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5문제 딸린 지문 '엉터리'"

김찬주 이대 교수, 교육전문지에 검토결과 발표
"이론의 여지 없이 핵심 내용 완전히 틀려…재발 방지책 시급"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지문의 핵심 내용이 완전히 잘못된 '지문'이 출제됐다는 주장이 뒤늦게 제기됐다.

이 지문은 딸린 문제가 5개로, 그해 수능 언어영역에서 비중이 최대인 지문 중 하나다.

14년 전 일이어서 피해자 구제 등은 사실상 불가능할 공산이 크지만, 출제 문제에 대한 분야별 전문가의 지문 검토 의무화 등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엉터리 지문'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엉터리 지문'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지문의 핵심 내용이 완전히 잘못된 '엉터리 지문'이 5문제짜리로 출제됐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해당 지문과 이를 읽고 풀어야 하는 43∼47번 문제(빨간 선 안에 표시)가 출제된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문제지의 12∼13페이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기출문제 시험지] 2017.12.29.

29일 교육계와 과학계에 따르면 이화여대 물리학과 김찬주 교수는 교육 전문지 '우리교육' 겨울호에 낸 '2004학년도 수능의 새로운 오류 발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런 검토결과를 밝혔다.

인문계·자연계·예체능계 등 전계열 공통으로 출제된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에는 물리학의 양자역학에 관한 지문이 나왔으며, 여기서 5문제(43∼47번)가 출제됐다.

이 지문에는 "양자역학에서 예측하는 현상 중에는 매우 불가사의한 것이 있다"며 한 쌍의 입자에 대해 각각 '운동량'을 측정하는 경우를 가정해 2개 문단에 걸쳐 13개 문장으로 이뤄진 예시가 나온다. 이 예시는 이 지문의 핵심 내용이며, 분량으로는 절반이 훨씬 넘는다.

그러나 이 지문의 내용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이 김 교수를 비롯한 물리학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 문제를 몇 주 전에 본인 페이스북에 공개해 동료 물리학자들과 의견 교환을 해 왔다.

김 교수는 "이 지문의 내용은 물리학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이 완전히 틀렸다"며 "사소한 오류가 아니라 핵심 내용 자체가 틀렸다. 첫 문장부터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의 연속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문에 나오는 '운동량'이라는 용어가 (변형되어 출제 지문으로 사용되기 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문에는 '스핀'으로 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출제위원들이 '스핀'을 '운동량'으로 바꾸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문의 '운동량'을 모두 '스핀'으로 바꾸면, 여전히 약간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의미가 통하는 글이 된다"고 추정의 근거를 설명했다.

'스핀'은 양자역학적 입자나 시스템의 고유 성질 중 하나로, 한국어로는 따로 번역하지 않고 '스핀'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스핀 각운동량'이라는 번역어가 쓰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스핀이나 각운동량은 그냥 '운동량'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2004년 수능 오류 지적한 김찬주 교수의 글
2004년 수능 오류 지적한 김찬주 교수의 글(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2004년 수능 언어영역에 핵심 내용이 잘못된 지문이 출제됐다는 점을 지적한 이화여대 물리학과 김찬주 교수의 글. 2017.12.29.

설령 지문과 문제에서 주어진 가정을 따르더라도 45번 문제는 모든 보기가 정답이 될 수 있으며 46번은 보기 다섯 개 모두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하여 지문의 내용만을 바탕으로 답을 골라야 한다고 (평가원과 출제자가 변명)하겠지만 이쯤 되면 수능 문제로 결격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지문과 문제가 완전히 잘못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수능 기출문제'로 학습하고 있다며 "수능의 권위를 빌어 양자역학이 잘못 알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심사 대상이 되지 않으며 심사할 수도 없다고 한다"며 "그냥 덮으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가겠지만, 물리학자로서, 교육자로서 그럴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평가원이 언어영역 비문학 문제를 낼 때는 반드시 해당 분야 전문가의 꼼꼼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제안이다.

김 교수는 이런 지문의 오류가 다른 분야에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분야별로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지문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olat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12/29 12:03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산업/경제
사회
전국
스포츠
연예ㆍ문화
세계
더보기
AD(광고)
광고
AD(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