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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동시장 개편 반대' 총파업…작년보다 규모 줄어(종합)

송고시간2017-09-13 02:43

전국 4천개 사업장 하루 파업…주최 측 "집회에 40만 명 참가"

작년보다 시위규모 크게 줄자 정부 '안도'…21·24일도 대규모집회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노동자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 유연화 정책에 반대해 12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총파업 투쟁을 벌였다.

새 정부 출범 후 조직된 첫 대규모 반정부 시위였지만, 작년 노동법 개정 반대집회보다 규모가 크게 줄어 프랑스 정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파리, 마르세유, 툴루즈, 니스 등 주요 도시에서는 프랑스 제2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의 주도로 총파업과 함께 노동법 개정 중단을 요구하는 180여 개의 대규모집회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파리에서만 6만 명, 전국에서 총 40만 명이 집회에 나왔다고 집계했으나, 경찰은 파리에서만 2만4천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이날 집회 규모는 작년 6월 23일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의 노동법 개정에 반대한 전국 시위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엔 파리에서만 2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이날 총파업에는 공무원 노조와 운송·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전국 4천여 개 사업장 노조가 참여했다고 CGT는 밝혔다.

총파업을 주도한 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집회에서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노동법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전적인 권한을 주는 법"이라며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권한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의 반대 목소리를 주도해온 급진좌파 정객 장뤼크 멜랑숑 하원의원도 남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집회에 나와 "프랑스는 영국이 아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질서를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정부는 임금노동자의 해고와 채용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노조의 근로조건 협상 권한을 축소한 노동법 개정안을 마련해 9월 말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나친 노동규제와 근로자 과보호 때문에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실업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 마크롱의 판단이다.

특히 마크롱 정부는 법 개정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 법률명령 형태로 추진, 의회의 심의를 대폭 간소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노조들의 반발을 샀다. 주요 노동단체들은 "사회적 토론과정을 생략하고 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노동 유연화를 밀어붙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집회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주 그리스 방문 당시 노동시장 개편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로 표현한 것에 거칠게 반발하는 구호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파리에서는 "만국의 게으름뱅이들이여 단결하라" 등의 구호가, 노르망디의 캉에서는 "마크롱은 엿먹어라. 게으름뱅이들이 거리에 섰다"는 구호를 연호했다.

파리 등 일부 현장에선 복면을 쓴 시위대가 경찰에 돌을 던지고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진압에 나서는 등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하루 총파업으로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파리에서는 교외 지역과 시내를 연결하는 RER 노선 2개의 운영이 중단되고 국철의 여객 운송규모가 평소의 50∼80%에 그쳤다.

샹젤리제 대로를 비롯해 파리 시내 주요 간선도로에서는 화물트럭들이 경찰 차량의 호위 속에 속도를 크게 낮추는 시위를 벌이면서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주요 공항의 관제사들도 일부 파업에 동참하면서 전날부터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항공편 운항이 일부 취소됐다.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노조들은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더 큰 투쟁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CGT는 오는 21일 대규모 반대집회를 또 연다. 이어 24일에는 멜랑숑의 급진좌파 정당 '라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주도하는 전국적 규모의 노동 유연화 저지 집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마크롱의 노동시장 개편 구상을 "사회적 쿠데타"라고 명명한 멜랑숑은 24일 집회에서 사회 각계의 반(反) 마크롱 정서를 최대한 결집해 정부에 치명상을 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 발표 직후 나온 여론조사에서 노동시장 개편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높게 나타난 데 이어 이날 집회 규모도 작년보다 크게 줄자 정부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외신은 마크롱의 지도력을 가늠할 시험대였던 이번 집회의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 마크롱의 향후 국정운영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프랑스 제1 노조인 온건 성향의 민주노동총동맹(CFDT)과 제3 노조인 노동자의 힘(FO)도 정부의 법 개정안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총파업에 조직적으로 합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사실상 정부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급진좌파 성향의 노동단체와 정당이 주도하는 노동법 개정 저지투쟁의 파괴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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