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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법개혁 차원에서 풀기를

송고시간2017-09-25 18:49

(서울=연합뉴스)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2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출근하면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제를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에 대한 질문에 "지금 당장 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임기 때 먼저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면서 "잘 검토해서 국민이 걱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3월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 행사를 법원행정처 소속 고위 판사가 부당하게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이 퍼지는 와중에 불거졌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이, 대법원장이나 사법부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판사에 관한 정보를 따로 정리한 자료가 있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의혹이 일자 대법원은 진상조사위 조사를 거쳐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상당수 판사가 재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결국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 조사해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기 첫날 이 문제를 거론한 이유는,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실무근' 결론에도 불구하고 법원 안팎에서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8년 만에 전국의 법관 대표자 100여 명이 모여 추가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시민단체들도 신임 대법원장에게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3월 사법행정권 남용사태가 터진 직후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법원행정처가 잘못 대응하고 있다는 취지로 쓴소리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철저한 조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덜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 국민적 화두인 사법개혁에 매진할 환경을 조성하는 차원에서도 이 문제는 시급히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조사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직접 나서기보다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 대상도 블랙리스트 파일이 저장돼 있음 직한 법원행정처 컴퓨터 등으로 국한해 신속히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블랙리스트 의혹의 배경에는 법원행정처가 엘리트 판사 위주의 운영과 인사권 독점 등으로 지나치게 관료화됐다는 비판론도 작용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권한을 분산하는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삼권분립에 따라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것"이라며 "제가 자의적으로 행사하지는 않겠지만 대통령과 충돌이 있을 때는 반드시 제 뜻을 관철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자신의 진보적 성향에 대한 보수 진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아가 사법부 독립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본인의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려 한 것 같다. 하지만 말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김 대법원장은 내년에만 11월까지 교체되는 6명의 대법관 후보에 대해 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이 임명되면 대법원이 '진보 코드' 일색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이런 기류를 의식해서인지 김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대법관 제청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대법관 후보 추천위의 논의에도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법원장이 이 약속을 꼭 지켜 세간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입증하기 바란다. 그게 사법부 독립의 기틀을 다지고, 사법개혁에 전력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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