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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수사 무마하려 경찰관에 뇌물 주려한 교장

송고시간2017-09-28 11:39

울산경찰청, 중학생 자살 수사 결과 교사는 학대·사건 은폐, 경찰은 부실대응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에서 중학생 이모(13)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과 관련, 학교 측의 은폐 시도와 담당 경찰관의 부실 대응 등 학교폭력 관리의 허점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울산지방경찰청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비밀누설금지 위반, 뇌물공여 의사표시 등의 혐의로 동구의 한 중학교 교장 A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공용서류무효 혐의로 학생부 교사 B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교과목 교사 C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교장 A씨는 7월 12일 교장실에서 언론사 취재진에게 "사건이 기사화되지 않게 해달라"며 학교폭력 업무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들이나 관련 단체 회원에게 숨진 이군의 개인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같은 달 28일 경찰청에서 파견된 학교폭력 전문 경찰관 D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여기서 끝나게 해달라. 이거면 되겠냐"고 물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는 등 뇌물공여 의사를 표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학생부 교사 B씨는 가해 학생들의 폭행, 교사 C씨의 학대 등 학교 측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진술서 23장을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손상하거나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4월 초 수업시간에 이군이 진도와 다른 부분의 책을 폈다는 이유로 교실 뒤로 보낸 뒤, 중간고사 직전까지 수업시간마다 이군만 교실 뒤에 서서 수업을 받도록 하는 등 정서적·신체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 파견된 학교폭력 전문 경찰관 D씨는 수사 과정에서 학교폭력을 암시하는 내용의 이군의 쪽지가 사실은 이군의 아버지가 만든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수사팀에 알리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 E씨는 이군의 학교폭력 피해 신고를 받고도 아버지와 3차례 통화하며 치료와 지원 위주의 안내만 하고, 이군을 상대로 상담해 진술을 확보하지 않는 등 의무 위반이 드러났다.

울산경찰청은 D씨와 E씨의 소속 경찰서에 징계를 요청했다.

앞서 울산경찰청은 올해 3∼4월 동구의 한 중학교에서 이군을 때리거나 괴롭힌 동급생 9명을 폭행 등 혐의로 12일 울산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가해 학생들은 책상에 엎드린 이군을 툭툭 치고 지나가고, 모자를 잡아당기거나 점퍼를 발로 밟는 등 괴롭혔다.

이군의 피해 호소에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자 이군은 6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문제는 일선 학교가 아니라 시교육청이 전담하도록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한할 예정이다"면서 "학교전담경찰관 교육 강화, 청소년 자살사건 발생 때 여성청소년수사팀 조사 의무화 등 시스템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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