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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대책 1년 전부터 건의했는데 정부는 뭐했나"

송고시간2018-03-07 12:02

여성문화예술연합 "문체부 1년간 묵살하다 이제야 급조…정책 제대로 만들어야"

성폭력정부대책 촉구하는 여성문화예술연합
성폭력정부대책 촉구하는 여성문화예술연합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앞에서 열린 예술계 성폭력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성문화예술인연합 대표자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3.7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문화예술계 성폭력 해결을 위해 결성된 단체 여성문화예술연합(WACA)은 7일 오전 9시 종로구 통의동 한 카페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1시간 뒤 여성가족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정부가 그동안 보인 안이한 태도를 규탄하고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연 기자회견이다.

이 자리에서 여성문화예술연합은 지난 1년간 이들이 정부, 특히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여러 구체적인 대책을 수차례 건의했음에도 정부가 '예산이 없다'거나 '우리 부서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했다며 소리 높여 성토했다.

이 단체는 2016년 하반기 '#문단_내_성폭력'을 비롯해 '#00계_내_성폭력'을 고발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이듬해 1월 각계의 여성 문화예술인들이 이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고 연대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미술·문학·사진·출판·디자인·전시 기획·영화계 등 7개 예술 분야 9개 단체가 연합했다. 특히 문학계에서 결성된 모임인 '참고문헌없음'은 미성년 제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배용제 시인 사건을 적극 알려 공론화했고 모금을 벌여 피해자들에게 소송 지원을 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여성문화예술연합은 지난해 초부터 문체부에 문화예술계 특성을 고려한 ▲ 성폭력 실태조사, ▲ 문체부 내 성폭력 전담 기구 설립, ▲ 가해자에 대한 징계성 조치, ▲ 피해자 지원 등을 포함한 정책을 수립하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제대로 입안돼 시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1년이 지나 다시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타오르자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나서고 있다고 여성문화예술연합은 꼬집었다.

'제1차 미투 공감 소통 간담회'
'제1차 미투 공감 소통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정현백 여성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카페에서 열린 제1차 미투 공감 소통 간담회에서 여성계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8.3.7
hkmpooh@yna.co.kr

◇ 전문 신고·상담 창구 없고 실태조사는 일부 시범조사 =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을 전담할 신고·상담 창구가 필요하다는 건의에 문체부는 계속 여성가족부와 연계하겠다는 대답만 내놨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1366)나 해바라기센터 등을 이용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문화예술인들은 이런 창구가 예술계 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해 제대로 된 신고나 상담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런 기구가 실효성이 있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면 이번에 SNS나 미디어를 통한 '미투' 고발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이성미 시인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기존의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에 피해 사실을 얘기해도 그쪽에서 문화예술계 권력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해 '그게 무슨 성폭력이냐'는 식의 얘기만 듣고 만다"며 "문체부 내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의 시작인 실태조사도 문화예술계 전 분야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시범조사로 문학, 시각예술(미술·사진) 등 일부 분야에서만 이뤄졌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였다.

시범조사는 여성문화예술연합이 문항 마련과 조사 대상 선정 등을 도와주는 등 적극 지원했는데도 문체부가 조사 결과를 일부만 공개하는 등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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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 징계 조치 없어 피해자 고통 지속돼 = 여성문화예술연합은 성폭력 대책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해자 징계 문제를 꼽는다. 아무리 피해자들이 위험과 고통을 무릅쓰고 고발해도 시간이 지난 뒤 가해자들이 다시 업계로 복귀해 마주치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고통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예술계는 일반 직장과 달리 가시적인 틀이 있는 조직이 아닌 만큼, 사법적인 형벌 외에 가해자들이 업계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문체부가 나서 제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문화예술인들은 요구한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은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을 1년 전부터 촉구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예술계 권력자들이 국가 지원금을 집중적으로 받아왔고, 공공 기관장, 대학교수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성미 대표는 "예술계는 공적 지원금이 많이 투입되는 곳이고, 문체부가 할 수 있는 강력한 가해자 징계 조치는 공적 지원금에서 영구 배제하는 것, 공공 예술기관장이나 교수직에 임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문체부는 지난 1년간 (법률 등) 근거가 없다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거가 없다면 지금처럼 국회에서도 의지가 확고히 있을 때 입법안을 마련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은 문체부가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에 그동안 외면하다가 최근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서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하는 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문체부는 1년 동안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이 결정된 것처럼 언론에 발표하는 기만적인 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면서 "언론에 보도된 기사만 보면 문체부는 필요한 정책들을 잘 실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예술인들은 1년이 넘게 기다렸다.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 신고센터, 신고해도 어떤 해결도 없는 창구를 기다린 것이 아니다"라며 "콘트롤타워를 맡은 여가부 장관은 문체부가 예술계 성폭력 해결 시스템을 실효성 있게 만들도록 강력하게 견인해야 할 것이다. 예술계 특수성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대로 만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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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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