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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TV "영국은 '폭동'이라면서 이란은 왜 '항거'인가"

서방 언론 '이중 잣대' 비판
"영국은 폭동이고 이란은 항거인가"[프레스TV]
"영국은 폭동이고 이란은 항거인가"[프레스TV]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국영 영어방송인 프레스TV는 2일(현지시간) 최근 이란 내 시위와 소요에 대해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란에 들이대는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이 방송은 이날 보도한 동영상 편집물을 통해 "2011년 영국에서 일어난 소요는 '폭동'이라고 부르면서 왜 이란에서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항거'라고 부르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2011년 영국 런던 '폭동' 화면과 이번 이란 내 시위의 장면을 교차편집해 "두 사건 모두 시위대 일부가 공공 기물을 파손하고 거리에서 불을 질렀다. 무엇이 다른가"라고 질문했다.

런던 폭동으로 언론에서 일컬은 사건은 2011년 8월8일부터 약 1주일간 계속됐다. 런던 북부에서 경찰의 총격에 흑인 남성이 사망한 일로 촉발됐지만 순식간에 런던 일대에서 방화와 약탈로 번졌다.

원인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영국 사회에 누적된 사회, 계층적 병폐가 폭발한 사건이라는 데 의견이 대체로 모인다.

이란에서 시위가 매우 이례적이긴 하지만, 사회와 정부에 쌓인 불만이 집단행동이라는 형태로 표출됐고 그 과정에서 폭력 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2011년 영국과 유사하다고 프레스TV는 주장했다.

그럼에도 영국 사례는 국가 시스템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로, 이란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의로운 이미지로 비치도록 유도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이란 시위, 소요 사태의 특징은 시위 참가자의 요구와 구성이 다층적, 복합적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시위의 성격을 규정하기 어려운 데도 서방 언론은 이란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해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한다는 게 이란 정부는 물론 시중 여론의 불만이다.

이런 편향된 이중 잣대는 서방이 다루기 어려운 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붕괴와 정권 전복을 바라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적대적 확장주의, 더 깊이 자리 박힌 반이슬람 정서가 배경이라고 이란 정부는 비판한다.

이란에서 조금이라도 이상 조짐이 보이기라도 하면 이란 체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또는 그렇게 되길 바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서방 언론이 확대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는 서방 언론이 자신들이 바라보고 싶은 것만 보는 고질적인 확증 편향의 오류 속에서 이란의 현상을 분석하는 바람에 사실을 왜곡하고 날조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번 이란 내 시위 역시 서방 언론은 '반정부 항거', '독재적 신정체제에 대한 저항'이라고 규정하는 반면 이란 정부는 '물가 시위'라고 다르게 접근했다.

"영국은 폭동이고 이란은 항거인가"[프레스TV]
"영국은 폭동이고 이란은 항거인가"[프레스TV]

이란 정부는 자국민이 겪는 실업과 물가 폭등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13년 깜짝 당선된 것도 경제난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이 주효해서다.

그런 점에서 이란 정부는 '물가 시위'라는 용어로 정치색을 최대한 걷어냈다. 민생고가 심각하긴 하지만 거시 지표는 향상되고 있고 이런 요구는 정권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로하니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어느 사회나 일상에서 어려움은 있다. 이런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자유국가 이란에서 당연한 시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이런 경제난의 주범은 정부의 실정이라기보다 미국의 불법적이고 불공평한 경제 제재라는 게 이란 정부의 주장이다.

이란 정부는 2일부터 시위 중 발생한 폭력을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이는 외부 세력의 공작에 말려든 일부 '폭도'가 시위대에 섞여 평화로운 국민의 요구를 오염시켰다면서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입을 지목했다.

반면, 대부분 서방 언론은 매우 드문 현상인 것만은 분명한 이란 내 시위와 소요가 이란 최고지도자와 정부에 큰 타격을 입히고, 더 나아가 이슬람혁명 체제의 약화로 이어진다고 전망한다.

이번 시위보다 정치적 지향이 선명했고 더 조직적이었던 2009년 개혁진영의 반정부 시위 당시 서방 언론은 비슷하게 전망했지만 이후 오히려 이란은 더 보수화됐다.

그렇지만 강경 진압된 2009년 시위로 축적된 변화에 대한 열망과 경험이 2013년 로하니 정권을 창출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서방 언론을 과거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란 국민은 이번 시위를 체제에 대한 항거로 규정하는 그들의 논리에 찬동하고 동조할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진 것도 사실이다.

이란이 서방 언론이 짠 틀을 '내정 간섭'이라고 경계하는 지점이다.

서방측의 예측이 실현될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이란에서 분명해진 사실은 과거처럼 통제 일변도의 국정 운영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이는 서방의 이란에 대한 공세에 좋은 재료가 되리라는 점이다. 이란 국민도 정부 정책이 못마땅하다면 집단행동으로 표출하는 '옵션'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이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중 방화[로이터=연합뉴스]
이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중 방화[로이터=연합뉴스]

hsk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01/04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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