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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위안부 기록물 첫 심사 돌입…한·일 외교총력전

송고시간2017-10-22 07:00

국제자문위 24∼27일 등재여부 첫 심의…한·중·일 막후 외교 치열

일본 최대 무기는 10%에 이르는 분담금…'돈줄' 틀어쥐고 등재저지 압박

임기 다한 유네스코 총장 '정치적 부담'…결단 내릴지 주목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건물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건물

[A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첫 심사를 앞두고 한·중·일의 치열한 막후 외교전이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유네스코의 '돈줄'을 틀어쥐고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를 저지하는 것에 맞서 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내달 중순 임기를 마치기 전 세계기록유산 등재 결정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

22일 유네스코와 외교가에 따르면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2년에 한 번씩 여는 전체회의를 오는 24∼27일 열어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를 신청한 130여 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안건 중에는 한국·중국·일본·네덜란드 등 14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작년 여름 등재를 신청한 일본의 위안부 기록물 2천744건이 포함돼 있다. 이번이 등재 신청 이후 첫 심사다.

위안부 기록물 외 안건에 오른 한국의 기록유산은 조선통신사·국채보상운동·조선왕실 어감 관련 기록물 등 3건이 있으나 단연 위안부 기록물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중·일 3국이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시민단체를 막후 지원하거나 등재를 저지시키려는 외교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관련 기자회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
작년 6월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관련 기자회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 측은 IAC가 내주 회의에서 위안부 기록물을 평가한 뒤 이른 시일 내로 사무총장에게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권고하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난해 한·중·일 시민단체들이 위안부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뒤부터 매년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하고 있어 등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의 분담금은 최근 탈퇴를 선언한 미국(22%)의 절반가량인 전체의 10% 수준으로, 일본 정부는 거액의 자금줄을 틀어쥔 '큰 손'이다.

기술적으로는 일본이 연말까지 1년 단위로 내는 분담금을 납부하면 되지만, 일본은 10월 말인 현재까지도 여전히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는 위안부 기록물 등재심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위'라는 것이 유네스코 안팎의 공공연한 분석이다.

특히, 최근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시점에서 일본이 쥔 분담금은 유네스코가 더더욱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되면서 일본이 더욱 유리해진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정부는 물론 언론들도 가세해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과정에서 자국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극우성향 산케이신문은 최근 IAC 의장이 일본군 위안부 자료 등 관계국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안건 심사를 연기해달라고 사무총장에게 요구했다고 보도했으나, 유네스코 한국대표부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권고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IAC는 의장이 독자적으로 안건을 판단할 수 없으며 14명의 전원 합의에 따라 결정을 해야 하는 데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또, 아사히 신문은 지난 19일 유네스코가 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해 이견이 있으면 당사자 간 대화를 촉구하고 의견이 모일 때까지 등록심사를 보류하기로 하는 제도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전했으나 유네스코 한국대표부는 "논의 중인 내용으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지난 16일 집행위원회 결정문에서 "세계기록유산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을 피하기 위해 상호이해와 대화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정도로 언급했을 뿐이다.

아울러 유네스코 집행위는 결정문을 통해 2016∼2017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기록물의 경우 기존의 규칙들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작년 등재를 신청한 위안부 기록물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는 이 조항을 넣기 위해 집행위와 회원국들을 상대로 꾸준한 설득 작업을 벌여왔다.

정부는 따라서 이번 심의에서 IAC가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등재권고' 합의에 이르도록 최대한 설득과 홍보전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24∼27일 IAC가 전문가 평가를 거쳐 '등재권고' 결정을 내리면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유산 등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IAC에 대한 설득 노력과 별도로 '결자해지' 차원에서 보코바 총장이 오는 11월 14일 임기 종료 전 기록유산 등재를 마무리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일본이 기록유산 등재의 제도개선을 계속 압박하고 있어 내년 이후 새로운 규정이 마련되면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 전망이 더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IAC의 등재권고 결정이 나오더라도 임기가 한 달도 안 남은 보코바 사무총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그는 특히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유네스코 동시 탈퇴선언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이 큰 기록유산의 등재를 더욱 주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코바 총장이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사안은 유네스코의 새 수장으로 선출된 프랑스 문화부 장관 출신의 오드리 아줄레 총장에게 넘어가게 된다.

yonglae@yna.co.kr

유네스코 차기 사무총장 오드리 아줄레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유네스코 차기 사무총장 오드리 아줄레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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