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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내부의 강요된 침묵이 로힝야 문제 키웠다"

송고시간2017-09-29 12:16

로힝야족 관련 인권문제 제기를 제지했다는 비판을 받는 드사이엔[사진출처 UNDP]
로힝야족 관련 인권문제 제기를 제지했다는 비판을 받는 드사이엔[사진출처 UNDP]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유혈사태가 심각한 국제문제로 비화한 가운데, 유엔의 미얀마 담당팀의 최고 책임자가 그동안 주류인 불교도와 로힝야족 간 뿌리 깊은 갈등 그리고 로힝야 인권문제 제기를 의도적으로 억눌러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BC는 29일 복수의 전·현직 유엔 관리와 인권단체 관계자 등을 인용해 캐나다 출신의 유엔 미얀마팀의 최고 책임자였던 레나타 록-드사이엔이 인권단체 회원들의 로힝야족 거주지 방문을 제지하고, 로힝야족 관련 문제 제기를 억눌러왔으며, '인종청소' 가능성을 경고한 직원을 격리시켰다고 보도했다.

한 전직 유엔 관리는 "유엔 미얀마 담당팀의 대표가 인권 보호론자들의 민감한 로힝야 거주지 방문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구호단체 활동가 캐롤라인 반데나벨레는 미얀마 내 유엔 고위급 회의에서는 로힝야족 문제나 '인종청소'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살 발생 후 르완다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반데나벨레는 "처음 미얀마에 왔을 때 로힝야족을 개처럼 죽여야 한다는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엔 고위급 회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부정적인 결과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는 회의에 초대되지 못하거나 여행증명서가 발급되지 않기도 하고, 어떤 직원은 아예 임무에서 배제되거나 회의 석상에서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데나벨레는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현지 사무소장이 이런 사례였다"며 "UNOCHA 사무소장이 시외로 나가는 경우를 골라 회의가 열렸다. 반복적으로 로힝야족 인종청소 가능성을 제기한 나 역시 문제아로 낙인이 찍혀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털어놓았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도 과거 미얀마 활동 당시 로힝야 거주지역 방문 계획이 무산됐던 사례를 꺼내 놓았다.

현재 아르헨티나에 있는 그는 "드사이엔은 라카인주 북부에 가지 말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단지 당국과 마찰을 빚기 싫어한다는 입장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건 한가지 사례에 불과하지만, 당시 유엔 미얀마 대응팀의 로힝야족 관련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내가 라카인주를 방문하자 드사이엔은 나의 활동에서 손을 뗐고 더는 마주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유엔 고위관리는 "미얀마 정부는 우리를 어떻게 이용하고 다룰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를 화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들과 맞설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엔은 지난 2015년 '미끄러운 경사: 희생자들을 돕는 것인지 아니면 학대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인지' 제하 보고서를 통해 "개발투자가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는 과도하게 단순화한 믿음에 너무 의지한 나머지 미얀마팀은 차별적인 정부 구성원에 의한 차별적 구조가 변화가 아닌 차별을 구조화한다는 것을 놓쳤다"고 평가했다.

또 유엔은 지난해 연말 '미얀마 내 활동이 확연하게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2쪽 분량의 내부 평가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몇 주가 흐른 올해 초 5년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드사이엔을 전격 교체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가 후임자를 거부하면서 드사이엔은 교체 발령 이후에도 3개월 더 미얀마 내 유엔 코디네이션 책임자 자리를 지켰다.

유엔총장, 미얀마 정부에 로힝야족 소탕 군사작전 중단 촉구(PG)
유엔총장, 미얀마 정부에 로힝야족 소탕 군사작전 중단 촉구(PG)

[제작 조혜인] 합성사진, 사진출처 AP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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