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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관리들, 美대통령 전쟁권한, 여론과 의회·군 동향 궁금해해"

美주간지 기자 북미 군사긴장 최고조이던 지난달 중순 방북기
北 고위외교관 "북·미 양자 관계 개선에 도움되는 기사 써달라"
트럼프에 대해 "비이성적이거나 너무 영리하거나"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북한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아는 것이나, 미국이 북한의 공식 선전을 통해 북한을 아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요커의 방북기.
뉴요커의 방북기.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에반 오스노스 기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위협에 이은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위협과 트럼프 대통령의 '(탄창) 삽입·장전' 후속 위협 등으로 북미 간 군사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때이자 미국의 대북 여행 금지조치 시행 직전인 지난달 중순 평양을 방문한 뒤 쓴 방북기의 마무리에서 밝힌 소감의 한 대목이다.

오랜 중국 특파원 경력을 가진 그는 평양 방문을 통해 접한 북한 사고방식의 편린과 방북 전 미국 정부 전·현직 고위관계자와 북한 전문가들과 가진 인터뷰를 버무려 쓴 장문의 기사(18일자 최신호 게재 예정)에서 북미 간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현실성 있게 보면서 상호 불신과 몰이해, 적개심을 해소하는 노력으로부터 긴장 완화와 비핵화의 실마리를 찾자는 입장을 취했다.

그가 북미 간 뉴욕채널의 북쪽 창구인 박성일 차석대사를 직접 만나 방북을 신청한 것은 지난 4월인데, 북한은 7월 4일 대륙간탄도탄(ICBM)급 '화성-14형' 발사로 미국에 독립기념일 '선물'을 안긴 며칠 후 오스노스 기자에게 방북 승인을 통보함으로써 그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지난달 14일 평양에 도착한 그의 일행의 숙소는 평양 외곽에 있는 자그마한 3층짜리 고방산 초대소. 지난 2013년 방북한 에릭 슈미트 당시 구글 최고경영자도 묵었던 곳으로, 북한 외무성이 "미국인과 귀빈용"으로 사용하는 곳이라고 안내를 맡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직원 박성일(35. 박성일 차석대사와 동명이인)이 설명했다.

박성일은 2015년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 주최 비정부 교류회 참가를 위해 미국 유타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미국연구소 직원으로서 그는 미국 정치와 언론보도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의도를 분석하는 업무를 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선출 이후 일이 더욱 힘들어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트럼프)가 말할 때마다 진의를 알아내야 하는데 무척 힘들다"는 것.

북한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성일은 "비이성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영리한 것 같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은 "중국의 손자병법과 같은" 교묘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트럼프)가 아무 목적 없이 그런 말을 했다면 뭘 하자는 것이지? 우리로선 큰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의 분석가들에게 더욱 중요한 질문은 "미국 국민은 전쟁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의회는 전쟁을 원하나? 미국 군대는 전쟁을 하고 싶어 하나? 그렇다면 우리도 전쟁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박성일은 말했다.

도착 첫날 만찬을 주최한 50대 중반의 리용필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미국만 예방전쟁을 벌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조선 인민들은 약해서 고통을 겪었다. 그것을 우리 가슴 속에 쓰라린 교훈으로 간직하고 있다"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평화를 지키는 깃이다" 등의 주장을 폈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리용필은 넥타이를 늦추고 윗도리를 벗더니 "당신네 체제에서 대통령의 선전포고 권한은 뭔가?" "의회가 결정권을 가졌나?" "핵가방은 맥매스터(허버드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 관리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오스노스 기자가 크게는 대통령이 핵무기 발사를 결정한다며 "북한은 어떠냐"고 묻자 리용필은 "우리의 최고지도자가 전쟁 개시의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미국은 (북한) 정권교체나 통일 가속화에 관심 없다"며 긴장 완화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박성일은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공동 기고문을 내는 일이 자주 있느냐"고 궁금해 했다.

박성일은 어떻게 장관들이 대통령의 말과 명백하게 배치되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박성일은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수적이지?"라고 재확인하려 하기도 했다.

오스노스 기자는 "박성일이 미국에 대해 오해하는 것도 있었다. 미국에서 멀리 있기에 알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이라며 "미국은 지금 분열돼 있어서 전쟁할 생각이 없다"는 박성일의 오해를 소개했다.

