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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詩 창시한 니카노르 파라 시집 '시와 반시'

송고시간2017-10-09 08:00

니카노르 파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니카노르 파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칠레 시인 니카노르 파라(103)는 거만하게까지 느껴지는 말투로 경고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야기할 수 있는 골치 아픈 문제들에 대해 해명하지 않는다./ 답답하겠지만/ 독자들은 항상 받아들여야 한다." ('독자들에게 하는 경고' 부분)

반시(反詩)의 창시자로 불리는 파라가 1954년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 번역·출간됐다. 제목부터 '시와 반시'(Poemas y Antipoemas)다.

1970년대 정호승 등이 참여한 동인 '반시'는 현실에 뿌리내린다는 기치 아래 기교와 관념을 배제하고자 했다. 파라 역시 시와 생활을 완전히 포갰다. 20세기 전반 초현실주의 시학에 반대하며 모더니즘이 지향한 숭고미를 파괴하려 했다.

2011년의 니카노르 파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11년의 니카노르 파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난 표현에 서투른 사람이라/ 머시기 거시기라고 말하지.// 난 말을 더듬고,/ 태아를 발로 툭툭 건드린다.// 내 위장은 뭐하러 있는가?/ 누가 이 엉망진창을 만들었나?// 가장 좋은 건 농담이나 지껄이는 것./ 난 내키는 대로 말하겠다." ('골 때리는 문제' 부분)

파라의 시에는 서정과 운율이 없다. 시를 위한 언어를 상정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산문시에 가깝다. 실제로 연설문·여행기·서간문 등의 형식을 차용하기도 한다. 세련된 수사를 내버리고 '거리의 언어'를 즐겨 쓴 파라는 훗날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정교하게 비판하는 시를 썼다. 1980년대에는 '생태시' 등의 작품으로 환경오염과 핵폭탄 등 생태 균형을 파괴하는 모든 형태의 산업 개발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자 했다.

옮긴이 박대겸씨는 "이 시집에는 시에 대한 파라의 접근 방식이 확연하게 드러난다"며 "파라가 반시를 '초현실주의의 수액으로 풍요로워진 시'라고 했을 때 그 의미는 아이러니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176쪽. 1만2천원.

反詩 창시한 니카노르 파라 시집 '시와 반시' - 3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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