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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부동산 안정은 주식 시장에 호재

송고시간2017-10-06 12:00

9월 중순, 서울 서초동의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에서 단지 모형을 살펴보는 사람들. 한종찬 연합뉴스 기자

9월 중순, 서울 서초동의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에서 단지 모형을 살펴보는 사람들. 한종찬 연합뉴스 기자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불법전매 처벌 강화, 주택대출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8.2 부동산 대책은 시장참여자 다수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우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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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상관성

‘소득주도 성장론’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상징하는 단어다. 소득주도 성장은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창출하겠다는 내용과 가계의 비용 부담을 낮춰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을 늘려주겠다는 내용을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선 공공 일자리 확대가, 가계비용 절감과 관련해선 주거, 보육, 교육비 지출 경감이 핵심이다. 부동산에 대한 규제에는 과도하게 높은 주거비 부담이 가계의 소비여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주택 시장과 주식 시장은 매우 높은 상관성을 갖고 있다. 대체로 주택 가격과 주가는 동행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1986년 이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와 코스피(KOSPI)의 상관계수는 0.91에 달했다. 당연한 결과다. 부동산과 주식은 거시적인 환경 변화에 비슷하게 반응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경제 주체들의 부동산 구매 여력이 커지고, 주가도 경기 호전을 반영해 오르는 경우가 많다. 또 낮은 금리는 부동산과 주식에 비슷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과 주식 가격 간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봐선 안 된다.

다시 말해 부동산이 살아야 주식 시장도 살 수 있다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 거시적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양 자산의 가격이 유사하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지만,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상대방에 대해 절대적 인과관계나 선행성을 띄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실제로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주택 시장에는 다소의 냉각기가 닥쳤지만, 주식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주식 시장은 물론, 국민 경제 전반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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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의 차이

투자 관점에서 주식이나 채권 등의 금융자산과 부동산 투자가 갖는 가장 큰 차이는 레버리지(차입금)다. 주식과 채권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가진 돈의 한도에서 투자한다. 증권회사 등에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보유한 자금의 규모를 크게 넘지 않는다. 반면, 주택 구입에는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소 과한 비유일 수 있지만 자기 돈의 한도에서 투자하는 주식과 채권은 가격이 급락하더라도 그 자체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비화되지 않는다. 그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것으로 상황이 종결된다.

그러나 부동산은 다르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나타나는 주택 구입자들의 상환 능력 악화는 금융기관의 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종의 신용 위기로 전이되면서 금융시스템이 교란될 수 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초래한 신용 경색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므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은 재앙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도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하는 데 주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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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규제 완화와 가계부채 증가

정부의 규제가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규제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부채를 늘린다는 게 늘 나쁜 것은 아니다. 부채의 경제적 의미는 ‘미래의 노동을 담보로 한 차입으로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또 부채는 경제적 부의 시간적 이동이다. 현실이 어려울 때 부채를 통해 당장의 고통을 줄이면서 미래를 도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부채의 증가 속도다. 대체로 기대소득의 증가분만큼 부채가 늘어나면 큰 문제가 안 된다. 한국에서 가계부채가 문제인 이유는 소득보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데 있다.

이는 어제오늘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 IMF 외환위기 이후 누적돼온 문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2008년까지는 한국 경제에서 소득 대비 부채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던 과잉 레버리지 시대였다.

이 기간에 연평균 명목GDP 증가율은 7.7%였지만, 부채 증가율은 16.4%에 달했다. 두 지표 간의 괴리가 한국 경제 역사상 가장 컸다. 외환위기 직후 10년은 부채 주도 성장의 시기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은행들이 대기업에 주로 대출해줬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가계대출이 주를 이루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중요한 현안으로 자리 잡았다.

가계부채와 관련해 당장 뾰족한 해법은 없다. 문제가 터지지 않게 관리하면서 추후 경기가 좋아져 가계의 상환능력이 높아지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일차적으로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제어하는 게 필요하다.

가계부채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이명박 정권 때부터 이런 공감대는 비교적 굳건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명목GDP 증가 속도에 수렴하는 정도로 맞추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에서 이런 분위기가 깨졌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규제를 완화한 결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실물경제의 성장 속도보다 다시 빨라졌다.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주택 관련 대출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계부채 규모는 1천400조 원에 육박했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억제하는 정책이 불가피해졌다.

◇ 금리보다 무서운 대출규제

대출규제는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줄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금리보다 대출규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경제적으로 연속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에게는 금리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채권을 사고파는 펀드매니저는 금리상승(채권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채권을 팔거나 매수시기를 늦춘다. 기업체의 재무 담당 직원은 금리상승이 예상되면 빨리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해 금융비용을 낮춘다.

이에 비해 주택 매입과 관련된 의사 결정은 단절적인 경제 행위다. 집을 사고파는 일은 대체로 자기 인생에서 많아야 서너 번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단절적 의사 결정의 영역에서는 ‘돈의 가격’인 금리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집을 사기로 결심하면 금리가 올라도 사고, 집을 사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금리가 떨어져도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 노무현 정권 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렸지만 주택 가격은 상승했고, 이명박 정권 중반 때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수도권 주택 시장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리 하락에도 꿈적하지 않던 수도권 주택 가격은 대출규제가 완화되고 나서야 반등에 성공했다. 가계가 부채를 더 늘리기 어려운 형국이라면 차입을 통한 투자 의존도가 높은 부동산 시장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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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시장 안정과 자금 흐름의 방향

주택 가격이 완만한 조정을 받는 정도라면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일부 업종이 주택 시장 연착륙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상장 건설사들의 경우 해외 수주가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에 국내 주택 시장의 조정이 건설주들에 결정적인 악재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국내 주택의 매출 비중이 높은 건설사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밖에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수혜를 봤던 은행들의 실적에도 건설경기 둔화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주택 가격이 안정되면 주식 시장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금의 물꼬가 주식 시장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투자는 대표적인 자산증식 수단이었다.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부동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혹은 조정)세를 나타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주식형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한국 증시의 기관화 장세는 늘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던 시기에 나타났다.

한국의 주택 시장은 1990년대 초 완만한 하락 조정세를 나타냈다. 노태우 정권의 200만호 주택 건설 공약으로 시작된 신도시 건설이 마무리되면서 분당, 일산 등에서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졌고, 이는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가능케 한 토양이 됐다.

2005~2008년의 주식형 펀드 붐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을 때 나타났다. 치솟던 주택 가격은 2005년 8월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규제 대책(8.31 대책) 발표 이후 횡보세로 돌아섰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던 2006~2007년 주식형 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수년간 한국 가계가 주식 투자를 외면해왔던 이유 중 하나는 투자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득 증가가 매우 더딘 가운데 나타났던 주택 가격 상승은 가계의 자금이 부동산에 묶이는 결과로 귀결됐다.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약화될 경우 지속적으로 주식 투자를 외면해왔던 한국 가계의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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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 조선일보·매일경제 선정 베스트 애널리스트(2008년)

- sigo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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