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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2심 재판부, '정경유착' 대신 "최고권력자 겁박" 규정(종합)

'특검 프레임' 깨졌다…정형식 부장판사, 박근혜 책임론 강조
"승마 지원, 최씨 반대로 정유라만 지원"…삼성 측 주장 인정
심정 밝히는 이재용 부회장
심정 밝히는 이재용 부회장(의왕=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은 이날 항소심 선고 지난해 2월 17일 특검팀에 구속된 지 353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leesh@yna.co.kr
질문 듣는 이재용
질문 듣는 이재용(의왕=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지난해 2월 17일 특검팀에 구속된 지 353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2018.2.5
leesh@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은 정형식(57·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5일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을 "최고 권력자의 겁박으로 이뤄진 뇌물공여"라고 규정했다.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측에 동일한 책임을 지웠던 1심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더 무겁게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특검 프레임'은 깨지게 됐다.

재판장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내린 뒤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판단을 설명했다.

정 부장판사는 "특검은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고 주장한다"며 "원심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판단했다"고 먼저 설명했다.

이어 정 부장판사는 "그러나 항소심은 이 사건을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서원(최순실)이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2심 재판부, '정경유착' 대신 "최고권력자 겁박" 규정(종합) - 2

삼성으로서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거액의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특검팀이 뇌물공여 혐의의 핵심으로 꼽은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과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모두 부인했다.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1심의 판단도 뒤집은 것이다.

정 부장판사는 "삼성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추진한 일부 현안들이 성공할 경우 이재용의 삼성전자 등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현안들에 각 계열사들의 경영상 필요나 합목적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353일만에 '자유', 향후 그의 행보는?
353일만에 '자유', 향후 그의 행보는?(의왕=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 17일 특검팀에 구속된 지 353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2018.2.5
leesh@yna.co.kr

재판부는 승마 지원을 위한 용역 계약도 특검 주장처럼 정유라 한 명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정유라를 포함한 승마 선수들을 육성하겠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최씨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삼성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등이 뇌물공여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이나 특혜를 요구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정치권력과의 뒷거래를 배경으로 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거액의 불법·부당 대출, 국민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의 투입 등과 같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을 이 사건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기업 비리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비자금 조성이나 회계 장부 조작 같은 불법행위가 이번 사건에선 벌어지지 않은 점도 주목했다.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권익위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권익위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면서 정 부장판사는 "공무원의 뇌물 요구가 권력을 배경으로 한 강요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동반할 때에는 공여자보다 공무원에 대한 비난이 상대적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뇌물을 준 사람보다 권력을 등에 업고 뇌물을 달라고 요구한 박 전 대통령이 범행의 실마리를 제공한 만큼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부장판사는 항소심 형사 사건이 늘면서 서울고법에 새로 신설된 형사13부 재판장을 맡았다. 지난해 9월 이 부회장 사건의 공판준비 절차를 시작해 이날 선고까지 약 4개월간 재판을 이끌었다.

정 부장판사는 앞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회지도층의 뇌물 재판을 맡기도 했다.

2013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천여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4년 솔로몬저축은행에서 총 4천만원을 수수하는 등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재판에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검찰의 상고 포기로 확정됐다.

정형식 부장판사
정형식 부장판사

s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2/05 19: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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