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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회사' 노동자…법원 "두 회사 소속 모두 인정해야"

송고시간2017-10-04 09:00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업무…사업자 편의상 소속 회사 구분했을 뿐"

광주지방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지방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사업주가 여러 회사를 차려놓고 각 회사 소속 노동자들에게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도록 지시했다면, 노동자는 여러 회사 모두에 소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노동자들은 2013년 회사가 파산하자 공장건물 경매대금에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배당받았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새 일터를 찾던 노동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채권자들로부터 배당받은 월급과 퇴직금을 내놓으라는 소송까지 당했다.

한 채권추심사가 '노동자 중 일부가 다른 회사 소속이어서 회사 건물의 경매대금을 배당받을 권리가 없다'며 법원에 배당이의소송을 낸 것이다.

회사대표가 2011년 회사를 하나 더 설립한 후 기존 회사가 쓰던 사업장을 함께 사용하면서 노동자들의 소속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던 것이 문제가 됐다.

노동자들은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지시를 받으며 동일한 업무를 했지만, 회사대표는 자기 편한 대로 노동자들을 기존 회사와 새 회사 소속으로 나눠 버렸다.

채권추심사는 이 같은 점을 근거로 들어 경매된 공장건물이 새 회사 소유이므로 새 회사 소속 노동자들만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새 회사 소속 노동자들도 이전 회사에서 못 받은 임금과 퇴직금은 경매대금에서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매절차까지 참여해 간신히 받아낸 임금과 퇴직금마저 도로 빼앗길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재판에서 공단은 기존 회사와 새 회사가 서류상으로만 다른 회사일 뿐 실체는 하나의 회사라는 점을 집중 변론했고, 결국 법원도 이 주장을 받아들여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주채광 판사는 "두 회사의 실제 경영자가 동일인이고, 동일한 제품을 생산했으며 동일한 사업장에서 하나의 사무실을 사용했고, 노동자들도 소속에 상관없이 동일한 상관의 지시를 받으며 일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회사 소속 노동자들도 새 회사에서 일한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고, 이들에게 기존 회사에서 일한 기간까지 합쳐 퇴직금을 산정해야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공단 관계자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용자의 사업상 편의를 위해 노동자들의 소속이 달라진 경우 이러한 이유만으로 어느 한쪽 회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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