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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의 케이블카 때문에 쫓겨날 판" 부산 해녀의 눈물

구청 "공익 목적" 40년 해녀촌 철거 계획…해녀촌 "업체에 특혜 주려" 반발
케이블카 개통으로 철거 위기 40년 해녀촌
케이블카 개통으로 철거 위기 40년 해녀촌(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서구청이 40년 전통의 암남공원 해녀촌을 철거하려고 하자 해녀촌이 케이블카 업체에 특혜를 주려고 한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부산 암남공원 내 해녀촌 포장마차. 2017.9.22 [암남공원 해녀촌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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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서구 암남동에서 평생 물질을 해 살아온 해녀 김정자(70) 씨는 지난 6월부터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케이블카만 보면 분통이 터진다.

김 씨는 "저 망할 놈의 케이블카 때문에 해녀들이 다 쫓겨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구청 행정대집행 조치에 항의하는 해녀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청 행정대집행 조치에 항의하는 해녀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씨는 자신이 멍게, 해삼 등 각종 해산물을 잡아 장사해온 40년 전통의 암남공원 해녀촌이 민자사업으로 준공한 송도해상케이블카로 인해 존폐 위기를 맞았다고 믿고 있다.

지난 6월 개장한 송도해상케이블카는 2013년 송도해수욕장 100주년을 맞아 과거 송도해수욕장의 명물이었던 케이블카를 복원하려고 서구청이 추진했다.

케이블카 개통 이후 340여 대의 주차공간이 있는 암남공원은 차량이 몰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주차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22일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암남공원 가장 안쪽에 10여 개의 가설 건축물을 설치해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을 팔아온 해녀촌은 1976년 부산시가 인근 바다를 매립하자 손실보상 차원에서 해녀와 놀잇배 업자가 불법으로 포장마차를 차려 장사한 것이 시작이었다.

부산 암남공원 해녀촌 위로 오가는 케이블카
부산 암남공원 해녀촌 위로 오가는 케이블카(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서구청이 40년 전통의 암남공원 해녀촌을 철거하려고 하자 해녀촌이 케이블카 업체에 특혜를 주려고 한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암남공원 주변 해상에서 해녀들이 물질하는 가운데 송도케이블카가 오가는 모습. 2017.9.22 [암남공원 해녀촌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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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의 단속과 해녀촌의 노점 허용 요청이 반복되다가 2000년 해녀촌이 '공공의 필요로 철거 요청 시 30일 이내에 자진 철거한다'는 각서를 구청에 쓰고 사실상 합법 영업을 해왔다.

해녀촌 철거 갈등은 서구청이 지난해 9월 갑자기 해녀촌 업주 29명에게 자진철거 공문을, 11월에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면서 불거졌다.

부산 암남공원 위로 오가는 송도해상케이블카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 암남공원 위로 오가는 송도해상케이블카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녀촌은 구청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7일 패소했다.

서구청은 철거전문용역업체를 동원해 22일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2심 판결까지 행정대집행을 정지하라는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해녀촌 철거 여부는 향후 법정에서 다시 가려지게 됐다.

서구청은 2000년 해녀촌이 작성한 '요청 시 자진철거' 각서에 근거해 해녀촌 행정대집행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암남공원 주변에서 진행되는 관광사업의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목적으로 불법 가설 건축물인 해녀촌 철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녀촌을 없앤 자리에 부족한 주차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해녀촌은 구청이 각서에 명시된 '공공의 필요'가 아니라 '케이블카 업체에 특혜를 주려고' 철거 요청을 했다며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해녀촌의 업소당 허용 면적은 15㎡로 10여 개 업소를 모두 철거하더라도 20여 면 정도의 주차공간이 추가로 확보된다.

