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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 위험수당은 고작 月 6만원"

송고시간2018-0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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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2001년 3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주택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1층에 아들이 있어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라는 얘기를 듣고 불길에 휩싸인 집에 소방관 6명이 뛰어들어갔다. 수색하던 중 '조심하라'는 외마디가 터져 나왔으나 뒤를 돌아다 볼 새도 없이 2층 건물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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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소방관 유족들은 해당 사태가 '인재(人災)'라고 반발했다. 조사 결과 소방관 대부분이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소방관이 어떻게 화재 현장에 산소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들어갈 수가 있었느냐"며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소방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소방관들은 방수복과 안전화, 안전모를 제외한 나머지를 사비로 사야 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소방관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매년 평균 7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300여 명이 다친다. 평균 수명은 58.8세, 근무시간 평균 주 56시간이다. 소방관의 40% 가량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한다. 소방관의 안전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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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위협받는 소방관, 위험수당은 제자리걸음

소방청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소방공무원의 정원은 4만7천457명이었다. 이 가운데 현장인력 정원이 3만5천224명이다. 현장 활동 인력이란 지방직 중 소방경 이하 계급에서 화재 진압 및 구급 임무를 맡은 이들을 말한다.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의 신체 부상은 빈번하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순직 및 공상 현황’에 따르면 2012년 285명이었던 공상자(부상자)는 2016년 448명까지 증가했다.

2012~2016년 부상자 총 1천725명 중 구급활동(419명ㆍ24.2%)과 화재 진압(350명ㆍ20.2%) 중 입은 부상이 많았고, 교육훈련 181명(10.4%), 구조 174명(10%), 기타 601명(34.8%)이었다.

목숨을 위협받는 경우도 많다.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2015)에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업무는 고열에 노출되기 쉬우며, 이로 인해 화재 진압 도중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을 수 있다. 또 무거운 진화장비, 호흡장비, 방화복 등으로 근골격계 질환을 입을 수 있고 사이렌, 엔진, 펌프 등에서 나는 소음, 유독물질 등도 소방관의 건강을 해치는 물리적 위험요소다.

반면, 처우는 제자리걸음이다. 목숨을 걸고 일하는 직업이지만, 현재 소방관의 위험근무수당은 월 6만 원이다. 2002년 3만 원과 비교해 3만원 오른 수준이다. 화재진화수당은 10년 동안 최대 월 8만 원에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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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에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방공무원 복지 향상에 힘써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위급한 현장에서 국민 생명을 구하는 소방공무원의 위험수당이 월 6만 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수당 신설 및 수당 인상을 해달라"고 청원했다.

소방관이 체감하는 느낌도 비슷했다. '소방보건안전 및 복지실태조사'(2014년)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1만9천828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소방관 69.7%는 군인과 경찰에 비해 소방관에 대한 보상과 예우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다. 또 소방관 63.11%가 자신의 연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장비 시·도별 편차 커…무전기 노후화도 심각

소방관들의 장비 개선도 시급하다. 지난해 12월 29명이 목숨을 잃은 제천 화재 당시 소방관들이 들고 있던 무전기는 무용지물이었다. 119 상황실에는 "2층에 많은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지만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정보가 현장에 공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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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방서가 보유한 무전기 2만5천939대 가운데 내구연한 7년을 초과한 노후 무전기가 37%(9천588대)다. 무전기 10대 가운데 4대가량이 수명을 넘겨 제천참사 때처럼 교신이 불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충북의 무전기 노후율이 58%를 넘는 것을 비롯해 시·도별로 편차도 크다.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최인창 단장은 "사비를 털어 안전 장갑을 구입하고 현장에 진압 소방관이 1명만 출동하는 말도 안 되는 현재의 소방인력과 장비로는 제2의 제천참사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에는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다 방화복이 화염에 녹아내리면서 어깨와 손에 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구 북구 검단공단에 불
대구 북구 검단공단에 불

실제로 2014년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소방관들은 개인 안전장비의 지급 수량이 불충분하다고 느꼈다. 각 안전장비에 대해서 5점 만점에 3점 이하의 점수를 줬다.

개인들의 주관적 인식뿐만 아니라 기관의 장비보유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화재진압대원의 개인안전장비의 노후율은 전국 평균 방화복(29.2%), 헬멧(27.3%), 안전화(19.2%), 안전 장갑(22.5%), 공기호흡기(32.1%), 호흡기면체(32.2%)였다.

◇소방 예산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등 대도시와 달리 재정 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는 소방 예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 국가직 소방공무원은 583명, 지방직은 4만3583명이다.

강릉 매몰 소방관 2명 순직…슬픔에 잠긴 동료들
강릉 매몰 소방관 2명 순직…슬픔에 잠긴 동료들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불을 끄던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정자 붕괴로 건물 잔해 등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사고 현장인 석란정에서 동료 대원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2016년 7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를 위해 소방공무원법 개정안 등 총 6개 법안으로 구성된 일명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률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한 소방관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소방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에만 전시용 관심을 보일 것이 아니라 법 개정과 예산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경 단국대학교 공공관리학과 교수는 "국민과 정치인들이 정책을 결정할 때 얼마나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는지가 중요하다"며 "소극적인 재원투자와 소방관에 대한 처우는 결국 낮은 수준의 재난대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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