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근본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 온건 이슬람국으로 달라질까

빈살만 왕세자 다음 청산 목표는 보수 종교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른바 사우디아라비아판 적폐 청산 작업을 추진 중인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지난 40여 년 간 사우디 국민의 생활을 통제해온 종교적 극단주의를 다음 쇄신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근본주의 종파인 와하비즘을 신봉해온 사우디 왕가는 그동안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도 재정지원 등을 통해 근본주의 이슬람을 '수출'해왔다.

특히 파키스탄 등지의 이슬람 율법 학교 등을 재정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국제적 지하디스트들을 양성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 (AP=연합뉴스)

그러나 '탈(脫)석유' 사우디 장래를 모색하고 있는 32세의 젊은 빈살만 왕세자가 최근 왕자들과 부유층 등 기득권 세력에 대한 대대적 사정 작업에 나선 데 이어 사우디인들의 생활을 옥죄어온 종교세력의 권한 억제를 다음 쇄신 목표로 설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전했다.

이에 따라 과연 사우디가 시대착오적인 보수적 이슬람국 이미지로부터 변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여성의 운전과 음악 콘서트 등을 허용한 것도 이러한 종교적 영향력 감소 정책의 하나로 보여지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그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의 경제적 현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유화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사우디를 보다 관대한 이슬람국으로 복귀시키려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 10월 빈살만 왕세자는 리야드에서 열린 한 투자회의에서 사우디를 세계와 모든 종교 및 전통에 개방된 관대하고 온건한 이슬람국으로 복귀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성에 대한 운전금지 해제, 35년 만의 영화관 재개관, 공개장소 음악 연주 허용, 그리고 여성의 축구경기 관람 허용 등은 지난해 9월 이후 그가 추진해온 사회적 자유화 개혁의 일환이다.

빈살만 왕세자의 파격적인 자유화 개혁은 그동안 사우디 사회를 구석구석 통제해온 종교계 등 보수파로부터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종교세력은 만약 여성에 운전이 허용되면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게 되면서 유혹에 쉽게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여성 노동력 필요성 측면에서 여성에 대한 개방정책을 지지하는 층도 너무 빠른 자유화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슬람 탄생 국으로서 사우디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분적인 개방화에도 불구하고 의복과 해외여행, 공개장소에서 남녀 자리 구분 등 이슬람 관습에 따른 각종 여성활동 제한은 여전하며 이들이 해제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사우디가 엄격한 보수 이슬람을 선택한 데는 사우디 왕가의 통치 전략과도 관계가 있다.

18세기 사우디 왕가는 이슬람 종교지도자 무함마드 이븐 압달 와하브와 정치적 동맹을 맺었으며 와하브는 대신 사우디가 예언자 무함마드 시대의 순수신앙 관습으로 복귀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와하비즘으로 불리는 엄격한 수니 근본주의 이슬람이 사우디의 지배적인 종교관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사우디의 부족적 전통과 종교적 고려 사이에서 사회역학구조가 형성되면서 사우디는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으로 변모했다.

특히 지난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과 무장극단주의 세력에 의한 메카 점거소동이 벌어지면서 사우디 왕가는 종교세력의 이반을 통치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간주, 이들에 대한 무마에 나서면서 보수 종교세력의 입김이 더욱 강해졌다.

종교계가 임의로 엄격한 율법을 일상생활에 도입할 수 있게 됐고 사우디 지도부는 석유로 인한 풍부한 재원으로 해외 투자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내외의 보수 이슬람 포교를 지원하고 나섰다.

종교 강경파들이 반대하는 관광이나 오락 같은 산업은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근래 어쩔 수 없이 일기 시작한 사우디 사회의 변화는 종교적 보수파들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위성 TV와 인터넷 영향으로 사우디인들은 더욱 다양한 사고에 접하게 됐고 지난 10여 년간 서구 대학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공부한 수십만 명의 사우디인들이 귀국하게 됐다.

교육은 물론 국가의 진로에 대해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지면서 그동안 와하비즘이 핵심이던 교과서 내용도 대폭 바뀔 전망이다.

사우디 왕가와 종교계 간의 '동맹'이 약화하면서 사우디 정부는 2016년 가장 획기적 조치로 종교경찰의 체포 권한을 박탈했다.

또 그동안 와하비즘을 국제적으로 확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맡았던 세계이슬람교도연맹(WML)도 이제는 종교 간 이해를 촉진하는 온건파 성직자가 이끌고 있다.

사우디 지도부는 지난해 9월 반체제 세력과 연계된 강경 이슬람 세력들을 체포했으며 최근 종교경찰의 권한을 박탈하는 데 반대한 이유로 왕실 내 고위 서열인 할레드 빈 탈랄 왕자를 구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지도부의 이러한 강경책으로 자유화 개혁에 대한 왕실과 종교계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년간에 걸쳐 생활 곳곳에 스며든 엄격한 종교관습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으나 시대변화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우디인들의 지지 속에 빈살만 왕세자의 또 다른 종교개혁 작업이 가속할 전망이다.

yj378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1/10 11:40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산업/경제
사회
전국
스포츠
연예ㆍ문화
세계
더보기
AD(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