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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미투' 사회운동으로 심화되길…나도 반성한다"

교보인문학석강 특별대담…르 클레지오 "여성 존중 없이 민주주의 무의미"
"남북 회담 환영…평화열차 타고 판문점 넘어 파리까지 가기로"
르 클레지오-황석영 특별대담
르 클레지오-황석영 특별대담(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에서 열린 2018 교보인문학석강 특별 초청 대담회에서 프랑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왼쪽)가 소설가 황석영(가운데)의 작품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 2018.3.12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미투'라는 게 만인이 공감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분노, 수치감, 모욕감 이런 것들이 일상 속에서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운 나쁜 사람은 걸리고 운 좋은 놈은 안 걸리고 이렇게 지나가고 있는데, 이게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돼선 안 될 것이라고 보면서,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심화돼서 토론이 좀더 심화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반성할게요."

소설가 황석영(75)은 12일 저녁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8 교보인문학석강-르 클레지오·황석영 특별대담'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미투'에 관해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받은 억압에 관해 얘기했다.

"한국 사회에서 내 나이 또래부터 40대 정도까지 같은 종류의 회한이 있을텐데, 저는 누나 둘과 홀어머니까지 여성들 틈에서 자랐어요. 그런데 수년 전에 80세가 넘은 큰누나가 갑자기 얘기를 꺼내는데, 어머니가 옛날에 점심도시락을 쌀 때 제 것에만 계란프라이를 넣고 누나들은 안 넣어줬다는 거였습니다. 아들이고 장남이니까 저한테만 준 거죠. 우리 또래는 어려서부터 그런 대접을 받으며 컸어요. 이후 제가 첫 번째 아내와 이혼하고 나서 망명하고 징역 살고 10년을 허비하고 감옥에서 나온 뒤에 비로소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싸우고 했던 행위들에서, 이를테면 독재자와 싸우면서 독재자의 방식을 체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는 이후 '역할 바꾸기'로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겠단 생각에 '오래된 정원'과 '심청', '바리데기' 등 소설에서 여성의 서사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황석영 "'미투' 사회운동으로 심화되길…나도 반성한다"1

이 자리는 노벨문학상(2008년)을 받은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8)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 '빛나-서울 하늘 아래'의 프랑스어판 발간을 앞두고 방한하면서 마련됐다. 두 사람은 2005년 한국에서 열린 문학행사에 처음 만난 이후 수차례 만나며 우정을 다져왔다. 황석영은 나이가 조금 많은 르 클레지오를 '형'이라고 불렀고, 르 클레지오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르 클레지오는 최근 이슈인 '미투'와 성폭력 문제에 관해 "여성들이 독립하지 않는 한, 남성들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한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녀가 동일한 임금을 받고 동일한 직종에 종사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여성들이 대중교통 탈 때, 외진 동네를 거닐 때 두려움을 느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번 소설에도 '스토커'란 인물을 등장시켰다. 이런 행위가 사회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영 "'미투' 사회운동으로 심화되길…나도 반성한다"2

최근 남북관계의 해빙과 평화 분위기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르 클레지오는 "황석영과 나는 이미 평화열차를 타고 판문점을 넘어 파리까지 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고 답했다.

"오래 전에 황석영을 만났을 때 이 친구가 놀라운 얘기인 평화열차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가들이 평화열차를 타고 판문점을 넘어 분단을 극복하고 시베리아를 지나 파리를 거쳐 런던까지 간다는 얘기였죠. 그 얘기는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어요. 나는 원래 비행기보다 기차를 좋아하고 그 열차가 평화를 위한 상징이기에 바로 동의했습니다. 그 열차에 내가 1등으로 타겠다고 말했죠. 이 계획이 어느날 실현돼 진짜 탈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황석영은 "2008년 대담에서 내가 제안한 것인데, 형이 얘기를 꺼냈으니 할 수 없이 자세히 설명해야겠다"며 이 계획을 소개했다.

"그때 실제로 추진하고 있었어요. 세계 유명 작가들을 태우고 베를린 같은 곳에 가서 평화선언을 하고 다시 내려와서 DMZ 가운데 놓고 거기에 평화공원, 평화박물관을 만드는 겁니다. 당시 정부가 한다고 했다가 천안함 터지고 하면서 후퇴했는데, 우리끼리는 꼭 같이 하자고 약속했죠. 북한의 홍석중 작가와도 합의했고요. 여태까지 진행을 못하다가 현 정부 들어 이게 안건이 돼서 문화부, 통일부 협력을 받아서 조직을 시작했습니다. 내년이 3·1절 100주년인데, 8·15를 기점으로 기차를 만들어서 같이 타기로 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개최 합의에 관해 "트럼프와 김정은 둘 다 정신병자인 줄 알았는데, 이 사람들이 계산도 빠르고 두뇌회전도 빠른 사람들인 것 같다. 각자 자기가 원하는 지점이 있는데 서로 필요했던 것 같다. 이번엔 정말 잘 될 것 같다. 정말 잘 돼서 정전체제를 평화제체로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르 클레지오는 외부인으로서 한국과 서울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 주의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글을 쓸 때 정말 서울사람, 한국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 한국 소설을 많이 읽었다.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과 '손님'은 예전에 다 읽었고, 요즘엔 젊은 작가들을 참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작가는 한강과 김애란이다. 둘 다 여성작가다"라고 했다.

황석영 "'미투' 사회운동으로 심화되길…나도 반성한다"3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3/12 22: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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