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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하 " 가운데 중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송고시간2017-12-06 07:00

"극단적인 선택 피하려는 '인간다운' 행동"

행동경제학 이론 현장 적용 성공사례 다수… 日환경성, CO₂저감 실증실험에 도입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저녁에 먹을 고기를 사러 슈퍼에 간다고 치자. 진열대 맨 위에는 제일 비싼 고급 한우, 가운데는 가격이 중간인 일반 한우, 맨 아래 칸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수입 쇠고기가 진열돼 있다면 어느 것을 고르게 될까. 애초 상대적으로 싼 수입고기를 사려고 했던 사람도 예산을 다소 초과하더라도 중간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학문적으로 증명된 "인간다운" 행동이라고 한다.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이 분야의 권위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넛지(nudge)"이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넛지란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신호를 보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밀거나 가볍게 찌른다는 의미다. 인간은 원래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전제로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이 넛지이론을 잘 이해하면 실생활에서도 쏠쏠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NHK 캡처]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NHK 캡처]

미국 구글사 구내식당의 사례는 인간의 행동에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분석하는 행동경제학의 넛지이론을 현장에 도입한 대표적 성공사례로 자주 소개된다.

구글은 애초 사원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24시간, 무료로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게 하는 구내식당을 운영했다. 그러자 비만 사원이 많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구글은 즉시 행동경제학의 이론에 입각, 과식을 막기 위해 평범하지만 괜찮은 아이디어를 식당에 적용했다.

먼저 샐러드를 가장 눈에 잘 띄는 좋은 자리에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샐러드를 먹는 양이 증가했다. 그릇의 크기를 축소해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양을 줄이도록 했다. 음료수도 눈에 잘 띄는 곳에는 물을 놓고 탄산음료는 잘 안 보이는 곳으로 옮겼다. 캔디 류도 조금 떨어진 장소로 옮겼다. 이런 간단한 자리변경만으로 사원의 체중 줄이기와 건강관리에 큰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게티이미지 제공
게티이미지 제공

또 다른 IT(정보기술) 대기업인 오라클 산하의 에너지 관련 기업 오파워사는 행동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에너지 절약에 도전하고 있다. 가족구성이 같은 가정의 경우 전기요금이 자신의 집보다 훨씬 적게 나온다는 걸 알려주고 구체적인 에너지 절약방법에 관한 조언을 해준다. "사람은 (남과) 비교되면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행동경제학 이론을 적용해 실제로 고객을 늘린 것은 물론 지금까지 세계 10개국, 100여 개사와의 사이에 계속 2% 정도의 전력소비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에너지 절약을 촉진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운전을 얌전하게 하면(에코 드라이브) 연비가 좋아지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도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사람들은 이걸 뻔히 알면서도 실제로는 가속기를 밟아 환경에 해로운 운전을 하기 일쑤다.

이에 일본 환경성이 행동경제학적 사고방식을 도입한 실증실험을 시작했다. 실험에서는 먼저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설치해 운전자의 특성을 파악한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센서로 급발진이나 급제동 여부와 일정한 속도로 운전하는지 등을 분석한다. 운전이 끝나면 발진과 감속 등의 운전기술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운전기술을 평가한 점수가 표시된 스마트폰 화면[NHK 캡처]
운전기술을 평가한 점수가 표시된 스마트폰 화면[NHK 캡처]

점수는 다른 운전자와 비교되며 순위가 표시된다. 또 불필요한 가속이나 감속이 많으면 "연비가 나빠진다"는 충고도 표시한다. 긍정적인 표현으로 전달하는 것 보다 "나빠진다"는 마이너스 정보를 주는 편이 정보를 받는 사람이 그걸 회피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 쉽다는 이론에 따른 것이다.

물론 "연비가 개선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편이 에코드라이브의 동기유발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점을 고려해 실험을 담당하고 있는 '딜로이트 토마쓰 컨설팅(DTC)'은 운전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개인별로 어떤 어드바이스가 가장 효과적인지 검증하면서 연비 5% 개선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NHK는 행동경제학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이 이론을 이용해 소비자를 모르는 사이에 특정 결론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최종적인 판단은 자신의 몫이라고 지적하고 다만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으로만 판단하는 건 아닌 만큼 행동경제학 지식이 있으면 합리적 판단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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