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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9년' 정부 고위 공무원 출신 함안군수의 추락

뇌물·정치자금법 위반…공무원들 "이 정도일줄이야…"

(함안=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검찰 구형(징역 12년)이 무거워 선고형량이 높을 것이라 내다봤지만 이 정도 일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차정섭 경남 함안군수 1심 선고가 나온 직후 함안군청 공무원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한 차정섭 함안군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한 차정섭 함안군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창원지법은 추석연휴를 며칠 앞 둔 28일 특가법상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차 군수에게 징역 9년, 벌금 5억2천만원, 추징금 3억6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4년 지방선거 때 부동산 개발업자인 안모(58)씨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 당선 후에는 이모(71) 함안상의 회장으로부터 5천만원, 함안지역 산업단지 개발업자 전모(54)씨로부터 2억1천만원을 받아 선거빚을 갚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뇌물 1억원 이상을 받아 특가법상 뇌물죄로 기소되면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법정형에 처해질 수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 역시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에는 징역 9년 이상에 처하도록 권고한다.

양형기준에는 벗어나지 않은 형량이라지만 차 군수를 직접 뽑은 지역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거운 형으로 보였다.

재판 내내 차 군수가 보여준 책임 떠넘기기식 태도도 양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차 군수는 검·경 수사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잦았다.

재판과정에서도 불리한 증거가 나오면 "기억이 안난다", "모른다" 등으로 답변을 하고 함께 기소된 비서실장 등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진술을 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면서 '차 군수가 진술을 거부할뿐만 아니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자신을 위해 일한 제3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함안군청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함안군청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함안군민들은 차 군수 후보에 대한 기대가 컸다.

차 군수는 보건복지가족부 국장급 직책을 거치는 등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단 출신이다.

그는 성공한 출향인사란 배경을 무기로 2014년 군수 선거에서 승리했다.

30년 이상 지내온 중앙공무원 퇴직 후 고향으로 컴백, 낯설고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 출신을 무기삼아 오랫동안 지역을 누벼온 경쟁자들을 이겼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법정선거비용을 훨씬 초과한 불법 선거비 지출이 있었다.

검찰 공소사실과 관련 인사들의 법정 증언 등을 종합하면 차 군수는 당시 지방선거 때 법정선거비용(1억2천300만원)을 훨씬 웃도는 비용을 쓴 것으로 보인다.

재판과정에서는 차 군수가 법정선거비용의 5배까지 불법 선거비용을 지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차 군수는 선거자금 지출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선거의 최종 책임자는 당시 후보였던 차 군수였다고 지적했다.

결국, 차 군수는 불법선거자금을 조달하느라 진 빚에 발목이 잡혀 개인적 불명예 못지 않게 함안군정을 어지럽힌 결과를 초래했다.

재판부는 차 군수가 자신에게 금전을 지원한 사람들에게 산업단지 개발 등에 특혜를 주려고 시도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심지어 선거빚 2억1천만원을 대신 갚아준 산업단지 개발업자 전 씨는 승진 대상자들로부터 돈을 받을 목적으로 인사권을 달라고 군수에게 요구했다는 사실까지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차 군수는 고향을 떠나 국가를 위해 봉직하다 다시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봉사하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법 자금으로 선거를 하더라도 당선만 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자신을 나락에 떨어뜨리고 고향에도 엄청난 부담을 안기고 말았다.

seam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28 16:5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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