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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같았던 30초'…멕시코 특파원이 겪은 규모 7.1 강진

책장·액자 우수수 떨어지고 순식간에 아수라장…12일만의 강진에 공포감
멕시코시티-아카풀코 고속도로 일부 붕괴…멕시코시티 공원 등은 피난 터
힘없이 고꾸라진 책상 책꽂이[국기헌 특파원]
힘없이 고꾸라진 책상 책꽂이[국기헌 특파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쨍그랑…쨍그랑"

19일(현지시간) 오후 1시 15분께.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과 함께 현기증이 나면서 몸이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식장 안에 있던 그릇들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이내 주방 쪽에서 컵과 그릇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깨지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거실과 방 벽에 걸린 시계와 액자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하나둘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흔들림이 더 심해지자 책꽂이가 힘없이 고꾸라졌다.

지진임을 직감하니 지진경보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공포감이 밀려왔다.

규모 7.1의 강진. 진앙은 멕시코 중부 푸에블라 주 라보소 인근이었지만 북서쪽으로 123km 떨어진 수도 멕시코시티도 도시 전체가 흔들릴만큼 강력한 지진이었다.

'아, 이런 게 지진이구나'라는 탄식을 속으로 내뱉고선 급히 몸을 피할 곳을 찾았다.

아파트 정문 엘리베이터 옆 화장실이 일단 눈에 띄었다. 지진이 발생했지만 바로 건물 밖으로 대피할 수 없을 경우 일단 급한 대로 천장 공간이 작고 물이 있는 화장실로 대피하라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화장실 문간을 잡고서 흔들림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요동은 30초간 계속된 뒤 멈췄다. 30초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루처럼 느껴진 긴 시간이었다.

요동이 멈춘 뒤 집 열쇠와 물 한 병을 챙겨 들고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신분증 역할을 하는 한국 여권을 찾으려고 했으나 너무 급한 나머지 포기했다.

7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동안 다시 건물이 요동치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엄습했다. 비상계단 벽 곳곳이 금이 가고 잔해물이 바닥에 떨어져 조금이라도 빨리 건물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도로로 대피한 주민들[국기헌 특파원]
도로로 대피한 주민들[국기헌 특파원]

건물 밖을 빠져나오니 아파트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주민들이 모여있는 공간이 널찍한 아파트 앞 도로 건너 공원으로 이동했다. 길을 가던 차들은 일제히 시동을 끄고 멈춰 서거나 서행했다. 한 청년은 얼마나 급했는지 맨발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난생처음 지진을 경험해본 터라 당황과 공포감에 가득 찬 기자와 달리 멕시코 현지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서 뉴스를 보고 일부는 가족과 지인의 안부를 확인하려고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20여 분이 지나자 주민들이 하나둘씩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주민들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금이 간 벽이 눈에 띄었다. 아파트 관리실 직원들은 건물 피해 상황을 점검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지진 발생 당시 멕시코시티 중심 대로인 레포르마 등 시내 중심가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요동이 멈추자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일제히 도로와 광장, 공원 등으로 대피하면서 피난 터를 방불케 했다.

시민들이 몰려나오면서 시내 중심도로는 30분 넘게 주차장이 됐다.

일부 지역에서 가스 누출이 보고되자 일부 시민이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고함을 치면서 제지하기도 했다.

재난당국이 파악한 사망자만도 강진 발생 5시간여 만에 130명을 넘어섰다.

멕시코시티에서는 건물 44채가 붕괴했으며, 멕시코시티와 아카풀코를 잇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무너져 통제되고 있다.

멕시코시티에 있는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은 강진 후 잠정 폐쇄됐다가 이날 오후 4시부터 운행이 재개됐다.

멕시코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매몰자 구조작업과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진은 공교롭게도 1985년 멕시코 대지진이 일어난 지 32주년이 되는 날 발생했다.

더구나 지난 7일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州) 피히히아판 인근 해상에서 멕시코 역사상 최대인 규모 8.1의 강진이 발생한 지 불과 12일만에 다시 발생한 지진이어서 현지인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현지인 아나루 씨는 "1985년 대지진 때 17층 건물에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건물들이 무너져 그날 죽는 줄 알았다"면서 "그 이후로 지진이 나면 아무것도 못 듣고 아무런 생각도 못 한다"며 흐느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5분께 멕시코시티에서 남동쪽으로 123㎞ 떨어진 푸에블라 주 라보소 인근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51㎞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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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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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pia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20 09:2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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