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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1년] '소비 절벽' 없었다…화훼 등 일부 업종은 영향

송고시간2017-09-24 06:03

전체 소비 증가 폭 둔화했지만 꾸준한 증가세…소비 '풍선 효과'도

한정식 법인카드 사용액 '뚝'…명절 선물세트·외식업도 타격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정빛나 기자 =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1년을 맞는다.

청탁금지법은 시행 초기 경기침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극심한 대내외 불확실성과 겹쳐 '소비 절벽' 우려를 키웠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산업별·업종별에 따라 청탁금지법의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곳도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과 관련이 깊은 농·축·수산물이나 음식점·화훼 분야 등은 지금까지 매출 감소 등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영향만을 따로 떼 분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청탁금지법의 긍정·부정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김영란법에 '시들어 가는' 화훼농가… 매출 '반토막'(CG)
김영란법에 '시들어 가는' 화훼농가… 매출 '반토막'(CG)

[연합뉴스TV 제공]

◇ 음식점·주점업 소비 뒷걸음질…거시 지표 영향은 '불확실'

청탁금지법과 연관된 일부 소비 지표들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지수는 지난해 9월 1.6% 감소해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는 이후 지난 7월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 지표도 좋지 않다.

음식점·주점업 생산 지수도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음식점업 생산은 지난해 9월,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이어 1년 전과 비교해 매달 3%에서 최대 6% 내외로 감소하고 있다.

주점업은 지난해 7월 3.7% 줄어든 이후 지난해 11월 감소 폭이 9.6%까지 확대됐지만 지난해 7월 4%대로 떨어졌다.

반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골프장 운영업은 생산 지수가 오히려 지난해 말 10%대까지 확대되면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표상에 나타나는 이런 부진은 청탁금지법보다는 경기침체와 정치적 혼란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은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할 때였다.

2012년 7월 이후 단 한 달도 빼지 않고 증가해온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 4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이어 8월부터는 자영업자가 14개월 만에 증가하기 시작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대내외 악재로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줄어든 소비는 더 싸고 질 좋은 소비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법 시행에 따른 전체 소비 위축 영향을 일부 상쇄하기도 했다.

음식점업의 불황에도 구내식당업이 지난해 4분기 약 2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린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전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부 소비 구조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체 거시 지표는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작았다.

지난해 9월 이후 전체 소매판매액 지수는 9월 이전과 비교해 경기침체 영향으로 증가 폭이 다소 둔화하기는 했지만 1∼4% 내외의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당시 우려됐던 전면적인 '소비 절벽'은 사실상 기우로 끝난 셈이다.

트럼프, 美곳곳서 '감사 투어'
트럼프, 美곳곳서 '감사 투어'

epa05680279 US President-elect Donald Trump speaks to the crowd at Ladd-Peebles Stadium in Mobile, Alabama, USA, 17 December 2016. The stop is a part of Trump's 'Thank You Tour' rally. EPA/DAN ANDERSON

◇ 한정식집 법인카드 사용액 25%↓…화훼는 8.5%↓

하지만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청탁금지법 영향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씨카드가 청탁금지법 시행 전후(2015년 10월∼2016년 8월, 2016년 10월∼2017년 8월) 자사의 신용카드 이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청탁금지법에 따른 소비 위축이 수치로도 나타났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한정식집이었다. 사용액과 사용 건수 모두 20% 이상 감소했다.

한정식집 법인카드 사용액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보다 25.2% 감소했다. 사용 건수도 24.2% 줄었다.

개인카드도 사용액과 사용 건수가 각각 22.9%, 22.2% 줄었다.

일식 횟집 업종은 법인카드와 개인카드가 대조를 이뤘다. 개인카드로는 사용액이 7.0%, 사용 건수는 14.8% 증가했다.

반면 법인카드는 사용 건수가 거의 변함이 없었으나 사용액은 7.2% 줄었다.

