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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 수당·상여는 괜찮나요"…경총에 통상임금 문의 쇄도

재계, 기아차 1심 패소후 소송대비·임금체계 개편 서둘러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난달 말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져 수 천억 원의 '임금 소급 지급' 판결을 받자, 다른 기업들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며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등에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애매모호한 '신의칙(신의성실 원칙)' 적용 기준을 묻거나, 기존 상여·수당 등을 포함한 임금체계를 어떻게 개편해야 이런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지 해법을 상담하고 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첫 통상임금 판결 이후 많은 기업이 취지에 맞춰 임금체계를 바꿨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모호한 상여·수당 규정을 유지하며 노사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 경총에 하루 수십건 기업 문의 이어져…노조는 상대적으로 '침착'

"우리 회사는 거의 고정적으로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것도 통상임금에 해당하나요"

20일 경총에 따르면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 직후인 이달 초 첨단소재 생산업체 A사는 경총 법·규정 담당 실무 부서에 전화를 걸어 이런 요지로 자문을 구했다.

기아차 판결 이후 경총에는 기업들의 이런 통상임금 관련 문의와 상담 전화가 하루 수십 통씩 이어지고 있다. 경총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사측 대표로 참여할 만큼 경제단체들 가운데 노사 문제에 '특화'했기 때문이다.

종업원 1천여 명이 근무하는 건설업체 B사의 경우 "상여금의 '재직자 한정지급 조항' 유무에 따라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어떤 회사에서 상여금 지급에 '당일 재직 중이어야 한다', '일정 근무 일수를 충족해야 한다' 등의 추가 조건을 두고 있다면, 이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B사 관계자는 "기업이 근로자를 배려해 상여 지급 규정을 엄격하게 두지 않은 것인데, 그런 경우 오히려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식품업체 C 기업의 경우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요건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며 "하지만 이후 신의칙 인정 기준이 하급심마다 엇갈려 혼란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판결에 기대하고 통상임금 소송이 우리 기업에서도 제기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총 관계자는 "법정에서 신의칙의 적용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경총에 요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2013년 통상임금 판결 이후 아직 통상임금 체계를 고치지 않은 기업들이 구체 개편 방법을 묻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노조 쪽은 상대적으로 동요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본부장(변호사)은 "기아차 1심 판결 이후 몇 건의 소송 상담이 들어오긴 했지만, 크게 늘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2013년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 당시 각 노조의 문의가 빗발쳤던 것과 비교하면 차분한 분위기로, 2013년 이후 수년간 각 노사가 통상임금 관련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노조의 고민은 '소송을 하느냐, 마느냐' 정도로 다소 단순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큰 틀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경영 타격 정도를 가늠해야 하기 때문에 더 술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회사 수당·상여는 괜찮나요"…경총에 통상임금 문의 쇄도 - 1

◇ 상여 전액 기본급 포함, 성과 연동 상여 등으로 임금체계 개편

그렇다면 상여금뿐 아니라 중식비까지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이번 기아차 1심 판결을 비롯, 지금까지의 통상임금 판례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어떤 방향의 임금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을까.

경총 분석에 따르면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진행된 임금체계 개편은 크게 네 가지 형태로 요약된다.

우선 제일 간단한 방법은 연간 정기상여금 총액을 12개월로 나눠 월 기본급에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정기상여금 일부만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나머지에 '재직자 한정지급', '한 달 15일 이상 근무 시 지급' 등의 조건을 추가해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경우도 있다. 일부 상여금과 수당의 '고정성' 요건을 없애 통상임금에서 빼 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D사의 경우 기존 기본급 600%의 상여금 가운데 400%는 기본급에 산입하고, 나머지 상여금에는 '재직자 한정지급' 조항을 붙여 통상임금 산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드물지만 더 나아가 정기상여금 모두에서 '고정성'을 배제하고 통상임금과 상여금을 완전히 분리한 사례도 있다.

그리고 나머지 기업들은 '성과 연동 상여금'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정기상여금의 일부를 성과와 연동해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과 효율성 등의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 기업들로서는 '성과 연동형 상여금' 임금체계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이 방식은 생산현장에 긴장감 등을 조성하기 때문에, 도입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hk99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20 06: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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