슈타트) = 전임자들은 '상상 속의' 북한 정권과 협상하려 했지만, 이번엔 '현실에 존재하는' 북한 정권을 알고 가면 북한과 상대해도 과거처럼 더 나쁜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칼린 = 에버슈타트가 훌륭한 학자이고 똑똑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가 관찰한 내용은 하늘의 별 만큼이나 실제와 거리가 있다. 아마, 북한과 직접 협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에버 = 좋은 대북 협상을 위해선 의제를 즉각 장악해야 한다. 갑자기 대화를 중단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다시 대화하자고 해서 상대를 난조에 빠뜨리는 게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북한 팀'은 자신들이 의제 장악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다시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대화를 중단한다.

▲칼린 = "의제를 장악(seizing control)"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그들의" 의제를 바탕으로 협상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북한 팀도 안다. 우리도 그것(북한이 미국의 의제를 바탕으로 협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북한은 우리의 제의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나오는 일이 많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의제를 올려놓는 편이다.

▲에버 = "합의"해놓고도 그게 실종된다. 어떠한 "합의"도 북한이 합의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합의가 아니다. 북한이 합의라고 말하는 한에서만 합의다.

▲칼린 = 당연히 양측이 합의라고 말하지 않는 한 어떠한 합의도 합의가 아니다. 사실 이것은 동어반복일 뿐이다.

▲에버 = "윈-윈"은 없다. 아시아의 전통과 반대로 북한 협상가들은 "체면을 살리는" 결과를 싫어한다. 북한의 관점에선 자신들이 정당하고 적은 그 정의상 부당하다. 따라서 상대편에게 좋은 것을 남겨놓는 것은 어리석을 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비애국적인 짓이다. (북한에) 좋은 협상이란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을 모두 얻는 것이며, 상대에게 모욕이나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다.

북한과 고위급 회담은 제로섬 게임이다. 한국이나 미국의 이득은 북한에 손실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북한 측은 자신들의 핵 지위를 강화하고 핵 프로그램 자금을 확보하며, 한·미동맹을 분열시키기 위해 한·미가 실책을 저지를 기회를 찾고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

▲칼린 = 나는 '윈-윈'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허한 구호가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말의 핵심이 무슨 뜻인지 북한 사람들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그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으며,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양측 둘 다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내가 12년 동안 참여했던 대북 협상 때마다 그들이나 우리는 열심히 협상을 벌였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모욕이나 치욕을 안기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들은 귀국해서 이겼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역시 그러했다.

사실은 북한 사람들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때는 좋은 협상가이다. 물론 우리 협상팀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북한팀은 '외교 원론'대로 한다.

▲에버 = 북한은 핵심 용어들을 자신들의 숨은 의도에 따라 재정의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말한 "자주적" 통일이란 "외세 불허", 즉 미국의 불개입을 뜻한다. 북한이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것도 과거 북한의 합의 파기나 위반을 문제 삼지 말라는 뜻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한다는 것은 먼저 핵보유국인 미국과 동맹 종식을 통해 남한을 "비핵화"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칼린 = 나는 북한이 합의한 사후에 "핵심 용어들"을 재정의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 양측이 비교적 덜 중요한 용어들에 대해 공통된 정의를 내리고, 나중에 그러나 다행히도 협상이 끝나기 전에,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통역을 통해야 한다는 점도 난관을 만든다. 이 때문에 협상 속도가 더뎌지기도 한다. 미국 대표팀은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에버 = 더 이상 선의의 양보를 하거나 우호적인 자세를 보여선 안 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한 결과를 보라. 북한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대가를 받지 않고는 아무것도 줘선 안 된다. 약속은 믿을 수 없다. 신뢰 입증은 북한의 책임이다. 북한이 신뢰를 입증하기 위해선 벌충할 게 많다.

▲칼린 = 나는 미국이 "선의의" 양보를 하는 것을 못 봤다. 내가 본 것은 북한이 특정 미국의 행동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고집하다가 "앞으로 이러이러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미국 측 보장을 받고" 미국이 요구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충분하다고 판단해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에버 = 불성실, 부정직을 비롯해 북한의 전매특허 협상술을 비판하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 회담 분위기가 깨질 것을 걱정해서도 안 된다. 지구 상 최고로 극악한 정권과 인기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나쁜 합의는 합의하지 못함보다 나쁘다.

▲칼린 = 미국은 우리가 반대하는 일을 북한이 했을 때 지적하지 않은 적이 없다. 우리 협상 대표가 북한 측의 위반 행위에 대해 일장 훈계를 하는 것을 듣느라 환기도 잘 안 되는 후덥지근한 방에 꼼짝없이 갇혀 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우리가 선을 넘었을 땐 우리도 북한 측으로부터 지적을 들어야 한다. 다행히도 양측이 직접 대면을 거듭할수록 모난 부분을 깎아나감으로써 이런 일들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북한팀이 협상장에서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는 일은 드물다. 우리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조용히 안경을 벗거나 노트북을 닫고 펜을 옆에 내려놓는 식으로 나온다.

▲에버 = 절대 평양에서 회담해선 안 된다. 그런 성지순례는 북한 독재정권의 대내 정통성을 키워주는 일일 뿐이다.

▲칼린 = 평양에서 못할 것도 없다. 우리 쪽이 안전한 통신망을 확보하는 문제만 아니라면. 통신망 확보도 방법은 있다.

yd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3/13 16: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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