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DMZ에 공중정원을"…세계적 작가들 손잡은 '대지를 꿈꾸며'(종합)

송고시간2017-10-25 15:12

재일 작가 최재은 주도, 올라푸르·이우환·시게루 반 등 합류

비무장지대에 작품 설치할 수 있을까
비무장지대에 작품 설치할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오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대지를 꿈꾸며'(Dreaming of Earth)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작가 최재은이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철원지역 비무장지대(DMZ)에 공중정원과 저장소 등을 설치하고자 하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국내외 12명 작가가 참여한다. 2017.10.25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에는 평강고원이 있다. 1천100년 전 궁예가 후고구려를 잇겠다며 세운 태봉국 도성이 이곳에 자리했다. 한국전쟁 기간 엄청난 양의 지뢰가 뿌려진 곳이기도 하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대는 그 덕분에 생태의 보고로 탈바꿈했다.

이곳에 정원이 있다면 어떨까. 주변 풍광을 둘러볼 수 있는, 새도 가끔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탑이 있다면 어떨까. 재일 설치미술가 최재은을 비롯한 각국 작가들이 손잡은 '대지를 꿈꾸며'(Dreaming of Earth) 프로젝트가 구상하는 공중정원 모습이다.

최 작가는 25일 서울 광화문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대지를 꿈꾸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프로젝트 핵심은 궁예도성을 중심에 두고 20km 가까이 이어지는 공중정원이다.

땅에서 3~6m 떨어진 높이의 정원 위에 올라푸르 엘리아손, 스튜디오 뭄바이, 이우환, 이불, 다다시 가와마타 등 유명 현대 미술가들이 디자인한 정자 12개와 건축가 승효상, 최재은 등이 구상한 탑 3개가 들어선다. 통로 설계는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의 시게루 반이 맡았다.

발언하는 앨런 와이즈먼
발언하는 앨런 와이즈먼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광화문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대지를 꿈꾸며'(Dreaming of Earth)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없는 세상' 저자인 미국 작가 앨런 와이즈먼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이 설치미술가 최재은, 건축가 조민석. 2017.10.25 scape@yna.co.kr

최 작가는 "공중은 매우 특별한, 제3의 공간"이라면서 "지뢰로부터 보호하고 인간과 자연의 거리감도 두기 위해 공중정원을 제안했고, 시게루 반에게 내건 첫 번째 조건도 공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정자 7개와 탑 1개는 북한 작가들을 위해 비워둘 예정이다.

궁예도성 오른쪽에는 제2 땅굴을 이용한 종자은행과 지식은행이 들어선다. 두 저장소 설계는 건축가 조민석이, 그 매뉴얼은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가 기획한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선보인 초안 '꿈의 정원'보다 더 구체화하고 발전한 형태다. 작가는 시게루 반과 협업을 계획했으나 세계적 작가들이 기꺼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합류하면서 프로젝트를 더 키웠다.

구체적인 실무 작업도 진행 중이다. 유연하면서도 구조화할 수 있는 재료인 대나무를 공중정원 주재료로 계획하는 만큼, 담양 대나무를 수원에 이식해 관찰 중이다.

작가는 DMZ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고려한 듯 "자연의 일부가 되는" 공중정원을 구상 중임을 강조했다.

작가들에게도 설계에 인공적인 물질을 일절 투입하지 않은 채 바람, 불, 물, 공기, 빛 등을 활용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올라푸르 엘리아손이 구상한 정자도 물방울을 이용한 작품이다.

최재은, '대지를 꿈꾸며'(Dreaming of Earth) 개념도 [국제갤러리 제공]
최재은, '대지를 꿈꾸며'(Dreaming of Earth) 개념도 [국제갤러리 제공]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현실성이다. 통일은 고사하고, 한반도 긴장이 누그러지지 않는 상황에서 "평화를 촉발하는 가교"를 자신하는 공중정원 프로젝트가 빛을 볼 날이 있을까.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지만, 현재는 작품 구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작가는 과거 통일부에 프로젝트 초안을 제출한 적이 있으나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최 작가는 "현실이 될 때까지 영원히 진행될 프로젝트"라면서 "10년이 될 수도 있고, 당장 몇 년 후가 될 수도 있기에 작가들이 모두 그런 꿈을 꾸면서 합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시게루 반과 함께 프로젝트 초안을 유엔에 보냈으며, 머지않은 시점에 구체적인 안을 공식 제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DMZ 등을 탐사한 결과를 토대로 인간이 사라진 이후의 세상을 상상한 논픽션 '인간 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2007) 저자 앨런 와이즈먼도 참석했다.

앨런 와이즈먼은 큰 반향을 낳은 '인간 없는 세상'을 "유스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닌, 세상이 어떻게 회복하느냐를 고민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책 집필을 위해 인간으로부터 버려진 곳들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녔다"면서 "가장 흥미롭고 상징적인 곳이 DMZ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학자들이 DMZ에 평화공원 조성을 원했지만 그동안 아무것도 실현되지 못했다"라면서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전과 상상력을 사용해 다른 상상력을 응집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aira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