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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치모험극 속 美·中 전쟁 가능성 경계해야"

美벨퍼센터 소장 "북한이 미·중을 전쟁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
"미·중 상호 의도 불신 우려"…"지도자들 자신의 선택 결과 숙고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1949년 후반, 소련이 소련 최초의 원자탄 폭발 시험을 한 후 미 공군 참모총장은 트루먼 대통령에게 소련에 대한 폭격을 승인해줄 것을 촉구했다. 중국이 1960년대 초반 핵 개발 임계점에 접근할 때 소련은 베이징공격 계획을 세우고 심지어 미국과 이에 관해 협의하기도 했다. 인도가 핵 개발 문턱에 접근했을 때는 중국은 인도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검토했고, 파키스탄이 핵 개발에 성공할 무렵엔 인도가 파키스탄 폭격을 검토했다. 이제 북한의 핵 개발이 지속하자 미국이 군사 수단을 공개 언급하고 있다. 이 모든 경우에서, 군사 공격의 결말을핵 무장한 적국과의 공존과 비교한 결과 이들의 선택은 후자였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서울=연합뉴스]

하버드대 과학·국제문제 벨퍼센터 소장인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안보외교 전문매체 디펜스 원에 기고한 글에서 1945년 미국의 원자탄이 등장한 이후, 적국이 핵 개발의 문턱에 섰을 때 먼저 핵 무장한 나라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심각하게 군사 공격을 검토한 경우가 7가지 있었다며 이 가운데 검토로 끝난 5건을 예시했다.

실제 폭격을 단행한 경우는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한 것과 2007년 역시 이스라엘이 시리아가 북한으로부터 도입한 원자로 시설을 폭격한 것 2가지다.

이 두 경우는 그러나 이라크와 시리아 모두 아직 핵무기를 갖지 못한 상태였고 파괴할 목표물이 단 한 개였다는 점에서 다른 경우와 다르다.

북한은 현재 최고 60개까지 보유했기 때문에, 숨겨진 것들을 모두 찾아내 파괴하려면 메릴 맥피크 전 미 공군참모총장의 표현에 따르면 "가가호호 수색"이 필요한 사안이다.

기존 패권국에 대한 신흥국의 도전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는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으로 미국과 중국 간 대전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앨리슨 교수는 이 글에서도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 의향 유무와 관계없이 두 나라를 전쟁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며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서 각국 지도자들의 신중한 선택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간 대전의 결과를 생각해 보면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이는 일을 상상할 수 없지만, 한국 전쟁 때 북한이 남침하는 바람에 미국이 참전했고, 군이 중국과 접경한 압록강에 이르자 당시 오랜 내전을 끝낸 지 1년밖에 되지 않고 국내 총생산(GDP)이 미국의 50분의 1에 불과했던 중국이 세계 유일의 핵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을 상대로 전쟁에 나선 선례를 보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동북아 정치 지형은 미국과 중국의 상호 불신에 더해 한국, 일본 등도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다자 모험극이 벌어지고 있어서 당사국 한 두 나라가 다른 당사국들의 행동을 오해할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앨리슨 교수에 따르면 현 동북아 정치 드라마에서, 미국은 중국이 북한 핵위기를 이용, 미국을 역내에서 밀어내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제대로 제어하지 않는 점이나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거의 북한을 압박하는 수준으로 한국을 압박하려는 점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대북 정책을 보면 미국이 중국의 자연스러운 국력 신장을 봉쇄하려는 큰 그림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의심한다. 한국과 일본을 설득해 사드와 이지스 등 미사일 방어체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의 대미 핵 억지력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인도까지 포함해 아시아 지역에서 동맹체제를 확대하려는 것은 중국에 대한 봉쇄와 마찬가지라고 중국은 의심한다.

한국의 경우 최우선 순위는 전쟁을 피하는 것이라고 앨리슨 교수는 지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 핵문제를 다루면서 추구하는 2대 목표 중 첫째는 북한의 대일 공격을 초래하는 어떠한 미국의 행동에도 반대하는 것이고, 둘째는 일본 국민 사이의 안보 불안감을 이용해 평화헌법을 개정함으로써 세계 3위의 경제 대국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을 재건하는 것이라고 앨리슨 교수는 분석했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 속에서 각국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히 숙고하는 것이다.

앨리슨 교수는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났을 때 각국 지도자와 그의 전쟁 목적은 어떻게 되었나? 모두 자신들이 최대로 아끼는 것을 잃었다"고 상기시켰다.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의 황제는 권좌에서 쫓겨나고 제국은 해체됐으며, 러시아 황제는 볼셰비키 혁명에 무너졌으며, 독일 황제도 축출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프랑스는 한 세대 전체에 걸쳐 강국으로서 위상을 회복하지 못했고, 영국도 부와 활기를 잃고 이 이전 한 세기 동안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던 것이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이들 지도자가 1914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면, 아무도 처음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앨리슨 교수는 말했다.

yd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13 17:1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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