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내년 한국 경제, 올해보다 어렵다
송고시간2017-12-02 12:00
주요 경제연구기관들 2.5~2.8% 전망… IMF만 3% 관측
올해 한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 3%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2014년(3.3%) 이후 3년 만의 2%대 성장률 탈출이다.
3분기 우리 경제는 1.4%의 ‘깜짝 실적’을 냈다. 2분기(0.6%)의 두 배가 넘고,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급반등했던 2010년 2분기(1.7%) 이래 최고치다. 가능성은 낮지만 4분기 성장률이 -0.5%로 후퇴하더라도 연간 성장률은 3.0%다.
이제 관심은 내년에도 경제가 순항할지에 쏠린다. 11월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3.2%로 0.2% 포인트 상향조정하면서 내년 성장률을 3.0%로 점쳤다.
IMF는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경기 순환적 회복세가 지속되리라 예상한다”며 “한국 정부가 소비 진작과 고용창출에 적극적인 만큼 내년 성장률이 3.0%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 연구기관들은 IMF보다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나란히 2.5%, 한국경제연구원은 2,8%,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7%를 각각 예상했다. 통상 해외 기관의 전망이 보수적이고 국내 기관의 예측이 낙관적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자동차·석유화학·건설 ‘흐림’… 민간소비만 다소 신장
한국경제연구원과 신한금투·메리츠·하나금투·키움증권 등 4개 증권사는 ‘2018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철강·전자는 ‘맑음’, 자동차·석유화학·건설은 ‘흐림’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 철강 수요는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생산량 조절, 중국 내 신규 건설물량 증가, 연관 산업인 기계의 업황개선으로 올해보다 1.6%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의 아이폰X(텐)과 삼성의 갤럭시S9 출시,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 양산, 선진국 가전수요 증가 등은 전자부품사들에 호재로 여겨진다.
자동차는 중국과 미국 양대 시장의 부진에 발목이 잡힐 전망이다. 건설은 중동 지역의 수주가 다소 늘겠지만 국내에선 강력한 부동산대책으로 분양과 매매 물량의 동시 감소가 예상된다. 북미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로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석유화학도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내년 수출증가율을 올해 10.9%(추정치)의 절반도 안 되는 4.1%로 점쳤다. 미·중, 한·중 등 국제통상 마찰, 북핵 리스크, 기저효과 소진 등이 악재다.
설비투자는 올해 12.8%에서 내년 5.1%로 반 토막이 나고, 건설투자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에 따라 올해 8.3%에서 내년 5.6%로 감소가 예상된다.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양극화가 우려된다. 가계대출 억제정책의 영향으로 은행의 대출심사가 깐깐해져, 우량 중소기업 외에는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민간소비는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정책에 힘입어 올해 2.3%에서 내년에 2.6%로 다소 살아날 전망이다. 소상공인 경기도 낙관적으로 관측된다. 소비활성화와 함께 카드 수수료율 인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 소상공인 친화정책이 긍정적 요인이다.
◇수출 온기 내수에 못 미쳐… 미·중 갈등 최대 불안요인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 경기회복 영향으로 수출은 증가하겠지만 내수까지 파급효과가 미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전자통신은 올해의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스마트폰이 다소 부진하겠지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늘어나서다.
자동차는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많이 증가하겠지만, 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 냉각 탓에 내수 판매는 소폭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동안 경기를 부양해온 건설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선제적 대응으로 건설경기를 연착륙시켜야 건설투자 절벽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며 “거시지표보다 산업지표를 주시하면서 체감경기에 부응할 수 있는 눈높이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미 올 하반기부터 투자 활력이 떨어지면서 경기의 상승흐름이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전자통신 투자는 늘고 있지만 전체 산업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특히 건설은 주택과 상업건물은 물론 토목까지 부진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소비심리는 재정지출 확대, 최저임금 인상, 공공고용 증대, 실질생계비 인하 등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 효과로 조금씩 살아날 전망이다.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는 미·중 갈등에 따른 통상 리스크를 지목했다. LG경제연구원은 “미·중 갈등은 내년에도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전망”이라며 “양국 교역비중이 높은 한국도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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