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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폭력 이제 그만] ② '솜방망이' 징계가 재발 부른다

송고시간2017-10-25 12:30

한양대·부산대·전북대병원 등 가해자 정직 1~3개월 불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폭언, 폭행을 일삼고도 기껏해야 정직입니다. 폭행당한 전공의는 복직한 지도 교수와 다시 봐야 하는 데요. 현실성 없는 징계는 재발을 야기하고 폭행을 침묵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안치현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 내 폭력이 그치지 않는 데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꼽았다.

애초에 징계의 수위가 높지 않아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데다 복직 후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는 전공의들도 많다는 지적이다.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괜히 폭행, 폭언 등의 사실을 알렸다가는 제대로 해결도 되지 않은 채 본인에게 2차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공의들 사이 '어차피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무기력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 병원 내 전공의 폭행 가해자, 즉 지도교수에 대한 처벌 수위는 미미한 편이다.

폭행 물의를 일으킨 전북대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2018~2019년 2년간 '정형외과 레지던트 모집 중단(2017년 정원 3명)'이란 중징계를 받았으나 정작 가해자로 지목된 지도교수는 정직 1개월이라는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

다른 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공의들을 상습폭행했다는 부산대병원 교수도 지난달 29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고작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 당시 부산대병원 노조에서는 "자격 미달 교수는 병원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양대병원 역시 지난 3월 전공의 무단이탈로 드러난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지도교수에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내렸다. 당시 전공의들이 해당 지도교수의 폭언,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처분은 정직에 불과했다.

이러한 처분에 전공의들의 불만도 적지 않지만 폐쇄적인 의사 사회 특성상 반대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도제식 수련 과정을 밟는 전공의들에 지도 교수는 '슈퍼갑'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 전공의 A씨는 "어차피 신고해도 내부에서도 조용히 넘어가자고 쉬쉬하는 편"이라며 "괜히 분란을 일으켰다는 오명을 쓸까 두려워 당사자들도 문제를 키우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복직한 지도 교수 아래서 전공의 수련을 이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는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안 회장은 "현재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와 같은 기본 원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솜방망이 징계는 폭행 사건 재발을 야기하고 전공의를 침묵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므로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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