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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만 전해온 고전소설 '서경충효지' 찾았다

송고시간2017-09-24 10:25

서경충효지 표지(왼쪽)와 내지. [유춘동 교수 제공]

서경충효지 표지(왼쪽)와 내지. [유춘동 교수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프랑스 출신 동양학자 모리스 쿠랑(1865∼1935)이 조선의 도서 정보를 집대성해 1894∼1896년에 펴낸 '한국서지'에 수록됐으나, 그동안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던 책 '서경충효지'(徐卿忠孝誌)가 발견됐다.

유춘동 선문대 교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움을 받아 이대형 동국대 교수와 함께 이 도서관의 고전운영실 서고를 조사해 조선 후기 고전소설 '서경충효지'의 실물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서경충효지는 114장으로 된 한 권짜리 한문 필사본이다. 첫 장에는 서문이 있고, 두 번째 장에는 내제(內題·속표지에 적은 책의 이름)와 목록이 기재돼 있다.

유 교수는 서경충효지를 조사해 이 책이 만와(晩窩) 이이순(1754∼1832)이 지은 것으로 전하는 19세기 한문 장편소설인 '일락정기'(一樂亭記)와 내용이 같은 이본(異本)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가정소설인 일락정기는 한국 고전소설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서울대 규장각,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이본 4종이 남아 있다.

유 교수는 "누락과 오자가 적어 일락정기의 선본(善本)으로 간주하는 규장각본과 서경충효지를 비교하면, 서경충효지에 오·탈자가 많다"면서도 "서경충효지에는 규장각본에는 나타나지 않는 표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경충효지는 일락정기의 또 다른 이본인 김동욱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규장각본과 김동욱본 사이에 위치하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락정기의 이본을 두루 살핀 유 교수는 이 소설의 명칭이 본래는 서경충효지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락정기의 서문에 나오는 '만와옹'(晩窩翁)을 토대로 작자를 이이순으로 규정한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 교수는 "일락정기는 소설에 나오는 정자의 이름인데, 특정 장소를 작품명으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서씨 집안의 충과 효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의 서경충효지가 소설 이름으로는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경충효지와 일락정기의 서문을 비교하면, 서경충효지에는 소설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삭제돼 있고 저자와 필사 시기에 대한 정보도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서경충효지의 서문. [유춘동 교수 제공]

서경충효지의 서문. [유춘동 교수 제공]

그렇다면 서경충효지는 누가, 언제 적은 책일까.

서경충효지에는 소설 외에도 일기, 서간문 등이 필사된 상태다. 일기의 작성 시점은 1852년 9월 28일부터 1854년 12월 30일까지다.

유 교수는 "일기를 쓴 사람은 1850년대 충남 공주에 거주한 사대부 문인으로, 논산을 자주 오갔음을 알 수 있다"며 "그는 중국 난징(南京)에서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났고, 소설 수호지를 빌려 읽었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권변(1651∼1726)이 1690년에 보낸 편지와 강석규(1628∼1695)가 지은 문학 작품도 필사된 점으로 미뤄 "서경충효지의 작자는 이 사람들과 학문적 성향이 비슷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경충효지의 작자는 필사 이유에 대해 "특별히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는데, 마음 붙일 곳이 있으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적었다. 즉 한가로움을 잊고 교양을 쌓기 위해 책을 적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서경충효지가 확인되면서 일락정기의 원본(原本)과 작자에 대한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게 됐다"며 "모리스 쿠랑의 한국서지에 기록돼 있지만, 실물이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고전소설도 찾게 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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