삶의 터전 위협받자 시위 나선 해녀
삶의 터전 위협받자 시위 나선 해녀(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서구청이 40년 전통의 암남공원 해녀촌을 철거하려고 하자 해녀촌이 케이블카 업체에 특혜를 주려고 한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부산 암남공원 해녀가 구청의 해녀촌 철거를 막아달라며 상경해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 2017.9.22 [암남공원 해녀촌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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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촌 측은 주차공간 마련은 허울 좋은 명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송도해수욕장 일대를 관광 단지화해온 서구청은 숙원이었던 케이블카 유치 과정에서 민자사업자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7월 송도케이블카가 서구청에 보낸 행정지원 요구사항 공문.
2015년 7월 송도케이블카가 서구청에 보낸 행정지원 요구사항 공문.

그런 정황은 구청과 케이블카 사업자가 주고받은 공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송도케이블카 사업자는 2015년 7월 서구청에 보낸 '민자사업 행정지원 요구사항'에서 오토캠핑장 부지(오션파크)와 상·하부 정류장 주차장 무상사용, 케이블카와 연계한 관광·상업시설을 위한 암남·송림공원 개발과 행정조치, 부지매입 협조, 무상사용 기한인 20년 이후에도 계속 영업이 가능한 방안 등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암남공원 해녀촌은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주차장에 속한다.

케이블카 사업자는 매립지인 오토캠핑장 매립용도가 바뀌는 10년 뒤나 그 이전에 수익사업이 가능하면 협의하는 방안도 보장해달라고 했다.

이 같은 특혜성 요구에 대해 서구는 하루 만에 공문을 보내 무상사용 기한 연장만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며 나머지 사안에 대해 서구 발전에 부합될 경우 법령이 허용하고 행정업무의 지원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정향 서구의회 의원은 "케이블카 사업자는 이후 오토캠핑장 위탁계약을 맺었다가 특혜 논란이 빚어지자 손을 뗐고 남항대교 하부 주차장 등은 도로점용료를 내고 사용계약을 맺는 등 상당 부분이 공문대로 됐다"며 "해녀촌 철거도 암남공원 주차장 사용 권한을 통째로 케이블카 사업자에게 주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카 개통으로 내몰리는 해녀촌 해녀들
케이블카 개통으로 내몰리는 해녀촌 해녀들(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서구청이 40년 전통의 암남공원 해녀촌을 철거하려고 하자 해녀촌이 케이블카 업체에 특혜를 주려고 한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부산 암남공원 해녀촌 해녀 14명의 공동어업권입어증. 2017.9.22 [암남공원 해녀촌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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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케이블카 협조공문에 대한 서구청의 답변 공문.
송도케이블카 협조공문에 대한 서구청의 답변 공문.

케이블카 사업자가 2013년 7월 구청에 낸 사업 제안서를 보면 암남공원에 412대의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해녀촌 자리에 간이음식점을 짓는다는 계획도가 포함돼 있다.

계획도대로 서구청은 올해 초 암남공원 내에 있던 테니스장과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철거해 동호회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해녀촌 측은 케이블카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려고 해녀촌을 강제로 철거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만근 암남공원 해녀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정부는 제주 해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했지만 서구청은 40년 이상 물질을 해온 해녀들을 대책도 없이 내몰고 있다"며 "케이블카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렇게 내쫓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극제 서구청장은 "국가 땅에서 불법으로 포장마차를 해온 해녀촌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개입찰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케이블카 업체가 주차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혜는 없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이어 케이블카 업체의 간이음식점 계획 의혹에 대해 "현재의 해녀촌 자리는 지난해 태풍에 박살이 났을 정도로 바닷가와 인접해 태풍 피해에 취약한 곳"이라며 "해녀촌을 철거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어떤 시설도 지을 수 없고 짓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3년 송도케이블카가 서구청에 제출한 사업제안서 중 암남공원 주차계획도.
2013년 송도케이블카가 서구청에 제출한 사업제안서 중 암남공원 주차계획도.

해녀촌 측은 1심 패소 이후 대체부지 마련 등을 요구하며 구청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서구청은 구청장실과 이어지는 복도 셔터를 내려버리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win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22 09: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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