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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짙어가는 가을이라…묵향 가득한 '남도 여행'

송고시간2017-10-21 07:00

(목포·진도=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조산소, 인력거… 양철판에 한자로 쓰인 간판이 한눈에 확 들어왔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지어진 건물, 이른바 적산가옥들이 세월의 때를 입은 채 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곳. 바로 목포다.

목포는 6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조선 태종 때 문헌에 목포라는 지명이 처음 등장한다.

조윤선을 습격하는 왜적들이 출몰하자 정부는 목포에 진을 설치했다. 진 안에는 모두 9채 정도의 가옥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목포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7천원짜리 밥상의 '위엄'
7천원짜리 밥상의 '위엄'

시장통에서 만날 수 있는 저렴한 백반집은 2인분 이상씩만을 고집하는 고급 음식점 뺨칠 만큼 맛있다.(성연재 기자)

이런 역사를 지닌 목포에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작은 항구도시에 불과한 목포와 인근 진도 등 남도에서 가을을 맞아 먹의 농담만으로 세상을 표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남 국제 수묵 프레비엔날레가 다음 달 12일까지 목포와 진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전남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남도문예 르네상스'의 선도사업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비롯해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으로 대표되는 일본 시코쿠 지역의 나오시마를 떠올리게 할 만큼 신선하다.

◇ 아 목포!

목포시 김상안 해설사가 만호동 낡은 적산가옥 내부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전시회를 설명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목포시 김상안 해설사가 만호동 낡은 적산가옥 내부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전시회를 설명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수묵화와 가장 어울리는 도시는 어쩌면 목포일지 모른다.

비 바람과 햇볕에 말려지고 세월의 무게가 더해진 일제 강점기의 적산가옥들의 디테일은 수묵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듯 했다.

목포의 경우 전시회 장소 중 한 곳은 만호동이다. 지금은 쇠락한 일제 강점기 일본인 거주지역인 적산가옥 밀집지역이다.

울돌목에 세워진 진도대교의 야경. 거친 물살이 흐르고 있다.(성연재 기자)
울돌목에 세워진 진도대교의 야경. 거친 물살이 흐르고 있다.(성연재 기자)

특히 상업지역으로 2층 이상의 적산가옥 대부분이 낡아 개보수가 시급해 보이는 '만호동 나무숲' 지역에 각국 수묵화 작가들이 모여들었다.

한국, 일본, 타이완, 영국, 호주 등 5개국 10명의 작가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하며 '목포에서의 10일'을 작품으로 제작하고 자신들이 느낀 목포를 형상화했다.

사실 본 전시장은 목포문화예술회관이다.

유명한 바닷가에 갓을 쓴 듯한 형상의 갓바위가 이는 이곳에서는 국내 작가 70명과 중국, 태국, 타이완, 인도, 독일, 프랑스, 미국, 호주 작가 27명 등이 참여한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외국 작가들의 수묵 작품들(성연재 기자)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외국 작가들의 수묵 작품들(성연재 기자)

유달산 아래 노적봉 예술공원 미술관과 나무숲 오거리문화센터에서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수묵 비엔날레가 열리는 곳이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 남종화의 본향 진도, 그리고 이순신

운림산방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전(성연재 기자)
운림산방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전(성연재 기자)

또 한국 남종화의 본향 진도의 숨결을 간직한 운림산방에서는 원로 작가인 박행보 이건의 선생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화가 허련 선생이 여생을 보내던 화실의 당호에서 본떠 왔다.

진도에서 태어난 허련 선생은 서울로 올라가 김정희에게 그림을 배우고 특유의 화풍을 개발했다.

남종화는 자유롭고 담대한 형식으로 그린 산수화를 일컫는다.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작가들의 카페(성연재 기자)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작가들의 카페(성연재 기자)

운림산방은 이들 작품 관람뿐만 아니라 풍경도 가을에 더욱 빛난다.

정원 가운데 자리 잡은 거대한 팽나무는 가을을 맞아 짙은 황색을 뽐내고 있다.

운림산방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풍광이다.

"여보게∼ 수묵화의 주인공 되지 않으려나" 운림산방을 찾은 여행자들이 가을 풍경을 즐기고 있다.(성연재 기자)

"여보게∼ 수묵화의 주인공 되지 않으려나" 운림산방을 찾은 여행자들이 가을 풍경을 즐기고 있다.(성연재 기자)

진도를 다녀오는 사람들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이순신 장군이 떠오르는 울돌목이다.

진도대교 위에는 울돌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진도타워가 들어섰다.

우리말 울돌목을 한자로 옮긴 것이 명량(鳴粱)이다.

뒤틀림이 예술인 운림산방의 팽나무가 가을을 맞았다(성연재 기자)
뒤틀림이 예술인 운림산방의 팽나무가 가을을 맞았다(성연재 기자)

명량해전은 임진왜란이 아닌 정유재란 때인 1597년(선조 30) 9월 16일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을 대파한 해전을 말한다.

이순신이 통제사에서 물러난 뒤 원균이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로 임명돼 일본 수군에 다대포·칠천량에서 대패했다.

이에 백의종군(白衣從軍) 중인 이순신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기용돼 9월 16일 왜선 133척이 공격해오자 13척의 배로 왜선 31척을 격퇴한 전투다.

◇ 나만의 '먹방' 촬영지

일본 분위기 물씬 풍기는 적산가옥 지역들(성연재 기자)
일본 분위기 물씬 풍기는 적산가옥 지역들(성연재 기자)

요즘은 맛집에서 휴대전화로 음식 사진을 촬영하는 게 마치 성스러운 의식이 된 듯하지 않은가.

남녀노소 누구나 휴대전화를 눈높이로 들어 공중 샷을 찍는다.

남도의 먹방 촬영지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목포 사람들이 정작 자주 가는 맛집은 따로 있다. 바로 백반집들이다.

목포에는 아직도 7천∼8천원이면 맛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백반집들이 즐비하다.

숱한 블로그 맛집들은 믿지 말고 꼭 시장통의 작은 백반집들을 찾아보도록 하자.

세월의 흔적 보여주는 목포 적산가옥들(성연재 기자)
세월의 흔적 보여주는 목포 적산가옥들(성연재 기자)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한 보석들은 큰 기쁨을 준다.

목포에는 작가들이 직접 문을 연 자그마한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작은 카페에서 풍성한 감성으로 이 가을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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