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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한국 게임 르네상스, 해외서 시작됐다

송고시간2017-10-06 12:00

리니지2 레볼루션, 배틀그라운드, 검은 사막 흥행가도

한국 게임 최초로 스팀 역대 1위에 오른 ‘배틀그라운드’. 블루홀 제공

한국 게임 최초로 스팀 역대 1위에 오른 ‘배틀그라운드’. 블루홀 제공

온라인 PC게임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PC게임은 미국이 주름잡았지만 혼자 즐겨야 한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연결시킴으로써 게임 속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각국에서 퍼블리셔(배급사)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흥행이 보장된 한국 온라인 PC게임을 수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 게임은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게임의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셧다운제, 사전심의제도, 월 결제한도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쏟아진 탓이다.

서서히 개발사들의 의욕은 꺾였다. 정부에 심의를 신청한 온라인 PC게임은 2011년 546개에서 지난해 253개로 쪼그라들었다. 그 빈자리는 미국과 중국의 게임들이 파고들었다.

최근 일본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리니지2 레볼루션’. 넷마블 제공

최근 일본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리니지2 레볼루션’. 넷마블 제공

◇ 일본 게이머 사로잡은 한국형 MMORPG

침체에 빠졌던 한국 게임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 1위 업체 넥슨은 올 상반기에 1조2천34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27% 증가한 액수다. 1조2천273억 원의 매출을 올린 2위 넷마블은 81%나 늘었다. 3~5위 엔씨소프트와 NHN엔터테인먼트, 컴투스도 매출이 증가했다.

한국 게임의 돌연한 ‘르네상스’(문예 부흥)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시작됐다. 상반기 넥슨 매출의 62%는 해외에서 나왔다. 넷마블(42%), 엔씨소프트(22%) 등도 해외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두드러진 게임은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이다. 일본에서 8월 23일 출시 하루 만에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양대 앱장터에서 1위에 올랐다. 한 달여가 흐른 지금도 2~4위를 오르내리며 장기흥행 궤도에 들어섰다.

레볼루션은 전형적인 한국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다채로운 캐릭터 육성과 도구 단련 시스템, 혈맹 간의 치열한 대결구도,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공성전 등이 매력이다.

애초 전문가들은 한국형 MMORPG가 일본에서 통하기 어려우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레볼루션은 적절한 현지화로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게임 곳곳을 일본식으로 손봤고, 캐릭터 음성을 중시하는 일본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춰 유명 성우들을 대거 섭외했다.

중세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검은 사막’. 펄비어스 제공

중세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검은 사막’. 펄비어스 제공

◇ 북미·유럽 맞춤형으로 만드니 통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블루홀이 만든 온라인 PC게임 ‘플레이어 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흥행돌풍이 매섭다. 3월 출시 후 입소문으로만 강자들을 하나씩 제치더니, 9월 16일 동시접속자 수 134만 명을 돌파해 스팀(PC게임 플랫폼) 역대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판매량은 1천200만 장을 넘어섰다.

최근 코스닥 상장으로 뒤늦게 알려졌지만 펄비어스가 2014년 말 출시한 온라인 PC게임 ‘검은 사막’도 북미와 유럽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누적 가입자가 735만 명에 달하고 누적 매출은 3천400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 매출 622억 원 가운데 7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국내 게임의 성공방정식을 거스르고, 처음부터 북미와 유럽을 겨냥했다는 점이다. 배틀그라운드는 고립된 섬에서 100명이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최후의 1인이 되려고 경쟁하는 ‘배틀로열’ 장르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북미 등지에서는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MMORPG 장르인 검은 사막은 북미와 유럽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중세 판타지 세계를 화려한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쉬운 진행을 추구하는 한국형 MMORPG와 달리 난도가 높은데, 어려운 게임을 좋아하는 북미·유럽 게이머의 취향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유행이나 단기 실적에 휘둘리지 않고 개발자에게 전권을 맡긴 점도 동일하다. 블루홀 김창한 PD는 벤처 1세대인 장병규 대표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경력 17년 만에 첫 히트작을 낼 수 있었다. 검은 사막의 경우 개발기간이 무려 4년이나 걸렸는데, ‘대세인 모바일게임으로 바꿔서 빨리 내놔야 한다’는 회사 내외의 압력을 꿋꿋하게 이겨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 특유의 매력으로 승부한 레볼루션, 개발자를 믿고 낯선 길을 개척한 배틀그라운드·검은 사막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각각 한국 게임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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