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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신해철법'…의료사고 자동조정 271건 그쳐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이른바 '신해철법'이 지난해 11월 30일 시행됐지만,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은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자폐성·정신장애 제외) 등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에 한해 병원 측의 동의 없어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분쟁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3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기동민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 도입 후 자동조정 절차에 들어간 중대 의료사고는 지난 9월말 현재 278건에 그쳤다.

자동 개시 사유별로는 사망 271건, 1개월 이상 의식불명 6건, 장애등급 1급 1건 등이었다.

조정개시 후 합의 조정된 경우는 31건, 조정 결정으로 절차가 진행 중인 게 16건으로 나타났다. 또 조정취하 26건, 각하 5건 등이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신해철법 시행 후 조정절차에 들어갈 의료분쟁사고가 매년 최소 900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런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분쟁조정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장애로 인한 자동조정 개시 건수가 1건에 불과한 데서 드러나듯 조정 적용대상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의료 소비자 단체는 금전적 여유가 없는 환자를 구제하려고 만든 법이므로 지금보다 적용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의료계의 반발로 법 제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대폭 줄었다"며 "사망 또는 식물인간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부닥치지 않으면 이 법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해철 법은 예전에 '예강이법'으로 불렸다. 예강이는 2014년 코피가 멈추지 않아서 찾은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요추천자 시술을 받다 쇼크로 숨졌다. 예강이의 부모는 딸의 사인을 밝히고 의료진의 잘못이 있었다면 사과를 받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조정을 신청했지만, 병원 측이 조정을 거부하면서 기각됐다.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 이후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예강이법은 '신해철법'으로 불리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제도가 무르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해보인다"며 "신해철법의 취지를 충분히 살려 분쟁중재원은 의료사고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정,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해철법 (CG)
신해철법 (CG)[연합뉴스TV 제공]

sh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10/23 11: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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