3만 원 규정에 따라 고가의 음식을 파는 한정식집은 찾는 사람이 줄었을 뿐 아니라 사용하는 금액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일식 횟집은 찾는 이들이 줄지는 않았지만, 규정에 맞는 가격의 음식을 먹느라 사용액이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접대에 주로 사용되는 법인카드 사용액만 감소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같은 기간 중국음식이나 일반한식, 서양음식은 사용액과 사용 건수가 최대 20%까지 증가한 점을 봤을 때, 한정식집이나 일식 횟집의 감소세는 불경기만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요식업종 전체로 봤을 때 사용액이나 사용 건수는 줄지 않았다. 하지만 한 건당 사용액이 법인카드와 개인카드 모두 4% 줄었다.

주점업종도 법인카드 사용액과 건수가 더 크게 감소하는 등 비슷한 모양새였다.

청탁금지법 시행을 전후해 주점업종 법인카드 사용액은 9.2%, 사용 건수는 7.5% 줄었다. 개인카드는 각각 2.9%, 4.0% 줄었다. 역시 법인카드를 사용한 접대가 약화했다고 볼 수 있다.

화훼업종은 법인카드와 일반카드 사용 패턴이 정반대로 변화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과 비교하면 화훼업종 개인카드는 사용액(3.7%)과 사용 건수(15.6%) 모두 늘었다.

하지만 법인카드는 사용액이 8.5%, 사용 건수가 3.4% 각각 줄었다.

개인카드 사용이 활발해졌다고 해도 실속이 없었다. 건당 사용액을 보면 법인카드는 5.3%만 줄었지만, 개인카드는 10.3%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5만원 랍스타' 등장…'영란 선물세트' 대세(CG)
'5만원 랍스타' 등장…'영란 선물세트' 대세(CG)

[연합뉴스TV 제공]

◇ 명절 선물세트 직격탄…외식업종 평균 매출 22% 감소

선물용 수요가 집중되는 주요 농축산물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수요가 급감하며 매출이 대체로 크게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연간 식품 매출 가운데 명절 기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명절 선물 수요 급감은 전체 농·축·수산물 매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번째 명절인 올해 설 당시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1천2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나 감소했다.

2년 전인 지난 2015년(1천467억 원)보다도 판매액이 적다.

국내산 쇠고기(-24%), 과일(-31%), 홍삼제품(-17%) 등 전통적으로 잘 나가던 품목의 감소 폭이 컸다.

반면 국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농축산물 선물세트 비중은 작년 설 대비 1.2%p 증가한 5.4%로 집계됐다.

다가오는 이번 추석 연휴에도 국내산 농축산물 매출은 더 줄고, 수입산의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80∼90%가 선물용으로 소비되는 화훼 분야의 피해도 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화원협회 소속 소매업체 1천200곳의 올해 1∼5월 거래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7% 급감했다.

이 시기가 인사철, 졸업식·입학식,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어버이날 등 대목이 몰려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특히 승진 축하용 등으로 주로 소비되던 난류는 소비가 줄면서 평균 가격(작년 9월∼올해 5월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14.2%나 하락했다.

접대 문화가 줄면서 한식, 일식, 중식 등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높은 음식점들의 매출도 감소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김영란법 시행 1년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420개 업체 가운데 66.2%(278곳)가 청탁금지법 시행 후 1년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평균 매출감소율은 22.2%이었다.

업종별 매출감소율은 일식이 35%로 가장 타격이 컸고, 한식과 중식 업소의 평균 매출감소율도 각각 21%, 중식 20.9%로 조사됐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각자내기(더치페이) 문화는 예전보다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외식업체들의 전체 매출 가운데 더치페이 비중은 시행 전 23.9%에서 시행 후 38.5%로 늘었다.

동시에 더치페이 확산으로 1인당 3만 원 이상 결제 비중은 37.5%에서 27.2%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청탁금지법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은 부인할 수 없는 결과"라며 "다만 청탁금지법 효과가 경기침체와 섞이면서 미시적으로 보지 않으면 데이터상으로 명확히 식별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래픽] '청탁금지법 1년' 국내 소비 지표 얼마나 변했나
[그래픽] '청탁금지법 1년' 국내 소비 지표 얼마나 변했나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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