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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무역굴기의 정체는 도둑질·경쟁력·반칙성 플레이"

미국 '스푸트니크 각성'…EU는 '안보 단속' 준비
英이코노미스트 "경쟁에는 맞서되 반칙엔 단호하게" 처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약대로 중국에 보복관세를 물렸다면 무역전쟁이 발생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공약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른바 중국의 무역굴기 때문에 자극을 받는 곳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 싱크탱크 토론회에 참석, 중국을 전례 없는 위협으로 규정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현행 통상규정으로는 중국을 길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자본의 대규모 유럽 기업 인수를 우려해 안보 이유로 해외자본 유입을 규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우려의 근원은 단순하다.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훨씬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중국 외에도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들이 많지만, 중국처럼 기념비적인 규모로 도약한 국가는 없다.

불과 10여 년 전에 중국은 지퍼나 양말, 라이터 같은 것들을 만들다가 이제 모바일 결제부터 자동주행차 같은 신기술에까지 발을 들였다. 중국의 성장이 경외심뿐만 아니라 경계심까지 자극하는 이유는 '페어플레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처럼 노동자들의 박탈감이 부른 결과를 본 각국 정부는 중국의 진격에 더 촉각이 곤두선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0일 최신호를 통해 각국 정부가 자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국 굴기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성장 비결의 세 특색을 불법성, 막강한 경쟁력, 불공정 경쟁으로 규정했다.

차이나머니
차이나머니[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무역굴기는 합법·불법의 교묘한 조합

불법성은 2014년 중국군 장교 5명이 원자력, 태양력, 금속 업체들을 해킹한 혐의로 기소된 사실과 같은 뻔뻔한 지식재산 도둑질로 대변된다. 물론 이런 악습이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나 그동안 만연해왔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이 2015년 중국과 체결한 협정을 시작으로 해외기업에 대한 중국의 해킹이 급감했고 중국조차도 자국 내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두 번째 특색인 막강한 경쟁력, 다시 말해 비용을 덜 들이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능력은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된 지 오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15년 뒤 양질의 텔레비전 가격은 90% 이상 떨어졌다.

세계 전체 수출량에서 중국이 단독으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14%로 1968년 미국 이후 이 부문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런 수치는 중국이 섬유 같은 저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장악력을 잃으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첨단기술 산업에서 다시 명성을 얻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독일 자동차, 미국 반도체, 일본 로봇 등 첨단제품들이 미래에 직면하게 될 맞수가 '메이드 인 차이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 번째 특색인 불공정 경쟁은 국제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이뤄지는 관행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기업이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 진입하는 비용으로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기업들은 중국의 반독점 사건의 가장 큰 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해외기업이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면서 자국 기업이 해외의 같은 분야를 공략하는 데는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행위는 현재 규정으로는 시정할 뚜렷한 방안이 없는 까닭에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 불법은 처단, 경쟁 수용! 반칙성 플레이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무역굴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특색에 맞춘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뻔뻔한 불법성에는 단호한 대처를 처방으로 제안했다.

각국 정부가 반드시 자국 법원을 통하든 WTO를 통하든 간에 기소하거나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이버 도둑질 예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국의 막강한 경쟁력에 대한 처방으로는 중국 제품의 수입을 환영하고 거친 경쟁에 맞서라는 정면대응 주문을 내놓았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단이기는 하지만 소비자는 싼 가격과 더 빠른 혁신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코노미스트는 대세를 저지하려다가 잠재적인 이익을 잃고 세계 통상체계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자리 감소를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고 노동자 재훈련과 튼실한 사회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과 정부는 모두 교육과 연구에 더 많이 지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미 6년 전 중국의 굴기에 새로운 '스푸트니크 순간'(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직면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1957년 10월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불꽃이 튀는 우주항공 경쟁에 돌입, 경이로운 발전을 견인한 바 있다.

가장 까다로운 분야는 불공정하지만, 불법은 아닌 중국의 '반칙성 플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집단행동을 통해 중국을 달래는 한가지 접근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한 정보를 함께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산업의 과잉생산 같은 경우 구체적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중국이 생산을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가 중국이 타국 시장에 접근하는 만큼 자국 시장에 접근하도록 해달라는 호혜주의를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는 중국의 투자를 검사하기 위한 자국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며, 이를 통해 중국의 굴기에서 오는 진정한 안보위협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이 투자한 경우 이 사실을 완전히 보고하게 하고 정체를 숨기는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jangj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30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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