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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이젠 까막눈 아니에요" 눈물로 쓴 할머니들의 수필·시화

송고시간2017-10-09 07:00

마음속에 간직해두기만 했던 것을 글로 표현하는 즐거움이란…

한글날 백일장서 실력·솜씨 맘껏 뽐내


마음속에 간직해두기만 했던 것을 글로 표현하는 즐거움이란…
한글날 백일장서 실력·솜씨 맘껏 뽐내

(논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한글날입니다. 나이 80살이 다돼서 처음 배워보는 한글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워 마음속에 간직해두기만 했던 것을 글로 표현하는 즐거움을 처음 느껴봅니다.

충남 논산의 한글대학에서 한글을 갓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 학생들이 맞는 9일 한글날의 의미는 새롭습니다.

"평생소원인 글을 배워서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고 말하는 할머니부터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한글을 만들어주신 세종대왕님께 감사하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 옛날 우리 사회 깊이 뿌리 내린 남아선호 사상 탓에 여성은 공부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글대학 학생 대부분은 70∼80대 할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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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앞두고 그런 할머니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금까지 배운 실력을 맘껏 뽐냈습니다.

백일장이라는 이름이 걸린 대회였지만, 서로 솜씨를 자랑하고 인사를 나누는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논산에서는 현재 109개 마을회관에서 1천300여명의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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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400명이 백일장에 참여했는데, 신청자가 몰려 하루 만에 접수가 끝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상심하는 할머니들이 없도록 논산시는 내년부터는 모든 학생이 참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일장은 수필과 시화, 글 옮겨적기 세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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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시화작품에 선보인 뛰어난 표현력에 교사들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합니다.

수필 부문에선 의도치 않게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평생 가슴에 응어리진 말을 처음 밖으로 풀어내려니 감정이 북받쳐 오른 할머니들이 여기저기서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읽은 심사위원들이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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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학생들이 눈물로 쓴 수필과 시화를 몇 작품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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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사랑스러운 손주' 작품입니다.

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 집에 찾아온 손주들을 맞이한 기쁨과 아이들이 돌아간 뒤 전화기만 바라보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잘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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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김복순(77) 할머니의 '그리운 친구'

모시 잎을 삶으려다 우연히 본 신문 사진 한 장으로 잊고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내용입니다.

김복순 할머니는 친구들 이름을 부르며 "너희도 지금은 다 할미꽃이 되었겠지, 추억이란 참으로 소중한 보물인가 보다. 인생 황혼기 옛 추억을 생각하며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구나"라고 야속한 세월을 아쉬워하며 기억 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소중함을 글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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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작품 속 김금열(71) 할머니는 요즘 행복합니다.

6·25 전쟁보다 무서웠던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못한 한을 한글대학에서 풀었습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손주 같은 아이들과 함께 운동회도 참가해 추억을 남겼습니다.

자식들을 많이 가르치지 못해 가슴이 아팠지만, 항공사 승무원이 된 큰 손녀와 대학원에 다니는 작은 손녀를 보면 흐뭇하기만 합니다.

이제 글을 배워서 손주들과 문자도 하고 편지도 나눌 생각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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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 부문 대상작품.

시장에 가기 위해 구부러진 먼 길을 걸어야 했던 할머니의 모습을 시와 그림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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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작품에는 배움의 즐거움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강기숙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는 요즘이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느꼈습니다.

시화작품 속 그림이 수준급입니다.

할머니들의 그림 솜씨가 좋아서 논산시는 내년부터 백일장에 그림 부문을 신설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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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달라진 것 중 하나가 말로 하기 힘든 내용을 글로 대신할 수 있는 점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글로는 이렇게 쉬운데…정명희 할머니는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글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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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처음으로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일지 모릅니다.

백일장이 눈물바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언제 불러봐도 아련한 이름 어머니.

동산 1리 마을회관 한글수업.

동산 1리 마을회관 한글수업.

황보화 할머니 시화작품.

동산 1리 마을회관 한글수업

동산 1리 마을회관 한글수업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감사함이 얼마나 컸으면 한 송이 꽃으로는 부족했나 봅니다.

감사함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꽃으로 표현한 신열균 할머니.

동산1리 마을회관 한글수업서 연필 깎는 할머니.

동산1리 마을회관 한글수업서 연필 깎는 할머니.

그 시절이 그리운 건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눈을 감고서 매미 잡으며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용재 할아버지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동산 1리 마을회관 한글수업

동산 1리 마을회관 한글수업

시화 부문 우수상을 받은 윤석자(76) 할머니의 '사계절' 작품

할머니는 취업문제 등으로 아파하는 청년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윤 할머니는 "요즘 청년들이 아주 힘든데, 시간이 흐르면 계절이 바뀌는 자연의 이치처럼 청년들이 지금 힘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시간이 올 거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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