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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살인사건' 2라운드…1심 무기징역에 쌍방 항소

아내·내연남, 무죄 주장…검찰, 투입방법 명확히 해야
간접 증거 기소 '고무통·낙지' 무죄·'농약사이다·노숙자' 유죄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전국을 경악하게 한 '니코틴 살인사건'이 무기징역을 결정한 1심에 대한 쌍방 항소로 2라운드에 돌입했다.

아내가 내연남과 짜고 돈을 노려 니코틴 원액으로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판결 난 이 사건은 국내 사법 사상 첫 사례인 데다 직접적인 살인 증거가 없어 주목받았다.

1심 재판부는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 아내와 내연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내와 내연남은 1심에 불복하며 무죄를 주장했고, 검찰은 1심에서 공소사실이 대부분 인정됐지만 니코틴 투입방법에 대한 판단이 없어 항소했다.

이에 항소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거 직접 증거가 없는 살인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뒤집힌 사례가 적지 않아 이번 니코틴 살인사건 역시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직접 증거 없어 무죄 확정

직접 증거가 없어 무죄를 받은 사례는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과 '낙지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2014년 7월 포천시내 한 빌라 안 고무통에서 부패한 시신 2구가 발견됐다. 1구는 2004년 숨진 남편, 다른 1구는 2013년 살해된 내연남이었다.

경찰은 수사를 벌여 아내 이모(51)씨를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이씨는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 졸라 죽였다"면서도 "남편은 자고 일어나보니 숨져 있었고 사랑하는 마음에 시신을 보관했다"며 남편 살해 혐의는 끝까지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남편과 내연남을 모두 살해한 것으로 판단, 이씨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남편 사인이 불분명하고 남편 사망에 이씨가 개입했다고 볼 충분한 증거도 없다"며 남편 살해 혐의 부분을 무죄로 판단, 징역 18년으로 감형했다.

앞서 2013년 9월 대법원 1부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3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제출된 간접 증거만으로는 여자친구를 강제로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고 볼 수 없고 낙지를 먹다가 질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취지다.

1심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2심과 대법원은 무죄로 봤다.

2015년 상주 농약사이다 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년 상주 농약사이다 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간접 증거만으로도 유죄 판결

그러나 노인 6명을 죽거나 숨지게 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과 '부산 노숙자 살인사건'처럼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대법원 1부는 살인과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8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에 이어 2심 역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씨는 2015년 7월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농약을 몰래 넣은 사이다를 마시게 해 마을 주민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범행 동기가 쟁점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씨가 평소 화투를 치면서 피해자들과 다툼·갈등이 있었고 평소 억눌렸던 분노가 표출돼 범행을 저질렀다"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박씨 입장에서는 살해 동기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부산 노숙자 살인사건은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손모(43·여)씨가 대구의 한 여성 노숙자 쉼터에서 알게 된 김모(26·여)씨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며 부산으로 데려간 뒤 독극물을 먹여 살해한 뒤 시신을 화장해 증거를 없앤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김씨가 돌연사했거나 자살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손씨가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하고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점 등으로 볼 때 살해 동기가 충분하다"며 "살해 장소나 방법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범행 시간과 동기, 피해자를 물색한 정황 등이 손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2심은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6년 니코틴 살인사건. [연합뉴스TV 제공]
2016년 니코틴 살인사건. [연합뉴스TV 제공]

◇ 직접 증거 없는 니코틴 살인사건 항소심 주목

이번 니코틴 살인사건 역시 살해방법 등 직접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1심인 의정부지법 형사합의 11부(고충정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아내 송모(47)씨와 내연남 황모(46)씨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니코틴 투여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지만 피해자 사망 전후의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송씨의 살해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2016년 4월 송씨의 남편인 오모(53)씨가 숨진 채 발견될 당시 현장에는 송씨와 지적장애 딸만 있었고 외부인이 출입한 흔적이 없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오씨의 몸 안에서는 치사량의 니코틴 1.95㎎/ℓ과 독성 농도의 수면제 0.41㎎/ℓ이 검출됐다.

다만 검찰은 송씨가 잠든 오씨에게 니코틴을 마시게 해 살해했다고 기소하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주입했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송씨와 황씨가 혐의를 극구 부인하면서 구체적인 살해방법을 입증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역시 대법원 판례를 들어 "살인죄에 있어 범죄 방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인정할 수 없는 경우 개괄적으로 표시해도 무방하다"고 살해방법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송씨와 황씨는 "억울하다"며 1심 판결에 불복했고 검찰 역시 항소했다.

이태형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20일 "그동안 수집해 제시한 다양한 증거를 보면 송씨가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마시게 한 것이 분명하다"며 "재판부가 수사 내용을 대부분 인정했지만 살해방법에 관해서도 판단해 달라는 취지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ky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20 07: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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