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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환생'…피아노로 詩를 쓴 라파우 블레하츠

송고시간2017-10-15 15:24

블레하츠 첫 내한 리사이틀 리뷰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마스트미디어 제공]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마스트미디어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그가 건반 위에 손을 얹자 모든 음표는 시가 되었다. 그가 연주하는 선율은 모두 노래가 되었다. 이 시대에 쇼팽이 환생한 것인가. 그는 '피아노의 시인' 그 자체였다.

지난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 폴란츠 츨신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는 과연 쇼팽 음악의 대가다운 설득력 있는 연주로 국내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다. 2005년 쇼팽국제콩쿠르 우승 이후 12년이 지나서야 성사된 블레하츠의 첫 내한공연에서 우리는 드디어 쇼팽 음악의 정수를 직접 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리사이틀은 전반부엔 바흐와 베토벤, 후반부엔 쇼팽의 작품만으로 꾸며졌으나, 음악회 내내 쇼팽 곡만이 연주된 듯했다. 바흐의 네 개의 듀엣 중 단순한 음계로 시작하는 BWV 802에서 바흐의 대위법을 부드럽게 흐르듯 감미로운 2중주로 들리게 하는가 하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의 느린 2악장의 중간 부분은 마치 쇼팽의 야상곡처럼 낭만적인 감성으로 가득했다.

아마도 이런 연주방식 때문에 블레하츠의 이번 리사이틀에서 바흐와 베토벤 연주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 청중도 꽤 있었을 것 같다.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에서 모든 악절을 잘 다듬어내고 세공하듯 연주하는 그의 연주기술은 경이로웠으나, 작품 전체의 구조와 음악의 역동적인 흐름보다는 세부 악절의 표현에 치중한 듯한 미시적인 연주는 때때로 매우 지루하게 다가왔다. 악보 상의 강약기호나 악센트를 철저히 지키며 대조와 대비를 강조하는 그의 연주는 정확했지만, 그가 이 곡을 어떻게 연주할 것인지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부터 음악의 참신함이 점차 사라졌다.

그러나 모두 쇼팽의 음악만으로 꾸며진 공연 후반부에서 그의 영감에 찬 연주에 관객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후반부 첫 곡으로 연주된 쇼팽의 환상곡 작품49에서 블레하츠는 마치 들라크루아의 낭만주의 회화와 같은 격정과 감정의 회오리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쇼팽이 쓴 음표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음악 속에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의 쇼팽 환상곡 연주는 압도적이었고, 어느 악절에서나 부분적인 템포 변화와 강약 표현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쇼팽의 야상곡에선 정교하고 부드러운 터치, 잘 다듬어진 악절, 꿈꾸듯 감미로운 톤이 일품이었으며,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의 변화무쌍한 악상은 블레하츠의 손끝에서 다채로운 무지갯빛으로 펼쳐지며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소나타 3악장 장송행진곡의 의미심장한 리듬과 꿈꾸는 듯한 중간부, 그리고 혼령의 같은 비현실적인 음향이 잘 표현된 피날레 악장의 연주는 매우 훌륭했다.

리사이틀의 마지막 곡으로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의 전 악장이 모두 연주되자 관객들은 쇼팽 음악의 정수를 선보인 블레하츠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블레하츠는 앙코르로 브람스의 간주곡 작품 118의 2번을 연주했다. 폭풍 같은 쇼팽 소나타 연주에 이어진 브람스의 그윽한 선율은 음악회를 편안하게 마무리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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