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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가상화폐, 혁신인가 도박인가

송고시간2017-10-06 12:00

가상화폐 ‘비트코인’ 상징이 새겨진 모형 동전. 로이터_연합뉴스

가상화폐 ‘비트코인’ 상징이 새겨진 모형 동전. 로이터_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가상화폐 투자광풍이 불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1천100여 종에 달하는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연초 182억 달러(20조6천억 원)에서 9월 초 1천771억 달러(201조 원)로 10배가 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7월 말 현재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회원은 78만 명에 달한다. 다른 거래소들의 회원을 합하면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8월 19일 빗썸의 거래량은 전날 코스닥 거래대금(2조4천357억 원)을 넘는 2조6천18억 원을 기록, 세계 1위 거래소(비트코인 기준)에 등극하기도 했다.

◇ 거래비용 획기적 감소… 환율·물가 영향도 안 받아

가상화폐는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태어났다. 은행의 무절제한 대출로 조성된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직후인 2009년 1월, 한 익명의 개발자가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은행을 배제하고 모든 금융소비자에게 권한을 분산한 최초의 가상화폐였다.

비트코인은 컴퓨터를 통해 수학암호를 풀면 획득할 수 있다. 수학암호의 난도가 점점 높아지고, 발행량을 2145년까지 2천100만 개로 한정해 시간이 흐를수록 통화가치가 오르게끔 설계됐다.

거래 방식도 혁신적이다. 전 거래자의 컴퓨터에 모든 발행·거래내역(블록)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평균 10분마다 대조해 오류나 조작을 원천 차단한다. 사슬처럼 연결된 방대한 블록이 은행의 역할을 대신하기에 블록체인(Blockchain)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가치를 통제한다. 이와 달리 비트코인은 관리주체가 없기에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때문에 환율, 물가, 양적완화, 금리조정 등 외부 영향에서 자유롭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가상화폐가 대안 투자수단으로 주목받으며 가치가 오르는 배경이다. 이는 달러나 주식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금과 흡사한 특성이다.

블록체인은 금융은 물론 유통, 물류 등 산업 각 분야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바로 연결해줘 유통비용이 거의 안 들고, 해킹 우려가 없어 관리비용도 획기적으로 줄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라인, 미국 유통사 월마트 등이 블록체인을 도입 중이다.

◇ 지나치게 투자 몰려 가격 널뛰기… ‘검은 돈’ 변질도

불안정한 기존 통화의 단점을 극복하려고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개발된 가상화폐. 하지만 의도치 않게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예상 못한 변수와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3년 1월 개당 20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키프로스 금융위기가 터지자 그해 11월, 60배인 1천200달러로 폭등했다. 하지만 이듬해 일본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한 여파로 200달러대로 급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까지 세계 거래소의 3분의 1이 해킹을 당했다. 가상화폐 자체는 해킹이 불가능하지만, 금융규제를 받지 않는 거래소의 보안은 허술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비트코인은 널뛰기를 했다. 1월 개당 1천 달러대였던 비트코인은 중국 부동산 규제의 반작용으로 투자수요가 몰려 9월 1일까지 5천 달러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규제에 나서자 보름여 만에 3천 달러대로 추락했다. 9월 1~14일 사라진 비트코인 시총은 200억 달러(22조6천억 원)로 추산된다. 영국의 한 투자회사는 고객 돈 2천600만 파운드(390억 원) 가운데 95%를 날렸다.

최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은 ‘튤립 버블’보다 악성인 사기”라며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직원은 바로 해고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튤립 버블은 1630년대 ‘명품 튤립’ 사재기로 촉발된 세계 최초의 거품경제 현상으로, 4년 만에 고점 대비 99% 하락하며 네덜란드 경제를 공황으로 몰고 갔다.

익명성 탓에 가상화폐가 ‘검은 돈’으로 변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마약 거래나 세금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카드 깡’에 악용되기도 했다.

각국 정부는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중국은 가상화폐 투자자 모집을 금지했고 거래소 폐쇄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뉴욕주는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했다.

우리 정부는 거래소를 규제하지 않고 시중은행을 통한 본인확인, 유사수신과 다단계 단속 등 우회규제로 방향을 잡았다. 올해 말까지 제도를 마련한다. 가상화폐를 정식 통화로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직접 감독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우회규제로 충분하겠느냐는 우려가 높다. 김진화 코빗 거래소 이사는 “일본처럼 요건을 갖춘 경우만 거래소 허가를 내주고, 거래소에서만 가상화폐를 거래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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