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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다'는 형용사 아닌 동사…국어원이 야기한 품사 논란

"과거형 어미 붙어도 현재 의미해 동사" vs "동사는 동작·작용 지칭"
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 제공]
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잘생기다'와 '못생기다'는 형용사일까, 동사일까.

두 단어를 포함해 '낡다', '잘나다', '못나다' 등 5개 어휘를 놓고 난데없이 품사 논쟁이 일고 있다.

논쟁은 국립국어원이 지난 1일 3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국립국어원은 그간 일반인들이 문제를 제기해 온 효과의 발음으로 '효꽈'를 인정하면서 5개 단어의 품사를 형용사에서 동사로 변경했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형용사의 어간에 '-었-'이 결합하면 과거의 의미가 드러나는데, 이 단어들은 '현재 상태'를 드러내기 때문에 품사를 동사로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즉 '잘생겼다'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의미하므로 동사라는 것이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은 동사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 형용사는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품사'라는 국어대사전의 정의를 근거로 들면서 '잘생기다'를 동사를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잘생기다'가 형용사인 이유로 '잘생기자', '잘생겨라' 같은 청유형이나 명령형으로 쓸 수 없다는 점도 제시했다.

사실 '잘생기다'는 많은 사람이 형용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전이 분류한 품사는 저마다 달랐다. 1990년대 이후 발간된 주요 사전 가운데 신원프라임이 펴낸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사전'은 '잘생기다'를 동사로 표시했다.

'잘생기다'의 품사를 동사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학계에서 제기됐다.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1990년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못생기다'와 '낡다'의 활용 양상이 일반적인 형용사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후 국어학계에서는 '잘생기다'류 단어의 품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배주채 가톨릭대 교수는 2014년 내놓은 논문에서 그간의 논쟁을 정리한 뒤 "이 단어들의 특이한 활용 양상은 전형적인 동사나 형용사에서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미 '-는다/ㄴ다', '-었-', '-는'이 붙어 현재를 나타내면 동사이고, '-다'가 붙어 현재를 의미하면 형용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잘생기다'는 "너는 잘생기다"가 아닌 "너는 잘생겼다"로 써야 하므로 동사라고 덧붙였다.

국립국어원이 15일 다시 배포한 ''잘생기다' 등 형용사의 품사 변경에 대한 안내' 자료에도 이 같은 설명이 담겼다.

국어원은 "동사와 형용사는 활용 양상의 차이를 기준으로 구분되지만, 용언 중에는 활용을 거의 하지 않아 품사를 구분하기 어려운 예가 있다"면서도 "학계에서 '잘생기다'와 '못생기다'를 동사로 보는 견해가 중론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생기다'처럼 두 단어가 결합한 어휘의 품사는 뒤쪽 단어의 품사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늙다'와 '닮다' 같은 동사 또한 과거형 어미가 붙어도 현재를 나타낸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처럼 활용 양태로 품사를 구분하려면 동사와 형용사의 정의도 바꿔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학계 관계자는 "'잘생기다'와 '못생기다'가 사물의 성질을 지칭하는 단어임은 분명하다"며 "국립국어원이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는 명확한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12/17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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