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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극동 러시아, 기회의 땅 될까

송고시간2017-10-05 12:00

자원의 보고, 유라시아 관문… 북한 변화 견인 역할도

극동 러시아의 중심지 블라디보스토크의 내해(內海) ‘골든 혼’(Golden Horn). 우리말로는 ‘금각만’(金角灣)이라고 한다. TASS_연합뉴스

극동 러시아의 중심지 블라디보스토크의 내해(內海) ‘골든 혼’(Golden Horn). 우리말로는 ‘금각만’(金角灣)이라고 한다. TASS_연합뉴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극동 러시아의 문이 열릴 조짐이다. 극동을 새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러시아, 극동에서 경제·안보 돌파구를 찾으려는 한국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우리나라는 극동 중심의 ‘유라시아 공동 번영’이라는 큰 그림도 제시했다. 이 또한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지향점이 같다. 나아가 북한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구상이다.

◇ 경제 수도로 부상하는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의 변방, 극동은 막대한 지하자원을 보유했다. 기후변화로 뚫리기 시작한 북극항로와 인접했고,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집권 3기를 시작한 2012년, ‘신(新)동방정책’을 선포하고 본격적으로 극동 개발에 나섰다. 자원만 내다 파는 구식 경제를 마감하고, 2~3차 가공을 통한 고부가가치 경제구조로 탈바꿈하려는 원대한 구상이다.

러시아는 파격적 혜택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있다. 선도개발구역이나 블라디보스토크자유항 입주기업으로 선정되면 5년간 각종 세금이 거의 면제다. 입주기업이 법적 문제로 재판에 회부되면 러시아 극동개발부가 변호를 맡는다. 불과 2년여 만에 360여 개 기업이 입주한 배경이다.

극동의 중심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015년부터 개최된 동방경제포럼(EEF)은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각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적 행사다. 덕분에 블라디보스토크는 정치 수도 모스크바, 문화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보다도 오히려 활력이 넘치면서 경제 수도로 떠올랐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극동에 투자된 해외 자본 중 68%가 중국이다. 23%로 2위를 차지한 일본도 투자를 점점 늘리고 있다.

9월 6일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우)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 축구팀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표하며 크게 웃고 있다. 김주형 연합뉴스 기자

9월 6일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우)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 축구팀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표하며 크게 웃고 있다. 김주형 연합뉴스 기자

◇ 문 대통령, ‘신북방정책’ 천명… 경제·안보 문제 모두 해결

우리나라는 중국·일본보다 먼저 극동에 주목했다. 2013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러 협력사업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출범을 선언했다. 러시아의 지하자원을 철도로 북한까지 운송한 뒤 화물선으로 한국에 들여오는 사업이다.

실행 직전까지 진행됐으나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벌이고, 유엔이 제재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멈춰버렸다.

거의 꺼진 불씨를 문재인 대통령이 되살리겠다고 나섰다. 9월 초 EEF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극동 개발을 통한 유라시아 국가들의 공동 번영을 골자로 한 ‘신(新)북방정책’을 천명했다. 아울러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적극적인 지지 의사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각론으로 ‘9개의 다리’ 전략도 소개했다. 가스와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분야에서의 동시다발적 협력이 골자다. 96%에 달하는 에너지 해외의존도, 흔들리는 해운과 조선, 높은 실업률, 어획량 감소 등 한국 당면과제의 해법이기도 하다.

실질적 성과도 나왔다. 한·러 실무회담에서 FTA 공동추진반 구성과 남·북·러 협력사업 재개, 전력망 공동연구, 어획량 추가 배정 등이 잠정 합의됐다.

신북방정책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마중물’로도 기대를 모은다. 문 대통령은 EEF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 해법”이라며 “북한은 핵 없이도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극동 개발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유럽과 아시아를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 개방을 유도하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흡사하다. 다만, 북핵문제가 풀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한·러가 협력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추후 북한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발상을 뒤집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주창한 신북방정책은 앞으로 대통령 직속기구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노효동 연합뉴스 정치부 기자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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