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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냐 철거냐"…엄마와 아들 무덤 가른 태릉선수촌 운명은

송고시간2017-10-03 07:10

조선왕릉 속 건물 8개 문화재 등록 추진…문화재청 "활용계획 보완하라"

태릉선수촌.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릉선수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달 27일 진천선수촌이 개장하면서 51년간 '한국 엘리트 체육의 산실'로 기능했던 태릉선수촌이 보존과 철거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1966년 설립된 태릉선수촌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체육시설이지만, 조선 제11대 임금인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가 묻힌 태릉(泰陵)과 문정왕후의 아들인 명종과 인순왕후가 잠든 강릉(康陵)의 능역(陵域)을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화재청은 2009년 조선왕릉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면서 능역 안에 있는 부적합 시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태릉선수촌을 비롯해 서삼릉에 인접한 젖소개량사업소, 의릉에 있는 옛 국가정보원 건물이 정리 대상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지도를 보면 태릉과 강릉 사이에 태릉선수촌이 버젓이 들어서 있다. 이로 인해 강릉의 능역은 축소됐고, 태릉과 단절돼 2013년까지는 일반에 개방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태릉은 명종이 직접 고른 장소였다. 문정왕후는 중종의 무덤인 서울 강남구 정릉(靖陵)에 묻히고 싶어 했으나, 명종은 정릉 주변이 자주 침수한다는 이유로 태릉 자리를 택했다. 조선왕릉을 조성할 때 입지를 중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릉선수촌 철거는 태강릉 복원의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왕릉을 연구하는 한 학자는 "태릉선수촌 철거는 유네스코와의 약속"이라며 "선수촌 건물 1∼2개 정도는 상징적으로 남겨둘 수 있지만, 조선왕릉의 원형을 생각하면 그 이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체육계는 태릉선수촌을 거친 선수들이 획득한 올림픽 금메달이 116개에 달하고 역사성이 있는 만큼, 초창기에 건설된 시설은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2015년 7월 운동장·승리관·월계관·챔피언하우스·행정동·개선관·올림픽의 집·영광의 집 등 8개 건물의 문화재 등록을 추진했으나, 2년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등록문화재 지정 기준은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 각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인데, 체육계는 선수촌 건물이 이 기준을 충분히 충족한다는 입장이다.

태릉선수촌의 운명은 사실상 문화재 등록 심의 결과에 달렸다. 등록문화재가 되면 보존이 불가피하고, 반대로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태릉선수촌 건물 8개의 문화재 등록을 결정해야 하는 문화재청은 문화재계와 체육계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에 문화재 등록을 신청한 건물의 활용계획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활용계획이 오면 문화재위원회 근대분과, 사적분과, 세계유산분과가 합동 회의를 해서 등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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