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니그로(negro)라는 말 들으면 심장이 멎는 느낌"
송고시간2018-01-22 09:00
https://youtu.be/DvMrmMFHPos
<<시각장애인 음성정보 지원을 위한 텍스트입니다>>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스웨덴의 H&M이 흑인 어린이 모델에 이처럼 인종차별적 문구가 적힌 옷을 입혔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이 모델의 어머니가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지 말라'고 나섰지만, 백인 어린이 모델이 '정글의 생존 전문가'(Mangrove Jungle Survival Expert)라고 적힌 같은 제품을 입었다는 사실에 여론은 더 악화됐죠.
유명인의 보이콧도 잇따랐습니다. 지난해 H&M과 함께 남성복 컬렉션을 내놨던 가수 위켄드는 "H&M과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미국 프로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SNS를 통해 이 광고를 비난했습니다.
남아공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다수의 H&M 매장이 공격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H&M 측의 해명과 사과에도 논란이 계속되는 건, 흑인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것이 ‘전통적' 인종차별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3년 브라질에서는 흑인 연방대법원장과 원숭이의 사진을 나란히 실은 칼럼이 나왔고, 프랑스에서는 ‘바나나를 찾다'는 속어를 사용해 흑인 장관을 원숭이에 빗댄 주간지가 논란이 됐습니다.
광고계의 끊이지 않는 인종차별적 이미지 생산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비누·샴푸 브랜드 '도브'(Dove)가 흑인 여성이 제품을 쓰고 난 뒤 백인으로 탈바꿈했다는 내용의 광고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로션 브랜드 니베아 역시 흑인 모델이 크림을 바른 뒤 하얗게 된 피부를 보며 만족하는 광고를 내보낸 바 있으며, 중국에서는 흑인이 세제를 물고 세탁기에 들어가자 피부가 하얀 중국인으로 변했다는 광고가 나왔죠.
이같은 논란을 그저 해외 가십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교적 인종이 많이 섞이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도, 흑인이 더럽거나 열등하다는 잘못된 편견으로 타인을 경멸하거나 차별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니그로(negro)라는 말을 들으면 심장이 멎는다. ‘흑형'은 기분이 나쁜 말인데 그걸 모르고 쓰는 사람이 정말 많다"
모델 한현민 씨는 지난해 BBC 코리아를 통해 한국에서 검은 피부로 사는 고충을 이처럼 털어놓았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와의 축구 국가대항전에서 일부 외국 선수들이 ‘눈 찢기' 제스처로 동양인을 비하해 여론이 들끓었죠. 당해보면 어이없는 인종차별, 우리도 무심코 타인에게 행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면 어떨까요.
(서울=연합뉴스) 전승엽 기자·김지원 작가·장미화 인턴기자
kiri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1/22 09: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