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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과 지지고 볶은 35년…자극 주고받으며 여기까지 왔죠"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받은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
전속작가제 첫 도입 등 작가들 지원에 힘쓴 공로 인정받아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받은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 [가나아트·서울옥션 제공]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받은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 [가나아트·서울옥션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로 얼마나 지지고 볶았는 데요. 싸우면서 세월을 보냈죠."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2층의 '동행' 전시장을 찬찬히 둘러보던 중년의 남자가 가벼운 웃음과 함께 말했다.

김병기, 임옥상, 오수환, 황재형 등 한국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과 길게는 35년을 '동행'한 이 남자는 이호재(63)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이다.

미술 전공자도 아닌 그가 인사동 골목의 건물 2층을 빌려 18평 규모의 화랑을 낸 것이 29살, 1983년이었다.

우리글 중에서 가장 발음하기도 쉽고 아름답게 들리는 '가나다라'에서 따서 이름을 지었다는 가나화랑은 갤러리와 경매회사, 문화재단, 아틀리에까지 망라하는 대표적인 미술 기업으로 거듭났다.

한국 미술사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온 그가 매년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후원자들에게 수여되는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가 30여 년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이번 수상은 다소 늦은 감마저 있다.

1980년대 화랑주에서는 가장 젊은 축에 속했던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1984년 국내 최초로 전속작가제를 도입해 유망 작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이듬해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 아트페어인 피악(FIAC)의 문을 두드렸다.

파리 시테 스튜디오, 장흥 아틀리에 등 작가를 위한 창작 공간도 국내외에 여러 곳 세웠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6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에서 샘 바더윌 몽블랑 문화재단 공동 이사장(오른쪽)이 한국 수상자인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에게 상패를 수여하고 있다. 2017.9.26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6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에서 샘 바더윌 몽블랑 문화재단 공동 이사장(오른쪽)이 한국 수상자인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에게 상패를 수여하고 있다. 2017.9.26 scape@yna.co.kr

26일 오후 시상식을 마친 뒤 축하를 받느라 바쁜 이 회장을 가나아트센터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아무래도 가나화랑이 작가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상이 더 뜻깊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첫 작가는 한국화가인 박대성이었다. 옛 한국일보사 앞에 있던 태인화랑에 들렀다가 15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박대성 작품을 사들인 것이 인연의 출발점이 됐다(당시 직장인 한 달 봉급은 20만 원 수준이었다). 이후 그와 수많은 작가가 그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당대에 이미 거물인 작가들 대신, 유망한 작가들을 찾아내려 애썼다.

두터운 우정을 쌓은 임옥상 화백의 작품을 응시하던 그는 '딴짓'만 하던 임 화백을 지원한 배경으로 "시장에는 맞지 않을지 몰라도, 다른 작가와 분명히 다른 점이 있고 미술사적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자기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잖아요. 작가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참 보람차겠다 싶었어요. 작가들과 의기투합하면서 작가다운 작가 해봐라, 나는 화상다운 화상 하겠다라고 말하곤 했죠."

요즘도 가까운 작가들과 소주를 즐기는 이 회장은 작가와 화랑의 관계를 정작 '경쟁'이라는, 냉기 감도는 단어로 규정했다.

그는 "작가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즉 내게 계속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애써야 하는 입장인 셈이고, 나 또한 많은 자극을 받는다"라면서 "작가들에게 스트레스처럼 느껴줬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경쟁 관계'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들과 얽힌 일화도 무수히 많다.

1980년대 중반 국내에서는 잊힌 존재였던 김병기 화백의 귀국전을 성대하게 열어 국내 활동을 재개하게 한 것도 이 회장이다. 101세 최고령 현역 작가인 김 화백은 내년에 가나아트에서 개인전을 다시 연다.

그림값에 철저했던 유영국 화백은 "비싼 작가는 비싸게 받아야 한다. 내가 싸게 판 적이 없기 때문에 내 그림을 가져간 이들이 알아서 잘 보관한다"며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한다.

이 회장은 자신의 달려온 길의 주요 변곡점으로 1998년 경매회사인 서울옥션 설립과 2014년 가나문화재단 설립을 꼽았다.

이 회장 수상 기념 전시인 '동행-가나아트와 함께 한 30년'은 10월 15일까지 열린다. 김병기, 박대성, 권순철, 임옥상, 고영훈, 황재형, 유선태, 전병현, 박항률, 사석원, 오수환, 박영남, 안종대, 최종태, 한진섭 등 15명 작가가 참여했다.

ai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26 16:1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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