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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또 통했다"…최태원, 하이닉스 이어 도시바 '승부수'

인수전 초반 열세에 직접 일본 건너가 역전극 '진두지휘'
'딥 체인지' 경영화두 몸소 실천…불확실성 등은 부담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지난 2011년 말 진행된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입찰에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SK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모험'으로 받아들였으나 최태원 회장은 2년간 반도체 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고 무난하게 인수에 성공했다.

전세계 반도체시장의 '수퍼호황' 덕이지만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매출이 30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은 13조~14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는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거듭나면서 최 회장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증명했다.

일본 도시바(東芝)가 20일 이사회에서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을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최 회장의 두번째 '반도체 승부수'도 머지않아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수 협상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초반부터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경쟁업체들에 뒤처지면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최 회장은 직접 일본을 방문해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방식으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결국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최 회장의 이런 '뚝심'은 최근 경영 화두로 강조하고 있는 '딥 체인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업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변화에 앞장서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할 수 있으므로 선제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그룹 차원에서 개최한 '제1회 이천 포럼'에서 "통신, 정유에서 반도체로의 사업 진출을 확신하지 못한 구성원도 있었으나 누군가의 확신과 앞선 준비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있다"면서 자신의 결정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서 유연하게 대응한 것도 성공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예상 인수자금이 커지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등과의 연대에 나섰고, 일본 정부가 기술 해외유출 등을 우려한다는 점을 감안해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DBJ) 등과도 손을 잡았다.

특히 베인캐피털은 최 회장의 장녀 윤정 씨가 베인앤드캐피털과 근무한 인연이 있는 곳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또 경영권 확보를 고집하지 않고 도시바와 시너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물밑 설득작업에도 나선 것도 주효한 것으로 평가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도시바 이사회 결정까지 진행됐지만 최 회장 앞에 놓인 길도 만만치 않다.

도시바가 그동안 매각 협상에서 수차례 '말바꾸기'를 해온 터여서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도 마음을 놓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다 이후 이른바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각사 이사회 승인과 각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 절차 등도 남아있다.

아울러 어느 업종보다 부침이 심한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도 앞으로 최 회장이 계속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연합뉴스 자료사진]

human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20 17: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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