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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자영업자들 “알바보다 무인기기”

송고시간2017-10-06 12:00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무인기기로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들. 서명곤 연합뉴스 기자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무인기기로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들. 서명곤 연합뉴스 기자

무인기기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일례로 음식점에서는 고객의 입맛대로 메뉴를 주문받고 결제도 해주는 무인기기가 등장했다. 일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들 무인기기는 최근 동네 음식점, PC방 등에서도 자주 눈에 띈다.

무인기기 도입은 올해 7월,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6천470원)보다 16.4% 오른 7천530원으로 정한 후 눈에 띄게 늘었다. 직원이나 알바(아르바이트)를 쓰는 것보다 무인기기를 도입하는 게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사라진 직원들… 손님이 주문·결제하고 서빙까지

최근 가족과 집 근처 쌀국수점에 갔던 A(47·남) 씨는 홀에 직원이 없어 당황했다. 주방에서 요리하던 주인은 출입문 옆의 무인기기에서 주문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A씨는 화면에 그림과 함께 표시된 메뉴를 보며 원하는 음식을 고르고, 신용카드를 넣어 결제했다. 음식이 나온 뒤에는 김 씨가 직접 주방 앞에 가서 받아와 먹었다.

주인은 김 씨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한 달쯤 전 무인기기를 도입하고 직원들을 내보냈다”며 “주변 자영업자들이 무인기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도입하는 가게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음식점 주인이 주문·결제 전용 무인기기를 도입한 것은 한 대당 가격이 100만∼600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무인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발표된 후 무인기기 구입 문의가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음식점만이 아니다. 모 베이커리 업체는 올해 하반기에 3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면서 직원을 채용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직원을 재배치하고 무인기기를 늘렸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도 주문·결제에 특화된 전용 무인기기 도입 비율을 올해 들어 전체 점포의 42~43%까지 확대했다.

그밖에도 한국주유소협회에는 내년 최저임금이 발표된 후부터 셀프주유소 전환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주유소를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려면 1억 원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 업주가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주유소 중 10%만 셀프주유소로 전환해도 약 5만 명의 전체 근로자 중 10%에 해당하는 5천 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그밖에도 주문하면 라면을 끓여주는 무인기기, 주문자가 입력한 대로 원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는 무인기기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저임금이 계속 가파르게 인상될 경우, 무인기기 시장의 매출 규모가 연평균 두 배씩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돈다.

9월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라면박람회’. 한 업체 관계자가 자사의 즉석라면 무인기기로 라면을 끓이고 있다. 김주성 연합뉴스 기자

9월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라면박람회’. 한 업체 관계자가 자사의 즉석라면 무인기기로 라면을 끓이고 있다. 김주성 연합뉴스 기자

◇ “임금 인상 좋지만… 안 잘리는 게 더 중요”

최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의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 후의 인력운용 계획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고용을 줄이겠다는 답변이 78.2%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가족끼리 운영하겠다는 답변(20.2%)과 혼자 운영하겠다는 답변(9.7%)도 포함돼 있다. 고용을 줄이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답변은 21.8%에 그쳤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에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7.1% 오를 때 고용은 약 6만 명 감소한다. 하지만 소득과 소비 확대로 일자리가 6만4천 개가량 늘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최저임금이 이보다 급격하게 인상될 경우에는 고용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숙련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화두다. 이들 나라에서도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사업자가 직원을 해고하거나 폐업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추세다.

서울의 한 의류매장에서 알바를 한다는 판매직원은 “최저임금 인상 전에 회사가 알바 등의 비정규직부터 줄인다는 얘기가 있다”며 “임금 인상도 좋지만 잘리지 않는 게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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