오스노스 기자는 미국이 분열돼 있는 것도, 중동 등에서 전쟁을 치르느라 지친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절대 북한을 타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오산일 것이라고 박성일에게 설명해줬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고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는 뉴스에 오스노스 기자가 "미사일을 쏘겠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고 묻자 박성일은 "모르겠다"며 "미국이 또 B-1B 같은 핵자산을 조선반도 상공에 보내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답했다.

"미국도 그게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아느냐?"고 오스노스 기자가 다시 묻자 박성일은 "미국에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알 것이다. 어떠한 '핵 도발 행위들'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우리가 말했으니까"라고 답했다.

미국과 핵전쟁을 벌이면 북한이 파멸할 텐데 왜 핵전쟁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엔 "우리는 이미 2차례 그것을 겪었다"며 한국전과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들고 "3번째도 극복할 수 있다"고 박성일은 답했다.

그것과 핵전쟁은 비교할 수 없다고 오스노스 기자가 반박하자 박성일은 "살아남은 사람이 수천 명뿐이라도 (북한)군은 '무슨 상관이냐? 미국도 파괴된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지'라고 말할 것"이라고 박성일은 답했다. "사람이 많이 죽겠지만 모두 죽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비무장지대 관광 길에 오스노스 기자가 미국 정부의 방북 금지조치 얘기를 꺼내자 박성일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수년간 검토한 끝에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쉽다며 "(북한)군은 관광객들이 오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우리의 비밀을 들킬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핵 개발로) 힘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고 오스노스 기자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지켜보겠다"는 말에 "매우 현명하고 이성적인 결정"이라고 칭찬한 트윗을 날린 것을 박성일에게 보여주자 박성일은 "그(트럼프)가 성명의 절반만 읽었군"이라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신호를 오독한 것이라고 오스노스 기자는 말했다.

오스노스 기자가 인터뷰한 북한의 고위외교관 조철수는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아직 한국 언론엔 이름이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준비해온 회견문을 17분이나 낭독한 뒤 "뉴요커가 매우 영향력있는 매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북한과 미국 간 양자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선 통역을 활용했던 조철수가 인터뷰가 끝나고는 호텔 로비 커피점에서 커피를 시켜놓고는 "거의 완벽한" 영어로 "미안하다. 커피를 좋아하는지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오스노스 기자는 그와 잡담을 나눈 사실을 소개하면서 "공식적인 마스크를 벗자 말자 그의 태도가 순식간에 풀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오스노스 기자가 평양 지하철 역사를 관광했을 때 지하 100m에 있는 이곳은 "핵전쟁 대비용"이라고 박성일은 설명하고 한국전 때 트루먼 미 대통령이 원자탄 사용 가능성을 제기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제 우리는 핵무기를 가졌으니 마음 놓고 '자, 해보자'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전략가들은 북한이 핵전쟁을 일으킬 경우 먼저 일본과 괌에 있는 미군기지를 핵폭탄이나 화학탄으로 공격함으로써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우려한 미국이 한반도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에 대해 박성일은 "핵전쟁의 요체는 상대를 완전히 파괴하는 데 있다. 어떤 기동이나 전술이 있을 수 없다. 그건 재래전에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제재에, 제재에, 제재에, 제재를 가하더라도,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더라도 우리는 공격할 것"이라며 "세계대전들이 그렇게 일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한동안 뜸을 들인 뒤 그는 "우리를 너무 심하게 밀지 말라.…우리는 혼자 죽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스노스 기자는 한국계 미국 작가 크리스 리에게서 들은 "너 죽고 나 죽자!"라는 말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상대도 같이 끌고 떨어질 수 있다면 벼랑 밑으로 몸을 던지겠다"는 생각인데, 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정서라는 것이다.

오스노스 기자가 방북하기 전 인터뷰한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2014년 억류된 미국인 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지도부가 북미 관계 개선 목적인 줄 알았다가 몹시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외교적 접촉의 부재가 위험스러운 오해의 구렁텅이를 만든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고 말했다고 오스노스 기자는 전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북한 지도부 사이에 자신들이 포위됐다는 강박관념이 만연한 것에 아연했었다고 덧붙였다.

yd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12 17: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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