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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지는 태풍에 방파제 위험하다…온난화 대비 설계기준 높여야

대한토목학회 "2014년 이전 설계 방파제 안전 점검·상시 파랑관측 시스템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지난해 10월 한반도 남부를 덮친 태풍 차바로 부산 감천항과 다대포항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거대한 구조물인 방파제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원인조사를 맡은 대한토목학회는 26일 오후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차바 내습 당시 현상을 각종 실험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종전과 크게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토목학회에 따르면 차바는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들 가운데 매미(2003년 9월)와 루사(2002년 8월)에 이어 세 번째로 강했지만 처음으로 방파제를 붕괴시켰다.

차바 내습 당시 유례없이 높아진 바닷물 수위 때문에 방파제 상부에 설계기준을 훨씬 넘어선 충격이 가해졌고 과거와 다른 방향에서 밀어닥친 이상 파랑도 큰 영향을 미쳤다.

태풍 차바때 파도가 방파제를 덮치는 장면[부산항건설사무소 제공=연합뉴스]
태풍 차바때 파도가 방파제를 덮치는 장면[부산항건설사무소 제공=연합뉴스]

감천항의 경우 바닷물 수위가 기압 차, 강풍, 만조 등의 영향으로 설계 기준을 86㎝나 넘어섰다.

이로 인해 12m 높이의 파도가 방파제 상부를 직접 타격, 월파를 막기 위해 기존 방파제 뒤에 새로 세운 방파제의 상부 구조물(파라펫)이 먼저 붕괴했다.

토목학회는 파라펫 상단에 설계 기준의 2.76배에 이르는 충격이 가해졌다고 분석했다.

파라펫이 넘어지자 그 아래를 지탱하던 사석이 침하하고 이어서 하단부를 이루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케이슨까지 붕괴했다.

태풍 차바에 감천항 방파제 와르르[연합뉴스 자료사진]
태풍 차바에 감천항 방파제 와르르[연합뉴스 자료사진](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5일 오후 부산 사하구 감천항 부두 서방파제가 무너져 있다. 2016.10.5
ready@yna.co.kr

높아진 수위와 더불어 설계에 반영한 방향과 다른 쪽에서 밀어닥친 이상 파랑과 방파제들 사이에서 발생한 반사파도도 방파제 붕괴의 요인이 됐다고 토목학회는 밝혔다.

감천항 방파제는 설계 당시 50년 빈도 태풍을 기준으로 했고 과거 자료를 토대로 파도가 남남동쪽에서 밀려오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다.

하지만 차바 때는 전혀 다른 남남서쪽에서 파도가 들이닥쳤다.

토목학회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태풍 내습 때 수위가 구조물 안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며 "차바 때 수위가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면 방파제 붕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대포항도 마찬가지로 높아진 수위 때문에 파고가 5.68m에 달해 설계기준(3.3m)을 크게 초과했고 세진 파도 때문에 방파제 전면을 보호하던 테트라포드가 원래 위치를 이탈하거나 유실됐다.

차바에 무너지고 끊긴 다대포항 방파제[부산항건설사무소 제공=연합뉴스]
차바에 무너지고 끊긴 다대포항 방파제[부산항건설사무소 제공=연합뉴스]

이후 방파제 상부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직접 충격을 받아 붕괴했다.

다대포항 방파제에 설치한 테트라포드의 무게는 개당 5t에 달했지만 파도의 힘을 감당하지 못했다.

토목학회는 두 방파제 붕괴를 계기로 우리나라 모든 방파제의 안전성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위 기준이 바뀐 2014년 이전에 설계한 방파제들은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인해 해수면이 갈수록 상승하는 만큼 현재 적용하는 기준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파제를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미관을 고려하는 설계도 문제로 지적했다.

무너진 감천항 방파제[연합뉴스 자료사진]
무너진 감천항 방파제[연합뉴스 자료사진]

감천항 방파제의 경우 기존 방파제가 낮아 파도가 항내로 넘어와 안쪽에 있는 수리조선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점을 해결하고자 뒤쪽에 더 높은 방파제를 덧대는 형태로 보강공사를 했다.

조망권 확보 등을 위해 일반적인 방파제와 달리 폭을 좁고 높게 만들었는데 높아진 수위 때문에 상단부에 강한 충격이 가해져 쉽게 무너져버렸다.

토목학회는 앞으로 해안이나 바다에 새로운 구조물을 설계할 때 과거 경험에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태풍의 영향이 종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자료와 경험만으로는 이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설계 때 적용하는 2차원 수리모형실험만으로는 다양한 조건에서 나타나는 파도의 변화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어 3차원 입체 수리모형실험을 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내실있는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게 충분한 기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수치 모델에 의존하는 설계 파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실측한 파랑자료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일본 등 선진국처럼 주요 연안에 파랑을 상시 관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연안 175곳에 이러한 관측 장비를 설치해 태풍이 지나는 경로를 따라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목학회 관계자는 "감천항 등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원인을 규명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며 "국가재난대응 차원에서 조속히 관측 시스템을 구축해야 사후 원인 규명과 복구대책 수립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26 19: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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