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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연기 상세한 계약서 작성 강제해야"

영화계 성폭력 실태 및 해결방안 토론회 개최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토론회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토론회[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영화계 내 성폭력 실태와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26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 사무국장, 정다솔 찍는페미 공동대표, 김용훈 영화진흥위원회 기반조성본부장, 서혜진 변호사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토론을 펼쳤다.

페미니스트영화인모임인 찍는페미의 정다솔 공동대표는 "같이 영화를 준비하던 친구가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해 영화를 포기하고 심리치료를 받고, 그 성폭력의 악습들이 반복되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나 역시 밤늦은 새벽 술자리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아야 했고, '술자리에 나오지 않으면 출연시켜주지 않겠다. 나에게서 도망치면 이 바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정슬아 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그동안 여성민우회가 벌여온 상담 활동을 토대로 영화 현장에서 여성 배우들의 성폭력 및 인권침해 실태를 발표했다.

그는 ▲노출연기가 없다고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노출장면, 베드신을 촬영하는 경우 ▲사전합의하지 않은 노출장면이니 안 찍겠다고 하면 설득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해 찍게 하는 경우 ▲사실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감독과 상대 남성배우만 따로 이야기해 여성배우 모르게 예정되지 않았던 스킨십 장면을 촬영하는 경우 ▲사전합의된 신체노출과 접촉의 수위와는 전혀 다른 장면을 연기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촬영하는 경우 ▲삭제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몰래 무삭제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유통시키는 경우 등을 여성 배우들이 겪고 있는 성폭력·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들로 꼽았다.

또 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갑작스럽게 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모욕적인 말과 신체접촉을 하는 경우,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기 위한 과정이나 연기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성관계를 강요하는 경우 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언급된 여성배우들의 다양한 문제에서 계약서만 제대로 작성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상황들이 허다하다"며 "이제는 신체노출에 대한 횟수와 정도 등의 상세한 내용을 포함해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고, 배우는 계약서와 다르게 요구할 경우 거부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훈 영화진흥위원회 기반조성본부장은 "지난 5월부터 여성영화인모임과 함께 진행해 온 영화산업 내 성폭력 실태조사를 11월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세미나나 토론회를 열 예정"이라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예방대책을 연구하고 영화산업 현장 내에서 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조성 연구를 3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산업 내 성범죄 척결을 위해 여성영화인모임을 중심으로 모든 영화계가 함께하는 민관 합동의 (가칭)'범영화계 성폭력 대응기구'를 10월 내로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여배우A씨가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며 김 감독을 고소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로, 여성영화인모임 등 136개 단체·기관과 공동변호인단 등 13명으로 꾸려졌다.

hisunn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26 15:1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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